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장관 "관계 부처 협의, 하반기 요금 정상화할 계획"한전 재무상황·물가 안정세 등 고려 전력성수기 이후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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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상반기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했던 정부가 3분기 가스요금 인상에 이어 4분기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물가 등 국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그간 요금 인상을 유보했지만 오랜 기간 원가 상승 등 요금 인상 요인이 누적되면서 더는 버티기 어려운 한계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29일 정부에 따르면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4분기 적용될 전기 요금의 인상 여부와 인상 폭 등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 부담을 고려할 때 전력 성수기인 여름이 지난 시점에 요금 인상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다. 한전의 재무 상황이 여전히 좋지 않고 물가 안정세에 접어든 상황도 검토 배경이다.안덕근 장관도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민생 상황이나 국내 물가 상황을 봤을 때 전력 수요가 폭증하는 하절기에는 전기요금 정상화를 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하절기가 지나고 관계 부처와 협의해 전기요금 정상화 수준과 적절한 시점을 협의해 하반기에 요금 정상화를 할 계획"이라고 언급했다.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기준연료비),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매 분기 시작 전 달의 21일까지 정해지는 연료비 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간 유연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전기요금에 탄력적으로 반영하는 식이다.한전은 3분기(7~9월)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지난 분기와 같은 1kWh(킬로와트시)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2022년 3분기 이후 9분기째 연료비 조정단가를 동결 중이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지난해 11월(㎾h당 10.6원) 이후 더는 올리지 않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 필요성에 대해 충분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정부가 여름철 증가하는 냉방 수요를 고려해 동결 결정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하지만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해서는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전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급등 시기 원가 밑으로 전기를 공급해 2021∼2023년 연결 기준 43조원의 적자가 쌓였다. 부채비율은 2020년 133%에서 2023년 543%까지 불어났다. 지난해 연결 기준 총부채는 203조원으로, 지난해 이자 비용으로만 4조5000억원을 썼다.연말께 회사채 발행까지 어려워질 수 있어 송전선로 등 필요한 시설 투자에 타격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지난 24일 전력망 적기 확충을 위한 혁신 대토론회에서 "인공지능 확대와 전기화에 속도가 붙고 있지만, 이에 대비하기 위한 전력망 투자 비용이 앞서 수립된 전력기본수급계획 10차에서 예측한 56조5000억원을 넘을 것"이라며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고 국민 경제 안정을 위해 전력망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미래 먹거리가 될 반도체와 바이오, 인공지능 등 첨단 산업이 모두 전력 산업 기반에 존재한다. 하지만 한전의 현재 여건상 투자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최소한의 전기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전력당국은 4분기가 요금 인상 적기로 보고 있다. 여름철 전력 성수기가 끝나 전력 사용량이 줄어드는 시점이고, 최근 3개월 소비자물가가 2%대로 안정 추세를 보이는 점도 그렇다. 또 한전의 악화된 재무 구조를 계속 방치하기엔 더 큰 손실이 우려되기도 한다.요금 인상이 한전 재무 개선에 숨통을 트이게 하겠지만 전기요금이 장기간 동결됐던 만큼 소폭 인상에 그친다면 효과성이 떨어질 시각도 있다. 가정용 전기요금은 지난해 상반기 합쳐 ㎾h당 21.1원이 인상됐지만 이는 한전 적자 해소를 위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 전체 인상폭(51.6원)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4개 분기 연속 흑자 지속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정상화까지는 갈 길이 멀어 보인다"면서 "현재로서 추정되는 연간 6조 원대의 영업이익으로는 동사의 정상화를 기대하기에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그러면서 "이익 개선을 위해서는 에너지 가격의 급락과 같은 매크로 변수에 의존하거나 전기요금을 인상하는 방법 뿐"이라고 덧붙였다.한편 산업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공공요금 부담이 커질 것을 우려, "에너지바우처 지원단가를 상향하고 지원기간을 연장하는 등 에너지 복지를 더욱 두텁게 만들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