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몰입‧영업조직에 힘 실은 전략 통해… 리딩뱅크 탈환‧수성능력 중심 특별승진 단행… 인사 공정성‧투명성 제고로 호평
  • ▲ 정상혁 신한은행장ⓒ신한은행
    ▲ 정상혁 신한은행장ⓒ신한은행
    5대 시중은행장 임기가 올 연말 일제히 만료된다. 차기 행장 인선 작업은 금융당국의 ‘은행지주·은행의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 오는 9월부터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권을 선도하는 맏형격 은행들의 수장 이슈에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금융권에서는 은행장들의 재임 성적, 금융사고·횡령·배임 등 내부통제 이슈, 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가능성 등에 따라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고 있다. 5대 은행장의 재임 기간 공과(功過)와 연임 가능성을 짚어본다. [편집자주]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야심작이 금융권 최초 배달 애플리케이션 ‘땡겨요’라면 정상혁 신한은행장에겐 ‘쏠(SOL) 트래블 체크카드’가 있다. 

    정 행장이 주도한 '고객 중심 영업력 강화 프로젝트'인 쏠 트래블 체크카드는 효율성 높고 고도화된 영업문화의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는 최근 몇 년 동안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면서도 신한은행의 응집력을 끌어올려 리딩뱅크 위상을 되찾았다.  

    정 행장은 각종 킬러 콘텐츠의 수립 및 실행을 진두지휘했고 재무, 기획, 전략, 인사, 영업 등에서 남다른 성과를 쌓으며 그룹 내 2인자 자리를 굳게 다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00만 돌파’ 쏠 트래블 카드… 고객몰입‧영업력 극대화 ‘성공작’

    지난 2월 14일 출시한 해외여행 특화카드인 쏠 트래블 카드의 가입자 수는 최근 100만명을 넘겼다. 

    정 행장 주도로 전사적으로 대대적인 발급 프로모션을 펼치면서 영업력이 살아났고, 약 5개월 만에 100만명 고지에 올라섰다. 

    트래블 카드는 환전 수수료 없이 외화를 환전해 해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카드다. 신한은행 외화계좌와 연결돼 해외 결제나 현금 출금에도 수수료가 붙지 않아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금융소비자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출시 당시 정 행장은 쏠 트래블을 소개하는 영상에 직접 출연해 "10년 내 최고 히트할 상품"이라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당시 신한은행은 순이익(2023년 기준) 3등 은행으로 밀리면서 전체적으로 조직 분위기가 침체돼 있었다. 지난해 정도경영과 내실성장을 경영 원칙으로 삼으면서 영업 부문에서 경쟁은행에 밀린 것이다. 

    이에 정 행장은 조직의 통합력을 높이고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대대적인 프로모션 전략을 단행했다. 이를 위한 수단으로 쏠 트래블 카드를 선택하면서 영업현장에 활력이 돌았고, 고객기반을 늘리는 효과가 뒤따랐다. 

    이 같은 성과는 정 행장이 올해 신년사에 밝힌 ‘고객몰입’ 경영철학에 따른 것이다. 

    고객몰입은 고객에게 남다른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오직 고객만을 바라보고 모든 서비스를 연구, 개발, 실행한다는 개념이다. 

    이 전략은 인사에도 즉각 반영됐다. 영업 동기부여를 위해 능력 중심의 부서장 승진과 특별승진을 단행하며 인사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였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당행은 영업현장의 다양한 목소리를 청취해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고, 본부와 영업조직 전반이 더욱 유기적으로 협력할 수 있도록 개편했다”면서 “이를 통해 진정성 있는 고객 솔루션이 제공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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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한은행
    ◇신한은행 상반기 ‘2조 클럽’ 유일 진입… 배임‧횡령 비껴가며 연임 청신호 

    정 행장이 주도한 고객몰입 조직 체계로의 전환 전략은 실적으로 그 가치를 증명했다.

    신한은행의 지난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2조53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2% 급증했다. 국내 은행 중 신한은행만 유일하게 상반기 당기순이익 2조원을 넘겼다. 지난해까지 리딩뱅크 자리를 차지한 하나은행(1조7509억원)과의 격차도 3000억원 이상으로 벌어졌다.

    대기업과 우량 중소법인 등 기업대출을 적극적으로 늘린 게 주효했는데 외형성장을 하면서도 연체율은 최저 수준을 기록하며 내실까지 거머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은행의 상반기 대출 증가율을 보면 가계대출은 2.1% 증가에 그쳤으나 기업대출은 9.9%나 급증했다. 4대 시중은행 중 상반기 기업대출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반면 연체율은 6월 말 기준 0.27%로 4대 은행 중 가장 낮았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대기업 맞춤형 종합 솔루션을 제공하고, 기업어음과 구조화상품 등 자본시장을 활용한 상품을 취급하며 기업들의 자금 니즈를 충족했다”면서 “중소기업 역시 적극적인 수요발굴과 함께 리스크관리에 힘썼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부문의 손익 역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보였다. 

    신한베트남은행과 SBJ은행의 수익이 10%대 성장을 보였다. 이에 힘입어 상반기 그룹 글로벌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32.4% 늘어난 4108억원을 기록했다. 

    또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로 판매비와 관리비를 감축했고, 충당금 적립 이슈에서도 벗어났다. 신한은행의 올 상반기 총영업이익 대비 충당금적립비율은 3.15%로 지난해 상반기 7.21% 대비 크게 낮아졌다.

    연임과 관련해 핵심 변수는 은행권을 덮친 금융사고 악재다. 국내 은행권은 홍콩 H지수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사태 이후 불완전판매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고, 각종 배임·횡령 사건도 끊이지 않아 연임을 가를 변수로 꼽힌다. 

    금융당국의 내부통제 규제가 강화되고 있어 금융사고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은 ELS 손실사태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지만 정 행장의 재임 기간 횡령, 배임의 금융사고는 없었다. 

    또 정 행장은 ‘금융판 중대재해법’인 책무구조도 마련에서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나서며 내부통제 강화에 발빠르게 대응했다. 

    하반기 경영전략에도 내부통제 강화 의지가 녹아있다. 

    그는 하반기 경영전략 키워드로 고객몰입을 통한 신뢰구축 등 내부통제의 '체화'를 비롯해 고객 중심의 혁신, 글로벌 사업, 디지털을 제시했다. 

    은행권의 홍콩 ELS 손실 사태와 횡령·배임 사고 재발 방지를 위해선 임직원들이 내부통제 자체를 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정 행장은 탈권위적이고 온화하며 소탈한 리더십으로 선후배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고, 성과로도 실력을 입증했다"면서 "중장기적 안목으로 경영해 온 진 회장과의 호흡을 꾸준히 맞출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