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1.4兆 재산분할 여파… '6兆'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창업자 이혼소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에게 1조 3808억원의 재산 분할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단이 나오면서 재계에 파장이 일고 있다. 1심 판결보다 크게 늘어난 재산분할 규모에 이혼소송을 겪고 있는 권혁빈 스마일게이트그룹 창업자(최고비전제시책임자·CVO)가 보유한 6조원 재산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가사2부(재판장 김시철)는 지난달 30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항소심을 진행했다. 재판부는 원고(최 회장)가 피고(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 재산분할로 1조 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2022년 12월 1심이 인정한 위자료 1억원과 재산분할 665억원에서 20배 넘게 늘어난 금액이다. 재산분할은 현재까지 알려진 역대 최대 규모다. 재판부는 노 관장의 재산 형성 기여도를 최 회장과 합계 재산 4조원 가운데 35%에 해당한다고 인정했다. 1심을 뒤집은 이번 판결로 '세기의 이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고 있다. 

이에 국내 9위 자산가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CVO의 이혼 소송에도 관심이 쏠린다. 주식 등 특유재산까지 재산분할 대상으로 포함시킨 판례를 감안했을 때 최 회장과 노 관장을 뛰어넘는 액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권 CVO의 재산은 35억 달러(약 4조 8286억원) 수준으로, 대한민국 50대 부자 순위 9위로 평가했다. 일각에서는 스마일게이트그룹 기업가치를 10조원 안팎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비상장사임을 고려했을 때 권 CVO의 재산을 최대 6조 7000억원 대로 추산한다.

권 CVO는 부인 이 씨와 2001년 혼인했으며, 2002년 스마일게이트를 공동 창업했다. 당시 스마일게이트 지분을 권 CVO가 70%, 이씨가 30%로 나눠 보유했다. 이 씨는 2002년 7월부터 11월까지 스마일게이트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향후 지분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권 CVO는 2010년 말 지분 100%를 보유한 스마일게이트홀딩스를 설립, 지주회사 체제로 개편했다. 현재 스마일게이트그룹은 지주회사 스마일게이트홀딩스가 스마일게이트엔터테인먼트(100%), 스마일게이트RPG(100%),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99.6%) 등 8개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구조다.

이 씨는 2022년 11월 서울가정법원에 이혼소송을 제기하며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지분의 절반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권 CVO를 상대로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인용했다. 권 CVO는 이혼소송 기각을 요청한 상태로, 서울가정법원 가사3부는 재산 감정 절차에 들어간 상태다.

업계에서는 수조원으로 예상되는 스마일게이트그룹의 기업가치에 따른 재산 감정 결과에 주목하고 있다. 여기에는 PC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를 제작한 스마일게이트RPG의 몸값이 관건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스마일게이트RPG는 지난해 매출액 5237억원, 영업이익은 2690억원을 기록한 그룹의 캐시카우다.

또한 스마일게이트그룹 설립 당시 이 씨가 기여한 평가가 얼마나 인정받을 지도 관건이다. 스마일게이트 관련 재산은 두 사람이 결혼한 이후 형성된 만큼, 이 씨의 경영 참여가 입증되면 스마일게이트홀딩스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다. 이 씨 변호인측은 결혼 이후 스마일게이트의 재산이 불어난 데다가, 20년 넘게 자녀 양육을 했다는 점에서 권 창업자가 유책 배우자라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도 재산 감정 결과, 회사 기여도 부분, 유책주의 등에 대한 부분에서 판가름이 날 것으로 내다본다. 가령 권 CVO 재산이 6조원으로 평가받고, 이 씨가 유책 배우자로 인정받을 경우 3조원을 재산분할로 지급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권 창업자 왕국으로 불리는 스마일게이트그룹의 지배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재산분할 판결이 이뤄지면 이 씨가 해당 지분을 외부에 매각할 경우 외부 투자자의 경영 참여도 가능해진다"며 "경영권 방어를 위한 권 CVO의 항소도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