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갈지자 행보에 'R의 공포' 확산나스닥 4% 급락 … "美 침체 확률 40%"韓 경제에도 직격탄 … 기업 97%가 위기감이재명 주 52시간제·지원금 추진도 '오락가락' 경제 불확실성 더욱 키우면서 시장 혼란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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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연합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 관세 정책에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R의 공포(Recession, 경기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종잡을 수 없는 '관세 변덕'이 공포심리를 자극하는 모습이다. 대외 리스크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국내 상황도 비슷한 처지다. 장기화하고 있는 탄핵 정국 속 각종 민생 정책을 둘러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갈지자 행보로 시장의 혼란을 키우고 있어 트럼프-이재명의 'P-리스크(Political Risk, 정치 리스크)'에 경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11일 관계기관 등에 따르면 전날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7% 추락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4.0% 급락했다. 이날 나스닥 지수는 인플레이션 충격이 최고조에 이르렀던 지난 2022년 9월13일(-5.16%) 이후 2년 6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트럼프의 변덕 정책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진 영향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를 시작해놓고, 이틀 만에 미국·멕시코·캐나다 무역협정(USMCA)을 적용받는 품목에 대해서는 관세 부과를 다음 달 2일까지 유예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 4월2일 상호 관세 이후에 후속적으로 또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예고도 논란을 키우는 중이다.이런 상황 속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경기 침체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관세 정책 등에는) 과도기(transition)가 있기 마련"이라고 답했다.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그가 이례적으로 일시적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하자 시장의 불안은 증폭됐다.관세 부과와 유예를 반복하는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경제 심리와 기업 투자는 더욱 더 위축되는 분위기다. 미국 투자은행(IB)들은 경기 침체 가능성을 상향 조정했다. JP모건은 올해 경기 침체 가능성을 기존 30%에서 40%로 올렸고, 골드만삭스도 15%에서 20%로 전망치를 수정했다.이는 한국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에 더 많은 불확실성을 주입하면서 미 경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선 수출 등에 적신호를 켤 것으로 예상되서다. 현장의 위기감은 이미 최고조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97%가 "올해 경제 위기가 올 것"이라고 답할 정도로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발 'P-리스크(Political Risk, 정치 리스크)'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내 정치권에서 벌어지는 이재명 대표의 P-리스크까지 겹쳐 시장이 혼란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민생지원금·52시간 놓고 말 바꾸기… 논란 키운 李의 갈지자 행보미국발 경제 위기가 본격화하는 가운데 한국에서도 '주52시간 예외' '전국민 25만원 지원금' '국민연금 모수개혁' 등에서 보여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정책 혼란상이 트럼프의 '변덕 행보'와 궤를 같이하면서 시장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이 대표는 최근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 '주 52시간제 예외' 적용에 대해 조건부 수용 의사를 내비치며 '친기업' 행보를 보이다가 노동계 반발이 커지자 다시 철회했다. 또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전국민 25만원 민생지원금을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도 며칠 안돼 추가경정예산안에 이름을 바꾼 지원금을 포함시키기도 했다.국민의힘이 민주당의 '소득대체율(받는 돈) 44%'라는 협상안을 받는 조건으로 '자동조정장치'를 내걸자, 당초 이 대표도 '국회 승인 시 도입하자'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노동계가 반발하자 민주당은 모수 개혁인 소득대체율부터 먼저 합의한 뒤 구조 개혁인 자동조정장치를 논의하자며 갈지자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이 대표의 말바꾸기, 오락가락 행보에 정책 진정성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는 가운데 경제 전문가들은 가뜩이나 종잡을 수 없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이어 이 대표까지 P-리스크가 확산되면서 한국 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질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의 원칙없고 일방적인 행보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경제에서 가장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미국발 리스크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지고 기업들은 투자하기를 주저하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했다.이 교수는 이어 "여기에 국내 정치 불안 요소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고 경고하면서 "민주당도 조기 대선을 의식해 일관성 있는 정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어제 했던 말을 그다음 날 뒤집는 식의 행보는 경제에 도움이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이인실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경찰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며 "대외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산업을 키우고 새로운 경제 어젠더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자국의 이익이 우선시 되는 국제경제 환경에서 우리나라도 새 판을 짜야 하지만 거대 야당은 밥그릇 지키기에 여념 없는 모습이다"며 "미래를 생각한다면 시급한 개혁부터 먼저 처리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