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하자 개미투자자 지수 상방 베팅 ETF 대거 사들여코스피 주식 2조2천억원 순매수…반도체·2차전지·제약株 저가 매수투자자 예탁금 59.5조원 '쑥'…"변동성 장세, 투자 유의 필요"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국내 증시가 널뛰기 장세를 보이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이 이를 기회 삼아 지수 상승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와 코스피 개별 종목을 대거 사들이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6일 이틀간 개인투자자들은 'KODEX 레버리지 ETF'를 4086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 7월 한 달 동안 이 상품에 유입됐던 자금(322억원) 10배가 훌쩍 넘는 규모다. 개인투자자들은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 ETF'도 1590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 ETF 순매수 1~위를 차지한 두 상품은 각각 코스피 200과 코스닥150지수를 2배로 추종해 시장이 상승할 때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같은 기간 개인들의 순매수 상위 5종목은 모두 지수의 상방에 베팅하는 종목들이다.

    이들은 'KODEX 200 ETF'와 'TIGER 200 ETF', 'KODEX 코스닥150 ETF'를 각각 1245억원, 291억원, 37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국내 증시는 지난 5일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코스피가 8% 넘게 폭락하면서 1988년 개장 후 최대 하락폭을 기록, 2400선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사정은 더 처참했다.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30% 내린 691.28에 장을 마쳤다. 두 시장에선 하루 만에 시가총액 235조 원이 증발했다. 

    코스피·코스닥시장이 역대급 폭락으로 밸류에이션이 낮아진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은 지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선 것이다. 

    하루 만에 증시가 급반등하면서 상방에 베팅한 개인 투자자들은 쏠쏠한 평가 수익을 낸 것으로 보인다. 전일 코스피 지수는 전날보다 3.30%, 코스닥은 6.02% 급등했다.

    개인 투자자들은 개별 종목들도 대거 사들이고 있다. 이들은 지난 이틀간 코스피에서만 2조1478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순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2조100억원), SK하이닉스(2014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897억원), LG전자(774억원), 네이버(678억원), 셀트리온(640억원), LG화학(400억원) 등 반도체와 바이오, 2차전지 종목들을 골고루 담았다.

    시장에선 개인투자자들의 적극적인 매수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증시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 예탁금은 하루 만에 6조원 가까이 불어났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5일 기준 59조4876억원을 기록해 2일(53조8679억원) 대비 5조6197억원 증가했다.

    투자자예탁금이 59조원대를 기록한 건 올해 초(1월2일·59조4949억원)와 4월1일(59조6299억원) 이후 처음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반등이 과대 낙폭에 따른 일시적인 상승인 '데드캣 바운스(자산 가격이 급락 후 임시로 소폭 회복된 것을 의미)' 가능성이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는 물론 엔캐리 트레이드(엔화를 저렴하게 빌려 해외 고수익 자산에 투자) 청산, 불안한 중동 정세 등 대내외적 변수가 산재한 만큼 변동성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고비는 넘겼으나 리스크오프 심리가 이어지며 당분간 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남아있는 기업들의 실적 발표와 이란·이스라엘 확전 가능성, 엔화 강세 진정 여부 등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