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최대 수혜주, 1000달러 천장 뚫자 액면분할낮아진 주당 가격…유동성 증가로 주가 상승 기대테슬라, 두 번째 액면분할 후엔 주가 하락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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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주식 투자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인공지능(AI) 열풍의 최대 수혜주로 주가가 고공행진하던 엔비디아가 최근 액면분할 호재로 주가 상승에 탄력을 받았다는 기사를 보신 적 있으실 겁니다. 

    '호재'라는 단어가 따라붙은 것을 보니 뭔가 좋은 느낌인 것 같긴 합니다. 

    대체적 호재로 인식되는 액면분할(Stock split)에 대해 알아보도록 할텐데요, 액면분할이 무엇인지 알아보기에 앞서 액면가에 대해 짚고 가야 합니다. 액면가액은 회사가 주식을 처음 발행할 때 정한 1주당 가격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A주식의 액면가가 1000원이라면 이 주식의 표면적 가치는 1000원이죠. 

    액면가는 처음 발행주식 수를 결정할 뿐 기업의 가치와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A기업과 B기업이 각각 주식을 발행해 주주들로부터 투자금, 즉 자본금(액면가X발행주식 수)을 똑같이 각각 1000만원을 모은다고 가정한다면 액면가가 1000원이냐, 혹은 500원이냐 등에 따라 각 기업의 발행주식 수가 달라지는 것일 뿐입니다. 

    실제 주식 시장에서 중요한 건 현재의 주가, 즉 시장가격입니다. 주식은 시장에서 거래되면서 새롭게 가격이 형성되는데요. 시장가는 회사의 실적, 경제 상황, 투자자의 수요와 공급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결정됩니다. 

    다시 액면분할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액면분할은 액면가액을 일정한 분할비율로 나눠서 주식 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1주당 액면가액이 1000원인 주식을 액면가액이 200원인 주식 5개로 쪼개는 거죠. 주식의 총 수는 증가하지만 각 주식의 액면가는 줄어듭니다. 총액은 그대로이고요. 

    두 경우 회사의 가치, 즉 자본금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우리가 추운 겨울 이불 속에 누워 샛노란 귤을 까먹는다고 빗대어보면 한 입에 그 귤을 통째로 털어넣든, 한 알씩 쪼개어 먹든 결국 귤 하나를 먹는 건 똑같은 것이죠. 

    이번에 10대1 주식 액면분할을 단행한 엔비디아를 사례로 보면, 액면가는 10분의 1로 줄어드는 대신 발행주식 수는 10배 많아지는 겁니다. 엔비디아 주주들은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주식에 대해 주당 9주씩을 더 받습니다. 

    결국 가치는 같은데, 주식 수만 10배 늘어나는 이것을 엔비디아는 왜 한 걸까요? 액면분할의 대표적인 효과, 바로 유동성의 증가를 노린 것입니다.

    5년 전 주당 50달러 미만이었던 엔비디아의 주가는 어느덧 1000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는데요. 소액투자자들에게 비싼 주식은 그 자체로 투자 유인을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이 비싼 주식의 가격이 다시 100달러 수준으로 낮아지면 개미투자자 매수세가 더욱 몰릴 수 있겠죠. 액면분할이 대표적인 주가 상승 요인이 되는 것도 이때문입니다. 

    엔비디아의 액면분할은 2000년, 2001년, 2006년, 2007년, 2021년에 이어 이번까지 총 6번째입니다. 10년간의 엔비디아의 주가 차트를 보면 주가는 분할 이후 상승과 하락을 반복했지만 결과적으로는 꾸준히 우상향했습니다. 

    이번 주식 분할로 엔비디아가 다우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주가가 더 꾸준히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엔비디아는 지난 10일(현지시각) 10대 1 주식 액면분할 실시 후 첫 거래가 이뤄졌는데요. 이날 시장의 관심은 단연 액면분할한 엔비디아의 주가 상승 여부였습니다. 액면분할 첫날 엔비디아는 전일 대비 0.75% 상승했습니다. 다만 지난밤엔 다시 0.71% 하락하며 일단은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왔습니다.

    미국 증시에서 과거 데이터를 따지고 보면 전반적으로는 액면분할 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았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데이터에 따르면 액면분할을 한 주식은 1년 후 평균 25.4% 급등했는데요. 이는 일반 주식 수익률인 12%의 두 배가 넘습니다.

    소액 주주 입장만큼이나 회사 입장에서도 장점은 있습니다. 액면분할은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이 됩니다. 유통 주식이 많아지면 인수 합병 시 노출되는 위험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런 장점을 좇아 기업들은 액면분할을 하게 되는데요. 

    다만 '액면분할 = 주가 상승' 공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과거 2차례 액면분할을 진행한 테슬라의 사례를 봐도 그렇습니다. 지난 2020년 500달러 수준이던 주가를 100달러로, 5대1 액면분할 했던 테슬라는 이후에도 회사 성장 가도 속에 주가가 고공행진했었지만 지난 2022년 약 890달러에서 296달러로 3대1로 액면분할했던 테슬라 주가는 경기침체 위기, 성장 부진 등과 맞물려 우하향했습니다. 지난 11일 기준 테슬라의 주가는 170달러입니다.

    단점도 있습니다. 액면분할로 인해 주식의 가격이 낮아진 만큼 누구나 쉽게 접근이 가능하게 되고,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주가 변동성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 세계에서 가장 비싼 주식인 버크셔해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은 1984년 주식 액면분할과 관련해서 유명한 말을 남겼는데요. 당시 버핏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주식 분할을 한다는 이유로 주식을 매수하는 부류의 투자자는 주주가 되지 않았으면 한다. 기업 가치와 무관한 이유로 주식을 매수하는 사람은 기업의 가치와 상관 없는 이유로 주식을 매도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버핏은 액면분할에 부정적인 입장을 펼친 것이죠.

    서학개미들은 엔비디아의 액면분할에 대한 우려보단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액면분할 결정이 발표된 지난 5월 23일부터 6월 10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엔비디아를 3억6342만달러(5006억원) 순매수했는데요. 매수 금액으로는 17억7839만달러(2조4500억원)에 달합니다. 주가의 추가적인 상승에 베팅한 것이죠.

    AI 열풍에 힘입은 호실적에 액면분할 호재까지 더해진 엔비디아의 주가가 과연 얼마나 상승할지 지켜볼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