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턴 실패 관측 속 '전공의 없는 병원' 지속 우려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담긴 중환자만 받는 '빅5병원' 화두흉부외과 등 필수의료과 전멸 상황 … 이대로면 환자 치료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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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 기자
    하반기 전공의 모집이 실패로 돌아갈 공산이 큰 가운데 기존 의료전달체계에 없었던 '4차병원'을 만들어 중환자만 집중치료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다만 이 방식은 의료대란이 없던 시기에 나왔던 대안으로 당장 환자 치료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선 의료진들은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등 붕괴 상황인 기피과 현황을 파악해 전공의 1명이라도 복귀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았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에 마감되는 가을턴 모집에 응할 전공의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는 5개월 넘게 이어진 의료대란이 지속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은 의료진은 번아웃을 겪고, 환자는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정부는 전문의 중심 병원을 만들고 기존 1~3차로 이어지는 의료전달체계에 4차 병원 등급을 새로 만들어 중환자만 보도록 하는 방안을 지난 2월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를 통해 발표한 바 있다. 

    이날 조선일보에 따르면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빅5병원의 기능을 기존 3차병원이 의뢰한 중환자만 치료하는 4차병원으로 전환하는 방식을 검토 중이다. 

    환자 수를 줄이면 전공의 부재 속에서도 안정적 진료체계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도출된다. 하지만 급격한 환자 쏠림현상이라는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때 발생하는 병원의 경영 손실분에 대한 보상도 고려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여러 변수를 고려한 4차병원 제도의 도입의 필요성은 인정되나 당장 시급한 문제는 지역, 필수의료과의 붕괴다. 기피과 전공의 부재는 급격하게 환자를 살릴 의사 자체가 사라진다는 얘기다. 

    결국 4차병원에 고난이도 필수의료 의사가 전부 몰리는 현상이 나타날 수밖에 없다. 즉, 지방에서 최종진료를 이행하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료전달체계의 본질적 목표가 퇴색될 우려가 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국민 생명권과 직결된 필수의료과 의사들이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곳이 흉부외과로 전국적으로 전공의는 12명밖에 없다. 내년에 전공의는 단 6명만 배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소속 모 교수는 "흉부외과의 열악한 상황이 다른 필수의료과로 번지는 경향이 있었다"며 "의대증원의 잘잘못을 따지고 과학적 근거를 논하는 등 시간을 허비하면 환자는 죽게 된다. 이 문제를 분명히 인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의료제도의 중장기적 개편에 앞서 흉부외과를 비롯해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신경외과, 응급의학과 등 의사 인력 현황을 전수조사하고 당장 내년부터 어떤 상황으로 치닫게 되는지를 분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필수의료과에 단 1명의 전공의라도 더 복귀해 전문의로 길러내도록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일단 복지부 차원서 각 진료과별 TF를 구성 등 어떤 방식으로든 복귀를 위한 대안을 만들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흉부외과는 그야말로 전문의 중심 체계로 유지되는 분야"라며 "연간 2만건의 수술을 가능하게 하는 전제조건은 교수진들의 극한 당직과 번아웃 구조에 있었다. 이 문제를 감내하지 않는다면 4차병원이나 전문의 중심병원 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