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연준이 (11월 이전 금리인하) 해선 안되는 일이라고 잘 알고 있다"트럼프 피격 후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도↑… 집권 땐 '제한적 금리인하' 예상이창용 총재 “깜빡이 켜고 차선 변경” 언급… 시장에선 이르면 8월 인하 예상트럼프 발언으로 한은 기준금리 인하 신중론으로 바뀔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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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간 통화정책의 디커플링(탈동조화) 현상을 점치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다시 집권하는 경우 향후 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폭이 제한적일 것으로 관측되는 반면 한국은행은 최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향해 오는 11월 대선 전 기준금리 인하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이에 따라 당초 9월 유력시되던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가 늦춰질 거란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으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계가 늦춰질 경우 한은 역시 신중한 입장으로 방향을 틀 거란 분석도 나온다.17일 금융권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연준의 대선 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어쩌면 그들이 11월 5일 선거 전에 할 수 있겠다. 그것은 그들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준금리 인하 전 에너지 비용을 낮춰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미국의 정책금리 인하 폭 제한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3일 연설 중 총격에 부상을 입은 사건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게 평가되면서 나타났다.트럼프 전 대통령은 감세와 함께 재정 지출을 늘려 미국 내 경기를 강하게 하는 정책 조합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만큼 시장은 미 금리 상승, 달러 강세에 베팅하고 있다.이로 인해 글로벌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지고 원·달러 환율이 1400원선을 향해 상향 조짐을 보이고 있다.반면 한은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을 강력히 시사했다.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 조성됐다"고 말해 기준금리 논의 가능성을 내비쳤다.최근 물가흐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가계부채 등) 금융안정에 대한 고려가 5월보다 훨씬 더 컸다”며 “금리를 유지하는 기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해 가계부채 문제가 실제 금리인하를 위한 마지막 관문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이번 통화긴축기에 접어든 이후 물가안정에 자신감을 드러내며 처음으로 ‘금리 인하 검토’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시장에서는 한은이 이르면 오는 8월 조기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이란 예상이 나왔다.한은이 조기 금리인하에 나설 경우 한미 간 통화정책의 디커플링 현상이 현실화하는 것이다.그러나 '트럼프 피격' 사건으로 인한 여파와 환율 변동성 확대가 우려되는 상황이라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게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트럼프 피격 사건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을 더 높였기 때문에 금리 향배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에 힘이 실리고 있는 것이다.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트럼프 피격사건이 없었다면 미국의 물가나 노동시장 안정화에 따라 오는 9월 미국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컸지만 피격 사건으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현재로선 금리 추이를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이어 “원‧달러 환율의 저평가가 길어지는 상황에서 미국보다 우리나라가 금리를 먼저 내릴 경우 부담이 크기 때문에 한은이 금리를 빠르게 내리기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올해 안에 미국이 금리를 내리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집권한 이후 금리를 낮춰 경기를 부양하면서 본인의 성과를 내고 싶을 것”이라며 “때문에 지금 당장 금리 낮추지 않고 이르면 내년 초에 금리를 낮추고 싶어 할 것”이라고 짚었다.미국 중앙은행(Fed)이 통화정책의 척도로 삼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추이가 금리인하 시기의 가늠자가 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서지용 교수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다소 안정됐지만 여전히 높은 상황으로 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소비자물가지수에 대해 높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다만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완만하게 떨어진다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