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금공, 커버드본드 지급보증 개시…재유동화도 추진금융위 "낮은 금리의 장기‧고정금리상품 기대"예대율도 개선…10년 이상물 인정한도 1% 추가정부 독려에도 차화발행만…커버드본드 잔액 제자리 머물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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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장기 고정금리 비중을 높이기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지급보증과 예대율 완화 등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 활성화 방안을 마련했다.

    금융당국이 커버드본드 발행을 활성화하려는 이유는 은행도 안정적인 장기 자금 조달이 가능해야 장기‧고정금리 상품을 출시‧판매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가계부채의 금리 변동 리스크 완화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방안에 따라 은행권은 하반기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실상은 만기 물량에 대환 차환발행으로, 시장 활성화라기보단 현재 발행 스탠스를 유지하는 수준이라 장기‧고정금리 대출 상품 출시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 지급보증‧예대율 완화…당국, 커버드본드 활성화 

    금융위원회는 27일 은행연합회에서 주금공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참여하는 ‘민간 장기모기지 활성화를 위한 커버드본드 지급 보증 업무협약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주금공은 은행의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에 대한 지급보증 서비스를 개시했다.

    커버드본드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우량자산으로 분류되는 주택담보대출 등을 담보로 발행하는 일종의 담보부채권이다. 은행의 신용으로 발행하는 은행채에 담보까지 더한 형태다. 

    이번에 개시된 지급보증 서비스는 은행의 신용과 담보에 주금공의 신용까지 더해 발행금리를 한번 더 낮춰 준다. 금융위는 이를 통해 동일 만기 은행채 대비 발행금리가 최대 21bp(1bp=0.01%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은행이 조달금리 인하분을 장기·고정금리 상품 금리에 녹여낼 경우 소비자에게 보다 낮은 금리로 장기 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주금공은 커버드본드 재유동화 프로그램도 추진하기로 했다. 커버드본드 재유동화 프로그램은 은행이 발행한 만기 10년 커버드본드 등을 주금공이 매입해 자기신탁을 통해 유동화증권을 발행·매각하는 프로그램이다. 

    현재 시장에서 소화가 어려운 장기 커버드본드를 주금공이 직접 매입함으로써 은행은 장기 커버드본드 발행·매각이 용이해지고 이를 통해 조달된 장기자금을 현재 정책모기지로 제공이 어려운 시가 6억원 이상의 주택에 대한 장기·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을 공급하는데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번 지급보증 서비스 출시에 맞춰 커버드본드를 발행 금융기관에 대해 유인책도 제공한다. 은행의 예대율 산정시 만기 5년 이상 커버드본드 잔액을 최대 1%까지 예수금으로 인정해 주고 있는데, 오는 9월부터 만기 10년 이상 커버드본드 잔액에 대해 별도로 1% 인정한도를 추가 부여할 계획이다. 은행은 10년 이상 장기로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경우 대출 여력이 높아지는 효과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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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행권, 정부 독려에도 차환 발행으로 시늉만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활성화 방안에 발맞춰 주금공과 원화 커버드본드 발행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우선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이 하반기 중 주금공 지급보증을 받아 각각 5000억원, 4000억원 규모의 커버드본드를 발행할 계획이다.

    다만 이번 발행은 지난 2019년 발행한 커버드본드가 만기를 맞이한데 따른 차환 성격이다.

    신한은행은 오는 10월과 12월 각각 2000억원, 3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하고 국민은행은 이미 지난 14일 만기를 맞아 일단 상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SC제일은행과 우리은행도 2019년 발행한 커버드본드 만기가 도래해 차환 발행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은 지난 2014년 도입됐는데, 2019~2020년 은행들의 반짝 발행이 이어진 이후 참여율이 저조해 사실상 공백 상태가 이어져 왔다.

    발행이 불규칙한데다 규모(11조6000억원)도 여전히 많지 않고, 투자수요 역시 미미한 상황이다.

    원화 커버드본드 시장 활성화가 어려운 이유는 복합적이다. 통상 채권은 만기가 길수록 조달 금리가 올라간다. 은행들이 단기 채권을 두고 굳이 더 비싼 장기조달에 나설 요인을 찾기 어렵다. 특히 국내 채권시장에서 은행의 신용은 국고채 다음으로 높아 추가적인 금리 혜택이 발행기관이나 투자자 모두에게 매력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기적으로 올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점쳐지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기 채권은 금리가 낮은 시점에 유리한데, 향후 금리가 내려갈 경우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이날 협약식에 참석해 국내 가계부채의 질적개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은행들이 커버드본드 발행에 적극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양적인 측면과 함께 질적구조 측면에서 아직도 높은 변동금리 비중이 리스크로 꼽히고 있다”면서 “현재 시중은행 주담대 대부분이 변동·혼합형 금리 상품으로 구성돼 있어, 금리 리스크를 회피하고 싶은 소비자들은 자산·소득요건이 엄격한 정책모기지 외에는 장기·고정금리 주담대 상품에 대한 선택지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장기·고정금리 상품을 독려하는 방향성에 대해 일부에서 의문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장기·고정금리 상품 확대는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으로, 오히려 커버드본드는 그 자체로 안정성이 높고 충분한 수요 확보와 추가적인 신용보강을 함으로써 발행금리를 상당히 낮출 수 있으므로 금리인하기에도 소비자에게 변동금리 대비 경쟁력 있는 금리의 고정금리 상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시의성이 크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