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업무보고서 "1억짜리 집 지어 LH에 1.2억원에 팔아"대규모 조사 지시…칸타빌 수유팰리스 고가매입 논란 재부각
  •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이 12일 세종시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토교통부 업무보고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주택을 둘러싼 '가격 부풀리기' 의혹 전면조사를 지시하면서 주택공급 플랜도 일정부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매입임대는 LH가 민간주택을 매입한 뒤 저렴한 임대료로 공급하는 주택유형을 말한다. 앞서 발표된 '9·7공급대책'엔 현정부 임기내 매입임대 14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사실상 '공공주택 공급을 통한 시장 안정'이라는 정부 목표의 핵심축 가운데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최근 업무보고에서 매입임대를 둘러싼 고가매입 의혹을 직격하면서 제도 재정비라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오후 세종시에서 열린 국토부 업무보고에서 "건설사들이 1억원짜리 집을 지어 LH에 임대주택용으로 1억2000만원에 판다는 소문이 있다"며 "저도 얘기를 들을 정도니까 꽤 유명한 사례인데 그런 것을 조사해 본 적이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상욱 LH 부사장이 "의혹이 있어 조사하고 있는 것도 있는데 아직까지"라며 말끝을 흐리자 이 대통령은 "구체적으로는 없다? 좀 이상하다"라고 했다. 이어 "LH를 소위 말해 '호구' 삼는다는 얘기가 있다"며 "대규모 조사를 해보면 좋겠다"고 국토부에 주문했다.

    그러자 이 부사장은 "매입가격이 상당히 비싸게 샀다고 이슈된 적이 한 번 있었다"며 "그 이후로 매입실적이 확 줄었는데 최근 부동산 문제가 심각해져 공급을 위해 재개하다보니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겠다. 챙겨보겠다"고 했다.

    이 부사장이 언급한 사례는 서울 강북구 '칸타빌 수유팰리스'다.

    2023년 LH는 준공후 미분양 상태였던 해당단지를 과도하게 비싼 가격에 사들였다는 비판을 받았다. 가구당 매입가격은 2억1000만~2억6000만원, 총 구매금액은 79억4950만원이었다.

    이를두고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분양 상태를 타개하기 위해 15%나 할인하고 있는 아파트단지를 최초분양가와 거의 같은 금액으로 매입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LH는 고가매입 방지를 위해 가격 산정체계 및 감정평가 절차 등을 개선하겠다고 했지만, 이번에 대통령에게 같은 사항을 지적받으면서 추가 제도 개편 및 공급 속도 조절이 불가피한 상황에 놓였다. 

    국토부 업무보고후 매입임대 제도에 대한 전면조사 및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업무보고 이후인 지난 16일 성명서를 배포해 신축약정 매입임대주택 사업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25평형 기준으로 서울주택도시공사(SH)의 '위례포레샤인 15단지' 분양원가는 4억7000만원이었지만, LH의 서울 다세대 신축매입가는 7억8000만원으로 3억1000만원 더 비쌌다. 이를 고려하면 LH는 서울 강남에서 공공아파트 3채 지을 돈으로 다세대주택 2채를 사들이고 있다는게 경실련 측 주장이다.

    경실련은 "이재명 정부는 수도권에만 매입임대주택 14만호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신축매입임대 주택에 대한 심각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즉각적인 중단을 지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