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한국경제 희망을 다시 쏜다] 증권사 부동산 PF 연체율 13.8%…태영건설 워크아웃 후폭풍연체율 낮아지는 추세…미국 금리 인하 시 본격 개선 기대하반기 부동산 시장 회복 전망…정부 대응 영향 줄 총선 주목
  •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 여의도 증권가 ⓒ정상윤 기자
    2024년. '푸른 용의 해'가 밝았다. 새 희망을 품고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 3년째 되는 해이자 여러 의미로 중요한 총선이 열리는 해이다. 한국 경제를 보면 올해도 녹록잖은 한 해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밖으로는 신냉전으로 불리는 미·중 갈등이 첨예한 가운데,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에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미 대선이 치러진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그에 따른 경제 블록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대외 불확실성도 여전하다. 금리 인하가 기대되지만, 그 시기를 두고는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여전한 고물가 기조와 실업 한파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가계대출 급증, 저출산 문제 등 풀어야 할 과제가 한가득이다. 새해 우리 경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과 새 희망을 쏘아 올릴 성장 모멘텀은 무엇이 있는지 짚어본다. <편집자 註>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침체 관련 위기감이 커지는 가운데 최근 태영건설에서 시작된 건설사들의 유동성 문제가 확산하면서 올해 상반기가 증권업계의 고비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부동산 시장의 단기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수 증권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다만 올 하반기의 경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가 본격적으로 시행될 경우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가 점차 해결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기준 증권사의 전체 부동산 PF 연체율은 13.8%로 금융업권 내에서 가장 높았다. 저축은행·여전사·상호금융이 4~5%대, 보험은 1%대, 은행권은 0%대로 집계된 것과 비교했을 때 매우 높은 수준이다.

    직접적인 대출 외에 보증 형태로 투자한 것을 고려하면 위험 규모는 훨씬 커진다. 통상 증권사는 직접 대출보다 채무보증 형태로 PF 자금을 지원한다.

    부동산 사업이 지연·무산돼 시행사가 PF 대출을 갚지 못하면 보증을 섰던 증권사가 대신 돈을 갚아야 한다.

    현재 국내 금융사의 부동산 PF 대출 잔액 약 134조원 중 증권사 보유 잔액은 6조3000억원 수준이다. 절대적인 액수가 큰 건 아니지만 증권사의 경우 중·후순위거나 본 PF가 아닌 브릿지론 비중이 높다는 점에서 위험성이 낮지 않다는 평가다.

    특히 최근 시공능력 순위 16위의 중견기업인 태영건설이 PF 대출로 인한 유동성 위기에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건설사들의 PF 부실이 증권사에까지 불똥으로 튈 가능성이 커졌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 부동산 업황 악화와 자금시장 환경을 고려했을 때 재무 부담이 심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증권사들의 재무 부담이 심해질 것이란 분석이다.

    정효섭 한국기업평가 책임연구원은 "경기침체 및 부동산 PF 부실 우려 확산으로 보유 금융자산 손실위험이 증가할 것"이라며 "주택 매매가격 내림세는 둔화하겠으나, 준공 후 미분양 증가세, 오피스‧상가‧물류센터 시장 위축으로 건전성 관리 부담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예일 한국신용평가 수석 연구원 또한 "대체투자와 부동산금융 부실화 위험은 여전히 크다"라며 "국내 부동산 PF 시장은 근 1년간 만기 연장으로 부실화를 막았으나, 누적된 비용으로 사업성이 저하된 사업장 브릿지론은 정리 절차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시장의 예상대로 올해 하반기 연준이 금리 인하를 본격적으로 시행할 경우 대출 부담이 완화되면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회복 기대가 커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 연구원은 "정부 차원의 관리 감독 및 지원, 증권업계 전반의 재무 여력 등을 미뤄보았을 때, PF 시장의 전체적인 붕괴 가능성은 작다”라며 “시스템 리스크로 확대되진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간 이익 규모, 충당금 설정액, 자본 적정성 등을 고려할 때 업계 전반의 대응력은 존재한다"라며 "다만 브릿지론 등 만기도래에 따라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신용도 하방 압력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오늘 4월 열린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부동산 PF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 건설사‧증권사에 대한 정상화 방안 및 지원책을 제공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예산 상당 부분을 총선 전인 1분기에 집행해 부동산 PF 시장을 지탱할 것이란 분석이다.

    윤재성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금융당국은 부동산 PF와 관련한 증권사 NCR 산정방식을 재검토 중"이라며 "세부적으로 종투사와 중소형사의 실질 위험 감내 능력과 업무 범위의 차이, PF 사업장의 특징을 고려해 자금공급 형태에 따른 규제차익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NCR 위험 값 개선 세부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섣부른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LG경영연구원은 최근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향후 기준금리가 인하되더라도 이를 선반영해 시중금리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라 자금시장 상황은 도리어 악화할 수 있다"라며 "미국의 국채 발행 증가와 상업용 부동산 대출 부실화, 한국의 대규모 채권 만기 도래와 부동산 PF 부실화 등이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