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조 규모' 체코 신규원전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두산에너빌리티·한국전력·우리기술·우진 등 급등세'유럽진출 교두보·美 대선 호재' 원전주 장밋빛 전망
  • ▲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대우건설
    ▲ 체코 두코바니 원전 전경ⓒ 대우건설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자력발전소 수주전에서 한국 기업들로 꾸려진 '팀코리아'가 승리하면서 'K-원전주'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향후 15년 이상 국내 원전 생태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역대 최대 규모의 원전 수출인 만큼 호실적 가능성도 커진 가운데 투자자들의 원전주 베팅이 지속될지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18일 정부에 따르면 체코 정부는 17일(현지시간) 회의를 열어 한수원을 신규 원전 2기 건설 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이번 수주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5년 만에 역대 두 번째 원전 수출로 유럽 시장에서의 교두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이에 국내 원전주 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원전 수주 소식과 함께 일제히 급등 중이다. 대장주인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날 장 시작과 동시 전 거래일 대비 13% 이상 올랐으며 한전기술(19.71%), 한전KPS(14.76%), 우리기술(16.26%), 대우건설(5.38%) 등도 모두 상승폭을 키우고 있다. 다만 이들은 장 초반 이후 상승폭을 반납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앞서 신규 원전 수주 기대감에 원전 관련주 주가는 상승 곡선을 그린 바 있다. 이번 수주전은 2022년 3월 체코전력공사의 두코바니 5호기 건설 사업 국제 공개경쟁 입찰 공고로 시작됐다.

    당시 한수원과 프랑스전력공사(EDF), 미국의 웨스팅하우스가 입찰서를 제출했다. 올해 1월 체코전력공사가 입찰 규모를 원전 4기로 확대하자 웨스팅하우스가 입찰을 포기하면서 프랑스와 '2파전'으로 경쟁 구도가 좁혀졌다.

    이후 팀코리아에 참여한 기업들을 포함한 원전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올해 들어 두산에너빌리티, 한전기술 주가는 각각 33.65%, 23.35% 올랐다. 한전KPS와 비에이치아이 주가도 같은 기간 각각 10.43%, 14.44% 상승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수주가 바라카 원전 당시 주가 흐름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이른바 '1차 원자력 붐' 일었던 2008년부터 2011년까지 과거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에도 관련주들은 크게 올랐다. 특히 수주 전 기대감에 따른 주가 선반영 이후 차익실현 매물이 쏟아져 나올 것이라는 분석과 달리 한 달 이상 추가 강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KB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두산에너빌리티(前 두산중공업) 주가는 수주 발표 후 3개월간 21.65% 상승했으며, 같은 기간 한전기술과 한전KPS도 각각 61.22%, 37.89%씩 뛴 바 있다. 바라카 원전 수출 계약 직전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한전기술의 경우 9거래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리며 공모가(2만1600원) 대비 2배를 웃도는 주가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체코 원전 수주 사업이 바라카 원전(20조 원) 규모 보다 높다는 점에서 상승 여력이 더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체코 원전의 총사업비는 24조 원으로 이 중 순공사비는 13조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사별별로 보면 △두산에너빌리티(주기기, 주설비공사 등 8조5480억 원) △한전기술(계통설계 등 1조8060억 원) △한전KPS(시운전·가동전 정비 등 8930억 원)로 추산된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원전주의 추가적 강세를 기대한다"며 "지금은 2009년 UAE 바라카 원전 수주 당시 발표 20영업일 전부터 발표 시점까지 원전 관련주가 20~30% 강세였던 흐름과 유사하다"고 밝혔다.

    허민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팀 코리아가 체코 원전을 수주한다면 정치적 영향이 크게 작용할 수 있는 유럽 시장에서 K-원전의 가격과 공기 준수 경쟁력이 발휘될 수 있다는 의미다"며 "앞으로 폴란드 이외에도 올해 2분기 이후 입찰 예정인 UAE·네덜란드·영국·튀르키예 등에서의 원전 수주 가능성도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주 이슈를 제외하더라도 중장기적 원전주의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탈탄소 기조와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데이터 센터 확대 등으로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재평가받고 있어서다. 여기에 미국 주요 대선 후보자들이 원전 정책에 적극적인 공약을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호재로 꼽힌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원전 배치 가속화 법안'에 서명한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도 기존 원전을 계속 가동하는 동시에 혁신적인 소형모듈원자로(SMR)에 투자해 원자력에너지 생산을 지원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박윤철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전은 AI 수요 증가에 따른 전력 문제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AI의 장기적 성장성을 고려할 때 원전 수요는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근 인플레이션 기조는 둔화했으나 여전히 높은 절대 레벨인 점을 고려하면 비용 절감에 용이한 원전 확대는 불가피하다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