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 지원사격 후폭풍…지난해 연결 순익 '적자전환'대규모 충당금 적립에 별도 기준으로도 전년比 86% 급감저하된 건전성에 저축은행 추가 지원 가능성까지…'진퇴양난'
  • ▲ 애큐온캐피탈. ⓒ뉴데일리경제 DB
    ▲ 애큐온캐피탈. ⓒ뉴데일리경제 DB
    애큐온캐피탈이 설립 이후 처음 연간 순손실을 기록했다. 자회사 애큐온저축은행에 대한 재무적 지원은 물론, 대규모 충당금 적립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게다가 업황 침체로 저축은행에 대한 추가 지원 가능성이 점쳐지는 데다 자산-부채 만기 리스크 등 유동성 우려까지 남아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선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지만, 보다 적극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15일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애큐온캐피탈은 지난해 연결 기준 317억원의 순손실을 기록, 전년 1551억원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별도 순이익은 105억원이었으나, 자회사 애큐온저축은행에서 63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연결 기준 적자전환했다. 애큐온캐피탈 설립 이후 처음이다.

    애큐온저축은행은 지난해 4397억원의 이자수익을 벌었지만 이자비용 2347억원, 대출채권 관련 손실 2237억원이 반영되면서 적자를 기록했다. SBI·OK·한국투자·웰컴·애큐온 등 자산 기준 상위 5개 저축은행 가운데 유일한 적자다.

    애큐온저축은행의 경우 최근 3년간 공격적인 대출 취급으로 대출채권 규모가 매년 평균 41%씩 증가했다. 이 과정에서 주요 규제지표인 BIS자기자본비율이 2019년 13.9%에서 2022년 10.9%까지 하락했다.

    이에 애큐온캐피탈은 지난해 5월 애큐온저축은행이 발행한 상환우선주 500억원을 전액 인수하는 방식으로 재무적 지원을 했다. 유상증자로 BIS자기자본비율은 11.8%로 개선됐으나, 2022년 하반기부터 부실자산이 증가한 데다 2023년 매 분기 손실을 기록하는 등 재무제표가 일제히 저하하고 있다.

    곽노경 나이스신용평가 실장은 "애큐온저축은행은 중‧저신용자 개인신용대출, 개인사업자 대상 주택담보대출 및 부동산금융에 걸쳐 경기민감도가 높은 사업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으며 조달금리 상승에 따라 수익성 저하 압력도 높아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뿐만 아니라 애큐온캐피탈은 별도 기준으로도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지난해 순이익은 105억원에서 전년 768억원에 비해 86.3% 급감했다. 애큐온캐피탈은 실적 감소 요인으로 부동산 PF 관련 선제적 대손충당금 설정을 꼽았다.

    애큐온캐피탈은 지난해 734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했다. 별도 기준 영업이익 220억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대손충당금 잔액은 1211억원으로 전년 1070억원에 비해 141억원 증가했으며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125%에서 155%로 30.1%p 상승했다.

    애큐온캐피탈 측은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 여파로 금융당국에서 PF 부실에 대비해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적립하도록 권고했다"며 "애초 계획보다 약 280억원의 대손충당금을 추가로 적립했다"고 설명했다.
  • ▲ 애큐온캐피탈. ⓒ애큐온캐피탈
    ▲ 애큐온캐피탈. ⓒ애큐온캐피탈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은 선제 건전성 관리 차원으로 풀이된다. 부동산 PF 부실 우려가 큰 만큼 대손충당금을 보수적으로 쌓으면서 자산건전성을 관리하고 있다. 애큐온캐피탈은 지난해 부실 우려가 있는 자산을 감축하는 등 자산을 줄였으나, 연체가 늘어나면서 자산건전성 지표는 악화했다.

    지난해 애큐온캐피탈의 연체율은 2.0%에서 2.8%로 0.8%p 악화했다.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같은 기간 2.3%에서 3.4%로 1.1%p 상승했다. NPL은 864억원으로 전년 751억원에 비해 15.0% 증가했다.

    부실여신은 300억원으로 전년대비 84.3% 감소했다. 부실여신은 회수의문여신과 추정손실여신을 더한 값으로, 지난해 추정손실여신은 22.3% 감소한 223억원을 기록했다. 추정손실은 사실상 손실이 확정된 여신으로, 당국은 대손충당금 100%를 적립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애큐온캐피탈의 추정손실에 대한 충당금적립비율은 97.5%다.

    게다가 유동성 리스크도 여전히 남아있다. 1년 이내 만기도래 자산 대비 부채 Coverage는 100%를 밑돌고 있고, 유동성 차입부채 비중은 72.9%로, 2021년 이후 지속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유동성 관리 부담이 존재한다. 조정유동비율(1년 기준)은 101%로, 전년 104% 대비 2.4%p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유동성 지표가 저하됐다.

    곽노경 실장은 "현금성 자산 및 금융기관 Credit Line 등의 보유 유동성 규모를 고려할 때 유동성 위험이 크게 증가할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최근 단기조달비중 추이를 고려하면 자산-부채 만기 관리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애큐온캐피탈은 건전성 관리 차원에서 자산들을 전략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영업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돼 PF를 비롯한 고위험자산의 신규 취급을 제한하고 건전성 부담이 확대될 수 있는 자산을 감축하고 있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실장은 "신규 취급자산의 만기를 1년 이내로 관리해 부실화 가능성을 낮추고 건전성이 저하된 개인신용대출에 대해 2022년 하반기부터 신규 취급을 중단하는 등 지속적인 보유자산 매각을 통해 익스포저를 정리하면서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애큐온캐피탈의 총자산은 8조4641억원으로, 전년 9조9431억원 대비 14.8% 줄어들었다. 별도 기준으로는 4조233억원에서 3조3574억원으로 16.5% 감소했다. 총여신자산은 2조5116억원으로 21.7% 감소했으며 대출자산은 2조1877억원으로 20.8% 감소했다.

    특히 개인신용대출 상품의 경우 신규 취급을 중단하고 상당 수준의 기존 자산을 매각하며 부실 우려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해 가계대출 자산은 738억원으로 77.9% 급감했다.

    올해는 점진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애큐온캐피탈은 기업금융과 IB부문에서 수익원을 확대하고 있다.

    애큐온캐피탈 측은 "향후 금리인하 시기가 도래하면 점차 불확실성이 잦아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애큐온캐피탈이 잘 알고 있는 산업과 고객을 대상으로 점진적으로 영업을 확대하고 시장 변화에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