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단계부터 협력 공식화치열해진 기술 경쟁에 협력으로 '선공'美 고객사 공략도 시너지
  • ▲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3E 제품 이미지 ⓒSK하이닉스
    HBM(고대역폭메모리)시장 1위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가 가속화되는 AI 반도체 시장에 힘을 합쳤다. 고객 맞춤형 제품이 각광받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HBM 기술력과 TSMC의 파운드리 미세공정 기술이 더해져 1위 지위를 더 공고히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대만 타이페이에서 TSMC와 차세대 HBM 생산과 어드밴스드 패키징 기술 분야에서 협력하기 위해 양해각서(MIO)를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SK하이닉스는 오는 2026년 양산을 앞두고 있는 6세대 HBM인 'HBM4'에서 TSMC와 협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HBM4는 현재 양산 중인 5세대 HBM인 HBM3E에 비해 적층 단수가 12단에서 16단으로 확장되고 패키지 두께도 그만큼 늘어날 수 밖에 없어 한단계 진화된 기술을 요한다.

    SK하이닉스는 이 같은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탑재되는 베이스 다이(Base Die) 성능 개선을 최우선으로 꼽았고 TSMC와의 협업을 적극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 HBM3E까지는 자체 공정으로 베이스 다이를 만들었지만 HBM4부터는 로직(Logic) 선단 공정을 활용해 베이스 다이에 TSMC의 초미세 공정을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TSMC는 업계에서 유일하게 CoWoS(Chip on Wafer on Substrate)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곳이다. 이 공정으로 인터포저(Interposer)라는 특수 기판 위에 로직 칩인 GPU나 xPU에 HBM을 올려 연결하는 패키징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수평(2D) 기판 위에서 로직 칩과 수직 적층(3D)된 HBM이 하나로 결합된다.

    초미세 공정이 적용되면 베이스 다이부터 고객사들이 원하는 추가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곳이자 SK하이닉스와 TSMC의 핵심 고객인 엔비디아가 이 같은 신기술과 공정을 적용한 고객 맞춤형 제품에 관심과 호응을 나타냈다고 알려져 양사 간 협력에 속도가 붙은 것이란 후문이다.

    엔비디아 외에도 자체 AI 반도체를 생산하고자 하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다양한 니즈에도 맞춘 제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게 양사 합작의 궁극적인 목표라는 분석도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이미 앞서 여러차례 다수의 고객사에서 HBM 공급 문의를 하거나 계약이 이뤄졌다고 밝힌 바 있고 이들과의 공급 관계를 차세대 HBM4까지 이어나가는데 TSMC와의 협력이 필수였던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앞서서도 이미 TSMC와 협력하고 있었지만 이번에 HBM4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협력 사실을 공언하면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HBM 시장 주도권을 이어가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SK하이닉스의 글로벌 HBM 시장 점유율은 기존 2위였던 삼성전자가 빠르게 추격하면서 각각 47.5%로 동률인 상황이고 HBM3E에서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먼저 공급을 확정지으면서 경쟁에 불이 붙은 상황이다. 4세대에 이어 5세대 제품에서도 승기를 잡기 위해 TSMC와 협력을 공표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SK하이닉스가 투자를 확정지은 미국 인디애나주 첨단 패키징 공장을 활용해 미국 애리조나주에 생산기반을 두고 있는 TSMC와 공조도 기대되는 상황이다. 특히 엔비디아와 같은 미국 고객사들을 근거리에서 관리하고 맞춤형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이점을 두루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