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보조금 9조 마무리'2나노 공정' 테일러 공장 구축TSMC 경쟁 위한 승부처… 첨단 공정 고객확보가 관건
-
미국 정부가 삼성전자에 반도체 보조금 지급을 확정되면서 글로벌 파운드리 1위 대만의 TSMC를 추격할 발판으로 만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삼성은 곧장 2나노 공정 양산에 초점을 맞춘 추가 투자를 발표했다. TSMC가 2030년까지 애리조나주 세 번째 공장에 2나노 이하 첨단공정을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선제적으로 2나노 양산 돌입을 통해 격차를 좁히겠다는 승부수로 해석된다.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15일(현지시간) 텍사스 테일러시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64억 달러 보조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삼성은 이를 통해 기존 투자액을 증액했다. 오는 2030년까지 기존 투자액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총 400억 달러를 투입해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삼성은 현재 건설 중인 테일러시의 4나노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에 더해 인근 지역에 200억 달러를 들여 2나노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하고 첨단 패키징 공장과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도 신설한다.사실상 미국 생산거점에서 반도체 전공정과 후공정을 일괄 진행하는 ‘턴키(Turnkey)’ 서비스를 진행하는 셈이다. 이는 미국 반도체 고객사 공략을 통해 TSMC를 추격하고 확실한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특히 삼성전자는 2나노 공정을 TSMC 추격을 위한 승부처로 보고 있다. 2나노 공정은 파운드리 업체 간 기술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로 평가 받고 있다.2나노 반도체의 경우 3나노 공정으로 만든 제품보다 성능은 10~15% 개선되고 소비전력은 25~30%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지능(AI), 고성능 컴퓨팅(HPC), 자율주행차 등 첨단 산업에서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지난 2022년 업계 최초로 3나노 공정 양산에 성공한 삼성전자는 올해 하반기 3나노 2세대, 내년 2나노 양산을 준비하고 있다. 2026년 가동 예정인 테일러시 첫 번째 파운드리 공장과 2027년 완공될 두 번째 공장이 2나노 양산의 중추적인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DS부문장)은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꿈과 행복의 삼성반도체, 지속가능한 미래’를 주제로 열린 행사에서 “TSMC가 우리(삼성전자)보다 잘하는 1등이다”며 “냉정하게 4나노 기술력은 2년, 3나노는 1년이 뒤처졌다”고 말했다.그러나 그는 "하지만 2나노로 들어오면 우리가 앞설 수 있다"며 "5년 안으로 TSMC를 따라잡을 것"이라고 강조했다.이런 자신감에는 삼성전자가 일찌감치 선보인 최선단 기술 게이트올어라운드(GAA)에 강점을 보이고 있어서다.GAA는 트랜지스터의 게이트와 채널이 닿는 면을 4개로 늘린 차세대 기술이다. 기존 핀펫(FinFET) 구조보다 1면을 늘려 전력 효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전류의 흐름을 조절하는 트랜지스터는 게이트와 채널의 접촉면이 많을수록 전류 흐름을 세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삼성전자는 3나노 공정부터 GAA 기술을 적용하고 있다. 반면 TSMC는 2나노부터 GAA 기술을 도입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그간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2025년 시작되는 2나노(nm) 공정에선 우위를 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이다.TSMC의 방어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TSMC는 기존 400억달러(약 53조원) 수준이었던 미국 투자 규모를 650억달러(약 89조원)로 대폭 늘리며 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6곳까지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TSMC는 미국 애리조나에 신설하는 반도체 파운드리 공장에서 4월 중 시범 생산을 시작할 계획을 두고 있다. 이러한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올해 말 본격적으로 가동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당초 이 설비는 인력 문제 등으로 가동 시점을 2025년으로 연기했지만 가동 일정을 다시 앞당긴다면 삼성전자보다 먼저 미국 파운드리 공장에서 반도체 양산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업계 관계자는 "인텔에 이어 TSMC의 보조금 지급이 마무리되면서 현지 공장 건설도 더욱 속도가 붙을 것"이라며 "미국내 파운드리 경쟁도 한층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