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망안정화법 시행에 맞춰 공급망안정화위원회 첫 개최핵심품목 국내생산 검토 … 경제안보 품목 U턴기업 규제완화공급망 관련 국산화기술 개발 등 재정·세제지원 지속 확대
-
정부가 공급망 안정화 통한 경제안보 강화에 나섰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 경쟁, 코로나19로 부각된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국가 차원의 경제 안보 이슈로 부각되면서 정부가 보다 체계적인 공급망 대응 시스템을 마련한 것이다.경제안보품목‧서비스 수급 안정을 위해 경제안보 품목 확대해 집중 관리하고 관련 사업체를 지원하기 위한 5조원의 기금을 투입하는 등 안정적 수급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 "공급망안정화위원회,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 '조타수' 역할 기대"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1차 공급망안정화위원회를 개최했다. 공급망안정화위원회는 공급망 안정화법에 따라 설치된 정부 공급망 안정화 정책에 관한 범정부 컨트롤타워로서 공급망안정화법 시행에 따라 처음으로 개최됐다.
이날 열린 1차 회의에서는 공급망 안정화 추진전략, 경제안보품목·서비스 지정(안), 공급망 안정화 위원회 구성과 운영방향을 논의했다.
우선 핵심품목·서비스의 수급안정화를 위해 특정국 의존도가 높고 국내 생산이 어려운 경제안보품목을 200여개에서 300여개로 확대하고 반도체·이차전지 등 핵심 산업 관련 품목에 대해서는 자립화와 다변화 계획을 세우고 정부의 지원과 모니터링을 강화한다.
이들의 수급안정에 기여하는 선도사업자에 대해서는 올해 중 5조원 규모의 공급망기금을 우선 지원하고 공공 비축을 확대한다. 또 서비스는 공급망 안정에 필수적인 물류(해운·항공) 사이버보안2개 분야를 대상으로 신규 지정한다.
국내 제조역량을 확충하는 등 공급망 생태계를 보강한다. 경제안보품목 생산 기업에 대해서는 해외사업장 축소 의무를 면제시켜 국내 유턴을 촉진하고 해외자원 취득에 관한 투자세액공제 요건을 완화해 기업의 광물자원 확보를 뒷받침할 계획이다.
핵심품목의 원자재․중간재 확보, 연구개발(R&D), 운송 등 공급망 연결 고리를 보강하고 공급망 교란에 취약한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한다. 또 요소․흑연 등 수급불안 품목에 대해서는 국내 생산을 지원토록 검토한다.
아울러 공급망 핵심 기술을 국산화하고 기술보호를 강화한다. 첨단 전략산업과 핵심품목 기술에 대해서는 정부의 R&D 재정 지원을 확대하고 현재 세제 혜택이 주어지고 있는 신성장·원천기술․국가전략기술에 공급망 핵심기술을 추가하도록 검토한다.
방위산업과 기간산업의 기술과 특허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벌칙 강화 등 제도를 보완한다. IPEF 공급망 협정, MSP 등 국제협력을 추진하고 공급망 기금과 공적개발원조(EDCF 등)를 통한 협력사업을 발굴한다.
최 부총리는 "글로벌 복합위기와 공급망 분절 상황에 대응하고, 경제안보와 공급망을 튼튼히 하기 위해 앞으로 공급망위원회가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라는 격랑을 헤쳐 나가는 항공모함의 조타수(操舵手)와 같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
◇ 세계는 공급망 안정화 정책 추진 … 자원 부족·대외 의존도↑ 리스크도 증대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경제안보를 위한 공급망 안정화 정책을 추진 중이다. 미국은 공급망 회복력 강화를 위해 미국 반도체 과학법, 바이든 행정부의 행정명령 14017호 등 일련의 조치들을 발표한 바 있다.이에 경제안보와 관련된 반도체·배터리·의약품 등 4대 핵심 분야와 에너지·ICT·식량·보건 등 6대 핵심산업에 대한 공급망 강화 내용을 담았다.
유럽연합(EU)은 기술 혁신, 경제·시장 잠재력, 사회·정치적 중요도를 기준으로 31개 전략적 가치사슬 부문을 정의하고 자율주행차, 사이버 안보, 수소기술과 시스템 등 6개 분야를 전략적 가치사슬 구축 부문으로 선정했다.
일본은 전략적 자율성 확보, 국제질서 형성 주도를 내용으로 하는 경제안보 강화를 위해 경제안전보장법을 추진 중이다. 반도체·배터리·비료 등 11개 중요물자를 특정중요물자로 지정하고 안정적 공급 확보를 위한 대응 방침을 수립해 대응 시책을 마련했다.
더욱이 우리경제는 자원이 부족하고 대외 의존도가 높아 향후 공급망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에너지‧비철금속 등은 거의 전량을 수입하거나 주요국 대비 중간재와 특정국 수입 의존도가 높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주요 원자재 수입의존도의 경우 원유 100%, 석유 99.1%, 철광 99.4%, 비철금속 99.3%이다.
한국경제인협회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글로벌 마켓 인텔리전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차전지에 활용되는 황산니켈은 핀란드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68.2%, 산화리튬과 수산화리튬은 중국으로부터의 수입 비중이 87.9%였다.
김대용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위원은 "최근 핵심광물과 자원 확보나 공급망 리스크 대응이라는 난제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국제협력이나 공조가 확대되는 추세"라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안정적 공급망 구축을 위한 정책적 노력과 범정부 컨트롤타워 설립 등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핵심광물 및 자원 확보 전략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