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계약땐 5억이던 전용 84㎡ "14.6억 내라""9년 기다린 초기조합원 등에 칼침 꽂은 처사" 사업인가 전부터 중도금납입 강요…안내면 이자 "사업비 없다면서 조합장 급여만 월 2000만원"
  • ▲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 사업 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 사업 현장. 사진=박정환 기자
    지난해 10월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며 9부능선을 넘었던 서울 영등포구 신길5동 지역주택조합사업이 대형 암초를 만났다. 고금리 여파로 전용 84㎡ 기준 최대 10억원 가까운 추가분담금이 예고되면서 자금여력이 부족한 조합원들의 자격상실 및 줄이탈 우려가 커졌다.

    24일 본지가 입수한 '조합원 분담금 현황표'에 따르면 타입별 2차 조합원 분양가는 지난 3월 기준 △51㎡ 9억466만원 △59㎡ 10억3739만원 △66㎡ 12억8928만원 △84㎡ 14억6497만원으로 책정됐다.

    조합원 모집당시 제시됐던 초기분양가보다 3배가량 뛴 금액이다.

    타입별 2차 조합원 초기분양가는 기준층(5~14층) 기준 △51㎡A 3억346만원 △51㎡B 3억422만원 △59㎡A 3억4977만원 △59㎡B 3억5024만원 △59㎡C 3억4910만원 △66㎡A 3억8426만원 △66㎡B 3억8019만원 △84㎡A 4억8125만원 △84㎡B 4억8569만원이었다.

    즉 조합원 1인당 6억~9억원 후반대 추가분담금을 떠안게 된 것이다. 

    최대 10억원에 육박한 추가분담금은 지주택사업사상 최고액이다.

    과거 사례를 보면 서울 동작구에서 추진됐던 동작하이팰리스 지주택사업이 최대 7억원, 강서구에서 진행된 송정 지주택사업이 최대 6억원 추가분담금이 부과돼 그때도 논란이 일었다.

    그동안 신길5동 지주택사업은 영등포구 첫 지주택 성공사례로 기대를 모아왔다.

    2015년 하반기부터 조합원 모집을 시작해 2021년 6월 조합을 창립했고 그해 9월말 서울시 제16차 도시·건축공동위원회로부터 사업지 일대 지구단위계획구역 지정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안을 가결받았다.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후 지주택사업이 승인을 받은 첫 사례다.

    지난해 10월엔 토지소유권을 95%이상 확보하며 영등포구 최초 사업계획승인을 획득했다. 또 지난 2월 오 시장이 '도시 대개조' 1탄으로 영등포구 등 낙후지역 개발을 앞당기는 '서남권 대개조' 구상을 발표하자 분위기가 더욱 달아올랐다.
     
    이런 가운데 추가분담금 폭탄이 예고되면서 순항하는듯 했던 사업에 찬물이 끼얹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총알'이 부족한 조합원들은 자격상실 위기에 처했다. 이 경우 조합이 신용대출 등을 알선해주기도 하지만 이미 적잖은 선납금을 납부한 상황에 추가대출까지 떠안기란 쉽지 않다.

    분담금 추가상승 우려에 조합원 이탈이 가속화할 우려도 제기된다.

    조합원 A씨는 "조합이 약속한 것은 이미 단 한번도 지켜진 적이 없다"면서 "조합원 가입시 계약금외 추가로 납입할 일이 없다고 했지만 첫삽도 뜨기 전에 중도금 납부를 몇차례나 요구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처음에는 사업원동력을 위해 중도금 납부를 요구할 때 마다 납입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당연하듯 요구하기 시작했다"며 "대출을 받지 않으면 중도금을 납부할 수 없어 여유가 되는 만큼 일부만 납입했더니 불입이자를 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한탄했다. 
  • ▲ 최초 분양가(위)와 현재 조합원분양가 비교.
    ▲ 최초 분양가(위)와 현재 조합원분양가 비교.
    또 다른 조합원 B씨는 "조합장 월급이 2000만원"이라며 "연봉이 아니라 급여다. 어느 재건축, 재개발, 지주택 사업장도 이렇게 급여가 높은 조합장이 있다는 얘길 들어보지 못했다"고 힐난했다. 

    이어 "사업이 지지부진 한 것도 성공보수가 아닌 월급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도 든다"고 덧붙였다. 

    조합원 C씨는 "초기조합원과 일반분양자간 분양가 차이가 1억밖에 되지 않는다"면서 "9년 가까이 있는 돈 없는 돈 납입해 가면서 사업추진에 보탬을 줬는데 그동안 내가 뭘 했나 싶다. 사업비가 없다면서 조합 집행부들끼리 호텔에서 연말 송년회도 했다는 얘기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조합장과 집행부의 이 같은 행위는 9년간 묵묵히 기다려온 조합원 등에 칼침을 꽂은 것과 다름없다. 능력이 없으면 자리를 내려놓는 것도 현명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조합원 분양가도 사업지 인근 시세수준으로 치솟아 '저렴한 내집마련'이라는 지주택사업 취지마저 무색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사업지 인근 '래미안 에스티움' 84㎡ 매물은 지난 11일 14억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신길5동 조합원 분양가보다 오히려 낮은 액수다.

    인근 K공인 관계자는 "그동안 들여온 시간과 가격 등을 비춰봤을때 조합원 실익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억대 추가분담금이 부과되더라도 주변단지 시세가 더 비싸면 시세차익을 노려볼 수 있겠지만 현 상황은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면 준공시점에 신축 프리미엄이 더해질 수 있고 교통인프라도 준수한 편이라 가격 상승폭이 커질 가능성은 있다"고 덧붙였다.

    조합은 최근 몇년새 금리가 가파르게 뛰어 추가분담금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장세웅 신길5동 지주택조합장은 "재작년부터 시작된 고금리 기조로 우리 사업장이 이용하는 대출이자가 3~4%에서 12~13%까지 올랐고 그만큼 이자리스크가 커졌다"며 "예컨대 한달에 20억~30억원 하던 이자가 100억원까지 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가분담금 경우 시공사가 사업비를 120% 측정해 결정된 것"이라며 "즉 20% 정도는 공기를 앞당기거나, 남아있는 토지매입대금을 절감해 상당부분 '세이브'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우선 조합은 내달 PF대출을 실행한뒤 본격적인 일반분양 및 착공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분양일정은 당초 계획했던 오는 10월에서 내년초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업시공사인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내달초 본PF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며 "본PF와 함께 책임준공을 같이 진행할 계획으로 분양은 내년초 실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신길5동 지주택사업은 영등포구 신길동 413-8번지 일원 6만4899㎡ 부지에 지하 3층~지상 35층·16개동·2030가구를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신동아건설, 현대건설을 거쳐 지난 3월 포스코이앤씨를 시공사로 선정하고 도급계약을 체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