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사이언스 정기주총서 임종윤·종훈 형제 완승한미사이언스 이사진 구성…형제 측 5명 vs 모녀 측 4명소액주주 지지 영향 분석형제 측,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 통합 과정 다시 들여다 볼 듯
  • ▲ 임종윤(왼쪽)·형제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들의 지지를 요청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 임종윤(왼쪽)·형제가 지난 21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주들의 지지를 요청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 간 통합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임종윤·종훈 형제 측 이사 및 감사 5명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해서다. OCI그룹과 통합 추진을 주도한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부회장 측은 신규 이사 또는 감사를 1명도 진입시키지 못하면서 오히려 4대 5로 열세에 놓이게 됐다.

    28일 경기도 화성시 수원과학대학교 신텍스관에서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번 주총의 최대 관심사는 한미사이언스 측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각각 올린 이사와 감사가 얼마나 선임되는지였다.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이에 반대하는 임종윤·종훈 형제가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해 두 그룹간 통합 추진 과정을 다시 들여다볼 계획이어서다.

    주총 결과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 및 감사 5명이 모두 이사회에 진입했다. 반면 한미사이언스 측이 제안한 이사 및 감사 후보자 6명은 누구도 이사회에 진입하지 못했다.

    형제 측이 추천한 이사 및 감사 후보자는 이날 출석한 주주 및 의결권을 대리행사하는 대리인이 보유한 지분 중 52% 안팎의 찬성표를 얻으며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 진입하게 됐다. 반면 한미사이언스 측이 제안한 이사 및 감사 후보자 6명은 48%대의 찬성표를 얻는 데 그쳤다.

    이날 결과는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들이 형제 측을 지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표결에 앞서 한미사이언스 지분 7.66%를 보유한 국민연금기금이 송영숙·임주현 모녀를 지지하면서 송영숙·임주현 모녀가 확보한 지분은 42.76%로 추정됐다. 반면 12.15%의 지분을 들고 있는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지지한 임종윤·종훈 형제는 40.57%의 지분을 든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결집해 형제 측을 지지하는 소액주주는 지난 27일 자정 기준 1085명이 모여 2.09%의 지분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형제 측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높아 당초 소액주주의 표심은 임종윤·종훈 형제 측을 향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지난 26일 국민연금기금으로부터 지지 선언을 받은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이 다음날인 27일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자사주 매입·소각 등 공격적 주주 친화정책을 펴겠다고 밝혔음에도 외면받은 셈이다.

    이날 주총은 당초 오전 9시에 개회될 예정이었지만 한미사이언스 측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이 각각 주주들로부터 의결권 행사를 위해 확보한 위임장을 집계하고 주주명부를 확인하는 과정이 길어지며 3시간이 지나도록 개회되지 못했다.

    오후 12시27분에야 신성재 한미사이언스 경영관리본부 전무이사의 개회 선언으로 주총이 시작됐다. 이번 주총에는 주주와 의결권 대리행사에 대한 위임장을 들고 있는 대리인이 총 2160명 참석했으며 이들이 들고 있는 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한미사이언스 발행주식의 88%(5962만4506주)에 이른다. 

    주총이 개회되고 나서도 송영숙·임주현 모녀 측과 임종윤·종훈 형제 측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인 송 회장이 주총 의장직을 수행해야 하는데 건강상의 문제로 불참하면서 한미사이언스는 ‘대표이사 유고’를 사유로 부사장, 전무이사, 상무이사, 이사 순으로 직무를 대행하도록 한 정관 규정에 따라 신 전무에게 의장직무를 맡겼다. 하지만 형제 측은 이 점을 문제삼았다.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전략기획실장 부회장도 정기 주주총회 회의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형제 측은 고등법원 판례를 들며 신 전무가 등기임원이 아님에도 의장직을 대행하는 것에 향후 절차적 적법성을 문제삼을 수 있다고 엄포를 놨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의 수준이 참담하다”고 탄식하기도 했다.

    이사 선임 안건인 2호 의안에 대한 투표를 마치고 결과가 발표되기까지도 1시간56분이나 소요됐다.

    한미사이언스 측은 동일 주주의 주식에 대해 중복 제출된 위임장 부분 및 위임장을 내고서도 현장에 출석해 투표한 부분 등을 파악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임종윤·종훈 형제 측은 회의장에 입장하기 전에 중복된 부분을 정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표가 완료됐음에도 결과 발표까지 왜 15분이나 필요한 지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며 맞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