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發 'R의 공포' 확산문 열자 마자 패닉셀링"바닥이 어디냐" 술렁'당분간 조정 지속" 우울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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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스피가 3개월 만에 장중 2600선이 붕괴됐다. 코스닥 역시 3% 이상 급락하고 있다.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증시도 연일 직격탄을 맞는 모습이다.

    ◆ 국내 증시 급락 지속…오전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 발동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20분 기준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38.17인트(5.16%) 하락한 2538.02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4.89포인트(2.42%) 내린 2611.30으로 출발해 낙폭을 키우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장 중 2600선 밑에서 움직인 건 지난 4월 19일 이후 약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코스피 지수가 급락하면서 프로그램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사이드카)가 발동했다. 이날 오전 11시께 코스피200선물지수의 변동으로 5분간 프로그램매도호가의 효력이 정지됐다.

    코스피 사이드카는 코스피200선물 가격이 기준 가격 대비 5% 이상 하락해 1분간 지속되는 경우 발동된다. 발동 시점 당시 코스피200선물지수는 전일종가보다 18.65포인트(5.08%) 하락한 348.05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시총 1위 삼성전자(-4.40%)가 급락하고 있는 가운데, SK하이닉스(-2.42%), 삼성바이오로직스(-1.32%), 현대차(-3.28%), 기아(-4.30%), 셀트리온(-1.96%), KB금융(-4.56%), POSCO홀딩스(-1.82%), 신한지주(-5.60%) 등이 모두 내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6790억 원을 순매도하며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 반면 개인과 기관은 각각 5508억 원, 1120억 원 매수 우위를 보이고 있다.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외국인은 7040억 원을 순매도하는 등 자금 이탈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9.90포인트(3.84%) 내린 749.43에 거래 중이다. 코스닥 또한 전 거래일보다 13.76포인트(1.77%) 내린 767.57에 개장해 낙폭을 확대, 750선이 무너졌다.

    국내 증시가 연일 급락세를 기록하는 건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다. 미국 증시가 2거래일 연속 급락한 점이 국내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앞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각)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1.51%), S&P500(-1.84%), 나스닥(-2.43%) 등 3대 지수는 급락했다. 미국 고용시장 위축과 실업률 상승 속에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증시가 이른바 '패닉'에 빠진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S&P500 지수는 지난주 기준 일주일간 2.06% 하락, 3주 연속 약세를 기록했다. 나스닥은 7월 사상 최고가 대비 10% 이상 하락하며 기술적 조정 국면에 진입했으며, 다우존스 지수 역시 4주 연속 상승세를 꺾고 2% 하락했다.

    ◆ 증시 변동성에 '반대매매' 공포 확산…투자자 손실 심화 전망

    증시가 연일 급락하면서 빚을 내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투자자들은 불안함에 떨고 있다. 돈을 빌려 투자한 주식이 급락할 경우 해당 주식을 강제로 팔아야 하는 '반대매매'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19조5160억 원으로 집계됐다. 코스피 시장이 10조9251억 원, 코스닥 시장은 8조5910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신용거래 융자는 증권사가 개인 투자자로부터 일정한 증거금(신용거래보증금)을 받고 주식거래의 결제를 위해 매매대금을 빌려주는 것이다.

    연초만 해도 신용잔고는 17조~18조 원 수준에서 머물렀으나, 올 상반기 주식 시장이 상승세를 보이고 이에 더해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면서 신용거래 융자 잔고는 연초보다 2조 원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최근 급락장이 이어지면서 반대매매가 쏟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반대매매가 속출하는 상황에서도 신용융자 잔고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 빚투 개미들의 손실은 더욱 심화할 전망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매매할 주식을 담보로 증권사로부터 대출받아 매수한 주식이 강제 청산되는 것을 말한다. 주가 하락에 따라 담보 주식 가치가 담보 유지 비율 밑으로 내려가면 증권사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강제 처분한다.

    문제는 당분간 증시가 조정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시장 하락 시 반대매매로 인한 추가 하락 가능성이 커지고, 하락 우려에 순매도가 다시 증가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한국은 외국인 선물 매도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경기침체 공포가 가세한 결과"라며 "현재 지수 레벨, 밸류에이션 수준에서 패닉 셀링 동참은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지난달 말부터 미국의 경기 침체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위험 선호 심리가 쉽게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라며 "다만 고용시장 냉각으로 인한 미국 침체 진입 불안은 과도한 감이 있고, 주가 급락도 합리적인 매도보다는 투매에 가깝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