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롯데·현대백화점 주가 연일 약세금융·자동차 등 저PBR株 대비 상승세 주춤경쟁력 확보·수익성 개선·주주환원책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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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이 본격화된 가운데 한때 주목받았던 유통주는 되레 힘이 빠지는 모양이다. 밸류업의 주요 키워드인 주주환원 정책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 것이 투심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통 대장주들의 주가는 대부분 약세를 걷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날 기준 한 달 새 6.59% 하락했다. 지난 2월 밸류업 정책에 상승폭을 키웠던 당시 9만 원선까지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28% 이상 내려앉았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도 한 달 사이각각 3%, 5% 넘게 빠졌다. 이마트 주가도 4% 가까지 하락했다. 3개월 전과 비교하면 이들 각각 14%, 15%, 29% 떨어진 수치다. 앞서 유통 종목들은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의 수혜주로 꼽히며 지난 1월 중순 이후 20% 이상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롯데쇼핑과 신세계, 이마트, 현대백화점 등 국내 주요 유통기업들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2∼0.4배 수준에 불과하다. PBR이 1배 미만이라는 의미는 회사가 자산을 모두 팔고 사업을 청산했을 때의 가치보다 주가가 낮다는 것으로 그만큼 기업 가치가 저평가돼있다는 걸 의미한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재 유통주 중 PBR 1배 미만 종목 중 ROE가 10%를 넘는 경우는 없고, 현대백화점을 제외한 모든 기업들의 부채비율이 100%를 상회한다"며 "본업에 대한 실적도 하향되고 있고 재무건전성도 취약한 만큼 우려 상쇄가 우선"이라고 말했다.

    편의점 대장주도 마찬가지다. GS리테일은 2월 2만295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현재 14% 이상 빠진 1만9570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같은 기간 14만 원대까지 올랐던 BGF리테일의 주가는 현재 11만원 대로 내려앉으며 연일 파란불을 켜고 있다. 

    이들과 함께 저PBR 업종으로 꼽힌 은행·보험·자동차 관련주와 범유통권으로 분류되는 화장품·식품 등의 주가가 연일 상한가를 치솟고 있다는 점에서 비교되는 대목이다. 시장에서는 유통주가 기업가치 상승 한계에 부딪혔다고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여기에 그간 정부의 잇따른 유통규제와 온라인 공세에 따른 시장 위축으로 성장이 둔화하면서 실적이 악화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마트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지난해 469억 원의 적자를 냈다. 롯데쇼핑도 5년째 매출액이 감소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실적개선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올해 유통업체들은 주총에서 배당확대 등을 내놨지만 이 외 투자자들의 투심을 자극할만한 주주환원책은 부재했다는 게 시장의 평가다.

    서정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기존 대형 유통사들이 성장을 위한 전략, 수익성 회복을 위한 노력, 시장 변화에 걸맞은 대응을 적극적이고 절실하게 실행하지 않는다면 열렬한 밸류업 구호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맥을 못 출 가능성이 높다"라고 짚었다.

    박신애 KB증권 연구원은 "유통종목의 향후 핵심은 주주환원율 제고 여력과 기대 배당수익률인데 재무 건전성이 다소 취약한 기업들도 있어 주주환원을 위한 재원 마련이 원활할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구조적인 문제들에 대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다면 테마형처럼 단기 주가 급등 후 하락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