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고래 못 삼켜"6조4000억 자금조달 끝까지 발목해운업계 빅딜 무산에 오히려 안도산은 구조조정도 도마에… 다른 대기업 인수 기대
  • 닭가공 전문기업 하림그룹의 HMM 인수 계약 체결이 최종 결렬됐다. 해운왕으로 거듭나고자했던 하림그룹의 꿈이 일장춘몽으로 끝났다.

    KDB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는 하림-JKL컨소시엄과 협상 마지막 날인 6일 자정까지 주주 간 계약 세부 내용을 놓고 줄다리기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산업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산은과 해진공은 7주에 걸친 협상 기간 상호 신뢰하에 성실히 협상에 임했으나 일부 사항에 대한 이견으로 협상은 최종 결렬됐다"고 밝혔다.

    마지막까지 첨예하게 대립했던 안은 매각 측이 요구한 주주 간 계약의 유효기간을 5년으로 제한하는 안이었다. 하림이 컨소시엄으로 함께 참여한 사모펀드 JKL파트너스의 지분 매각 기한에 예외를 적용하는 안을 제시했는데 매각 측이 반대한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하림그룹은 인수 가격 6조4000억원을 제시하며 지난해 12월18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산은과 해진공은 HMM 지분 57.9%(3억 9879만 156주, 산은 29.2%·해진공 28.7%)를 공동 매각하기로 하고 하림 측과 협상을 이어왔다. 하림그룹은 계열사 팬오션 유상증자와 영구채 발행 등을 통해 자금을 마련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는 이번 계약이 무산된 것에 안도감과 동시에 예견된 일이라고 말한다.

    HMM 자산은 25조8000억원으로, 하림(17조원)보다 8조8000억원이 많다. 이번 인수전에 대해 새우가 고래를 삼키는 꼴이라는 비유와 함께 인수 이후 HMM 현금유출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또 부족한 자금력에 따른 해운업 경쟁력 약화 가능성, 인수전 과정에서 불거진 공정성 논란이 해소되지 않아 우려감이 증폭됐다.

    하림은 막대한 인수금액 마련을 위해 JKL파트너스와 손잡고 유가증권 매각, 영구채 발행, 선박매각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인수자금 절반 이상을 외부에서 충당하는 것이어서 해운업황 불황에도 HMM 투자계획을 온전히 이행하고 성공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매각이 결렬되면서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는 HMM 지분 57.9%를 그대로 보유한다. 당분간 HMM이 다시 채권단 관리체제를 유지하며 상황을 지켜보다 추후 재매각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구교훈 한국국제물류사협회장은 "해운동맹 재편이 시작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무적인 투자가 가능한 기업이 인수 예정자로 선정이 되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얼라이언스의 회원사가 되기 위해서는 선사 간의 경영철학이나 거버넌스, 탈탄소에 대한 목표 그리고 정시성에 대한 신뢰 등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향후 재 매각 입찰 시에는 이러한 부분을 반드시 고려하여 인수 예정자를 선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다만 매각 측이 HMM 재입찰을 진행하더라도 잔여 영구채 주식 전환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 지난 입찰과 마찬가지로 국내 대기업이 입찰에 참여할 가능성이 작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산은과 해진공은 주식 외에도 올해와 내년 콜옵션(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도래하는 1조68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영구채가 2025년까지 전량 주식으로 전환되면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의 지분은 32.8%로 늘어나고, 인수 측의 지분은 38.9%로 줄어든다.

    한편, 산은은 매각 무산에 따른 후속 절차 등과 관련해 이날 중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