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비우호적 업황에 카드-캐피탈도 '우울'KB금융, '리딩금융' 탈환에 보험 계열사 역할 '톡톡'신한-하나, 포트폴리오 아쉬움…우리는 빈자리 두드러져"실적 개선에 IFRS17 도입으로 저력 확인…인수 본격화 전망"
  • ▲ 4대 금융그룹. 사진=정상윤 기자
    ▲ 4대 금융그룹. 사진=정상윤 기자
    지난해 국내 4대 금융그룹 가운데 KB금융그룹이 유일하게 순이익을 늘리면서 '리딩금융' 자리를 1년 만에 탈환했다. 새로운 캐시카우로 부상한 보험 계열사의 약진이 KB금융의 호실적에 결정적인 이바지를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경쟁그룹들도 매물로 나온 보험사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KB금융 외에 다른 금융그룹들은 보험업 포트폴리오가 없거나 있더라도 기대에 못미치기 때문에 올해 M&A 시장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금융권의 대내외 경영환경이 부정적인 가운데 비은행 포트폴리오 확대가 더욱 절실하기 때문이다.

    16일 사업보고서 분석 결과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그룹의 지난해 순이익은 모두 14조9682억원으로, 전년 15조5309억원에 비해 3.62% 줄어들었다.

    KB금융그룹의 순이익은 4조6319억원으로 전년(3조9314억원)에 비해 11.5% 증가하며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실적을 높였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 -6.38%(4조6660억→4조3680억원) △하나금융 -3.33%(3조5706억→3조4516억원) △우리금융 -19.8%(3조1420억→2조5170억원) 등은 각각 감소했다.

    지난해 4대 금융그룹 가운데 비은행 순이익이 증가한 것도 KB금융이 유일하다. KB금융의 비은행 순이익은 1조3704억원으로, 전년 1조1570억원에 비해 18.4% 늘어났다. 전체 순이익 가운데 비은행 비중은 34%로, 전년보다 5.5%p 상승했다.

    4대 금융그룹 중 비은행 순이익 비중이 가장 큰 회사는 신한금융이다. 그러나 지난해 신한금융의 비은행 순이익은 1조6543억원으로, 전년 1조9633억원에 비해 15.7% 줄어들었다. 신한금융의 비은행 순이익 비중도 35%로, 전년보다 4%p 감소했다.

    KB금융은 비은행 순이익 증가를 통해 신한금융에 내줬던 리딩금융 자리를 탈환했다. 특히 비은행 계열사 중에서도 파이가 가장 큰 보험 자회사들의 선전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지난해 부동산 PF 부실과 고금리 영향으로 카드, 캐피탈 업황이 나빠지면서 보험사가 비은행부문의 캐시카우 역할을 했다.

    지난해 KB손해보험(7528억원)과 KB라이프생명(2562억원)의 합산 순이익은 1조91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 자회사의 '조 단위 순이익' 시대를 연 것이다.

    일찌감치 비은행계열 '맏형'으로 자리 잡은 KB손보와 지난해부터 푸르덴셜생명과의 본격적인 합병 효과를 내게 된 KB라이프생명의 시너지가 본격화됐다는 것이 금융권의 평이다.

    KB손보는 35.1%, KB라이프생명은 88.7% 순이익이 증가했다. 늘어난 원수보험료를 기반으로 자산운용부문에서도 뚜렷한 성과를 내며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IFRS17와 IFRS9 도입 덕을 톡톡히 봤다.

    신한금융은 선방했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에 비해 역성장 폭이 6%대로 제한된 것은 견실한 생명보험사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신한라이프는 전년대비 5.1% 개선된 4724억원의 순이익을 거둬들였다. 지난해 4분기 대체투자 관련 평가손실 인식을 고려하면 보험계약마진(CSM) 확대에 따른 보험이익 증가가 올해부터 눈에 띄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쉬운 점은 신한EZ손해보험의 손실이다. 78억원의 적자로 규모는 전년보다 줄었지만, KB라이프생명보다 신한라이프의 이익 규모가 두 배로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손해보험 포트폴리오의 빈자리가 KB금융그룹과의 격차를 벌렸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 ▲ 보험. ⓒ연합뉴스
    ▲ 보험. ⓒ연합뉴스
    하나금융그 우리금융의 보험 포트폴리오의 빈자리는 더 크게 나타났다. 하나금융과 우리금융의 전체 순이익 중 비은행 비중은 5.5%와 6.7%에 불과하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순이익이 3.33% 줄어드는 데 그치면서 선방했지만, 2년 연속 '1등 은행'으로 도약한 하나은행의 선전과 65% 넘게 늘어난 비이자이익 규모를 고려하면 다소 아쉬운 대목이다.

    하나금융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 모두 보유하고 있지만, 이익 체력이 그룹 규모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전년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나, 순이익이 54억원에 그칠 정도로 규모가 크지 않다. 하나손해보험(옛 더케이손해보험)은 그룹 실적 발표에 거론되지 않을 정도로 적자 회사다. 2022년 689억원에 이어 지난해 879억원으로 또다시 순손실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4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보험 비즈니스가 부재하다. 2013년 우리아비바생명을 매각한 후 보험사가 없다. 앞서 2008년 LIG생명보험을 인수하고 사명을 우리아비바생명으로 변경했으나, 설계사 이탈과 건전성 악화 등으로 성장에 한계를 보여주다가 다시 매각했다.

    때문에 적당한 매물을 찾으면 보험사 인수를 희망할 가능성이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해 3월 취임하고부터 줄곧 증권·보험사 인수에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신한금융 역시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사업의 균형을 맞추고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서라도 손해보험의 역량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신한금융이 신한EZ손보를 이 상태로 내버려 두지는 않을 것"이라며 "향후 M&A를 통해 규모를 키우는 전략을 계획하고 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 ▲ 보험. ⓒ연합뉴스
    ▲ 보험. ⓒ연합뉴스
    이에 금융그룹들이 올해 비은행 M&A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핵심 계열사 은행의 성장이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이를 뒷받침해줄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으로 해석된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우량매물로 꼽히던 보험사를 인수했다는 점도 고려사항이다. KB금융그룹은 LIG손보, 푸르덴셜생명을, 신한금융그룹은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각각 KB손보, KB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로 키웠다.

    실제 하나금융은 지난해 KDB생명 인수전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새로 투입해야 한다는 점에 부담을 느껴 인수를 최종 포기했다. 다만 KDB생명 인수전 무산에도 우량 비은행 매물이 있다면 언제든 M&A를 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은 유지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이 그룹의 비은행 전략에 맞는 매물이 있으면 적극 검토할 예정"이라며 "특정 부문보다 전체적인 업권에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시장에 매물 나온 보험사는 △동양생명 △ABL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KDB생명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등이 6개사가 나와 있다. 특히 롯데손해보험과 동양생명은 우량매물로 평가된다.

    한 금융그룹 관계자는 "보험사 인수가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계속 예의주시하다가 가격이 맞으면 적기에 인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국내 보험사들 역시 지난해 기대 이상의 실적을 거두면서 긍정적인 분위기가 감지된다. 보험 자회사가 있더라도 어느 금융회사에서 과감한 베팅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인수하려는 움직임은 매년 있었지만, 실적 개선이 되지 않아 인수에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지난해 새 회계기준 도입에도 보험사의 저력이 확인된 만큼 금리 인하 등 시장 상황에 따라 인수가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부동산 PF와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화 등 불확실성에 대비해 금융당국에서 충당금 적립 등 손실흡수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하고 있어 수조원을 투입해야 하는 M&A에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최근 대내외 리스크 요인이 누증하고 향후 불확실성이 산재한 만큼 M&A에 대규모 자금을 내놓을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잠재 인수 후보로 꼽히는 금융그룹들도 보험사 인수 결단을 내리기까지 여러 검토 과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