中해관총서, 韓 향하는 요소 수출 통관 보류… '요소수 대란' 트라우마政 "중국내 요소 수급 상황 때문, 정치적 의도 없어… 재고도 확보돼"대중의존도 여전히 높아… '절대의존품목' 393개 중 55% 중국서 수입전문가 "일시적 현상 아냐… 근본적으로 한·미·중 외교 관계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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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국 당국이 한국으로 향하는 산업용 요소의 수출 통관을 보류하면서 공급망 차질을 우려하는 국내 산업계의 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중국 내 요소 수급 상황에 따른 조치일 뿐 우리 경제를 압박하려는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본다. 다만 중국의 행보에 따라 우리 공급망이 매번 흔들린다는 점에서 현재의 높은 대중 의존도를 시급히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6일 정부와 산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중국 해관총서는 자국 현지 기업이 한국으로 보내는 요소의 통관을 급작스럽게 보류했다. 보류 조치는 수출 심사를 마친 뒤의 선적 단계에서 이뤄졌다. 해당 과정에서 통관을 막은 것은 이례적이란 얘기가 나온다.정부는 즉각 대책회의를 열고 사태 파악에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기획재정부·외교부 등과 합동회의를 열고 해당 문제에 대해 상의했다. 이달 1일과 4일에도 관계부처와 함께 대책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이날 장영진 산업부 1차관을 필두로 서울 롯데마트 월드타워점을 찾아 직접 요소수 재고·판매 상황 등도 점검할 예정이다.정부는 중국의 이번 조치에 특정국을 압박하려는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해석한다. 중국 내 요소 수급 상황이 여의치 않아 자국의 수급을 우선하기 위해 내린 일시적 조치란 견해다. 게다가 베트남·일본 등 중국 외 국가로부터의 수입 예정분을 합해 3개월쯤의 요소 분량을 보유하고 있어 국내 기업이 우려하는 혼란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최남호 산업부 대변인은 4일 관련 브리핑에서 "요소수 수출 통관 지연이 있었던 것을 확인했다. 여러 경로를 거쳐 살핀 결과 정치적 배경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중국 내부적으로 요소 수요가 긴장돼 통관 지연이 일어난 것으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국내 산업계는 지난 2021년 겪은 '요소수 대란'으로 인해 재발에 대한 긴장감이 높은 상황이다. 앞선 요소수 대란은 2021년 10월 중국 정부가 요소를 포함한 화학비료 관련 품목의 수출을 통제하면서 벌어졌다. 당시 요소수는 품귀 현상을 빚어 애초 10리터(ℓ)당 1만 원 수준이던 가격이 10배쯤 치솟았다. 매점매석으로 폭리를 취하려는 판매자들이 나오기도 했다.정부는 제2의 대란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하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우리 공급망의 절대적인 대중 의존도에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요소를 비롯해 반도체·전기차·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핵심 소재에 쓰이는 광물 대부분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2021년처럼 중국이 공급량을 조절할 경우 우리 산업계는 즉각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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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등에 따르면 한국은 올 10월 수입한 산업용 요소 중 90%쯤을 중국으로부터 가져왔다. 비료용 요소는 중국산 수입 비중이 20% 이하로 낮지만, 차량용으로 주로 쓰이는 산업용 요소는 중국 수입 의존도가 매해 90%대로 높은 상황이다.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의하면 올 10월 기준 1000만 달러 이상 품목 중 특정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90% 이상인 '절대의존품목' 393개 가운데 중국의 비중은 216개(55%)로 절반을 넘었다. 한국의 주요 무역국인 일본(51개·13%)과 미국(37개·9.4%) 등과 비교해도 중국 의존도가 높았다.한국 수출의 최대 품목인 반도체에도 중국의 영향력이 크다. 김 의원실이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한 결과 반도체 원자재의 중국 수입 비중은 △실리콘웨이퍼 35% △불화수소 62% △네온 81% △크립톤 43% △제논 64% 등으로 나타났다. 올 8월부터 수출 제한 조치에 들어간 갈륨과 게르마늄의 경우 올 상반기 중국 의존도가 87.6%에 달했다.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세계 각국과 무역 영역을 넓혀가며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상태다. 요소에 한해서도 업계의 수입선 다변화를 지원하겠다는 대책을 밝혔다. 다만 단기적으로 성과가 나타나는 일이 아닐 뿐더러 우리 산업 전반에 걸쳐 중국의 영향력이 막대해 극복은 녹록잖을 전망이다.전문가들은 2021년 대란을 겪고도 정부가 위기 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고 지적한다. 이번 사태에서는 중국의 정치적 의도가 크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지속적인 패권 경쟁 속에서 줄다리기를 해야 하는 처지인 만큼 외교적인 측면에서 문제를 다뤄야 할 필요성도 제기했다.김수동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2021년의 대란 경험이 있긴 하지만, 요소는 사실 정부의 공급망 취약 품목 중 우선순위는 아니었다. 그러다보니 관리적인 측면에서 다소 안일한 면이 나타났던 것"이라면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보다 미·중 관계와 이에 따른 한·미, 한·중의 관계 등 외교적인 관계를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이런 관계가 다 연결돼 있어 문제가 벌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