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품목 거래조건 불리하게 변경 시 가맹점주와의 협의 의무화시행령 시행 경과에 대한 충분한 검토 후 가맹사업법 개정안 논의 필요프랜차이즈업계 "필수품목 갑질 막는데 한계 있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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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식업계ⓒ연합
    가맹본부는 앞으로 필수품목을 늘리는 등 거래조건을 불리하게 바꿀 때 정해진 절차에 따라 가맹점주와 사전에 협의해야 한다. 필수품목이란 가맹본부가 자신 또는 자신이 지정한 사업자와 거래할 것을 강제하는 품목을 말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이하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23일 차관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필수품목은 가맹본부가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수단으로 활용돼 왔다. 필수품목에 마진을 많이 남기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가맹본부가 필수품목에 과도한 유통마진을 붙여 가맹점주를 착취한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 당정협의를 통해 가맹사업 필수품목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12월 필수품목의 항목과 공급가격 산정방식을 가맹계약서 필수기재 사항에 포함하는 내용의 가맹사업법 개정을 완료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으로 가맹본부는 필수품목을 확대하거나 가격을 인상하는 등 필수품목 관련 거래조건을 가맹점주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가맹점주와 협의해야 한다. 필수품목과 관련된 내용을 정보공개서 뿐만 아니라 가맹계약서에도 포함해야 한다.

    가령 가맹점주와 충분한 협의 없이 필수품목 거래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거나 관련 내용을 계약서에 명시하지 않고 거래를 강제하면 가맹사업법상 거래상대방 구속행위로 제재할 수 있게 된다. 이를 통해 가맹본부의 일방적인 필수품목 확대과 가격인상 행위를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공정위는 기대했다.

    필수품목 거래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를 포함해 가맹본부가 가맹점주와 협의해야 할 때 어떠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지를 가맹계약서에 기재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필수품목 지정, 가격변경 등 거래조건 변경 과정에서 가맹점주의 의견표출 기회가 확보되고 가맹본부의 절차 준수가 계약을 통해 보장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아울러 수소법원(소송이 제기된 법원)의 소송중지제도와 관련된 절차를 신설했다. 가맹사업법은 분쟁조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분쟁조정과 소송이 경합하는 경우 법원의 결정에 따라 조정이 있을 때까지 소송절차를 중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를 두고 있다.

    이 제도의 원활한 시행을 위해 분쟁조정협의회가 법원에 조정신청 내용을 통지하고, 소송이 중지되면 이후 조정 결과 또한 통지하도록 구체적인 절차를 시행령에 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은 처음으로 가맹본부의 협의를 의무화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면서 "가맹점주의 협상력이 강화되고 가맹분야에서 건전한 협의문화가 정착돼 필수품목 외 거래조건에 관해서도 자율적 협의가 활성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공정위는 전면적인 협의제 도입은 가맹본부의 부담을 지나치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가맹점주의 경영여건을 악화시키는 가장 큰 요인으로 지적돼 온 필수품목 거래조건의 불리한 변경에 대해 우선적으로 협의 의무를 부여했다.

    공정위는 향후 제도의 시행 경과를 면밀히 살펴보고 이를 토대로 제도의 확대 또는 개선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이러한 점에서 공정위는 지난 4월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본회의 부의 요구 처리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보다 신중한 논의를 거쳐 입법이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프랜차이즈업계에선 이런 내용의 제도 개선으로는 필수품목 갑질을 막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재로나 제품 수량이 많고 가격 변동 가능성이 높아 항목과 가격 산정 방식 기재가 사실상 어렵다"면서 "점주와 협의를 거치는 과정에서 신메뉴가 사전에 노출되거나, 의견이 엇갈려 출시하지 못하는 일들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