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법원,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 법무부 승소 판결EU집행위, 3월 DMA 실행… 빅테크 반독점법 위반 규제 수위 높여韓 1인 체제 식물 방통위, 규제 기관 정상화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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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연합(EU)과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애플·구글 등 빅테크의 시장지배력 남용을 우려하며 규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반(反)독점 철폐 분위기가 형성되는 것과 달리, 국내에서는 정치적 정쟁으로 해당 사안에 손 놓고 있다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다.

    7일 뉴욕타임스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워싱턴연방법원은 법무부가 구글을 상대로 낸 '구글 검색 반독점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구글이 애플과 마찬가지로 시장지배력을 남용해 경쟁을 제한하면서 독점 행위를 금지한 '셔먼법 2조'를 위반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미 법무무와 38개 주(州)는 2020년 10월 구글이 미 검색 엔진 시장의 약 90%를 차지하는 시장 지배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반독점법을 위반했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애플 등에 거액을 지급하는 수법으로 자사 검색 엔진을 쓰게 하면서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했다고 주장한 것. 미 법무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구글은 2022년 한 해 동안 애플에 200억 달러(27조 4380억원)를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구글의 검색 시장 장악을 '불법적인 독점'이라고 판결하면서 글로벌 빅테크에 대한 규제가 본궤도에 올랐다는 해석이 나온다. 올 초 앱스토어 외부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지 않는 애플의 행태가 경쟁을 제한한다고 판단해 에픽게임즈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미 법무부가 지난 3월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한 것도 같은 판결이 내려질 것이라는 해석이 다분하다.

    EU 집행위원회 역시 최근 애플의 앱스토어 규정이 디지털시장법(DMA)을 위반했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DMA는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을 막기 위한 규제 법안으로, 이를 위반할 경우 전 세계 매출의 최대 10%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받을 수 있다. 앞서 EU집행위원회는 애플이 음악 스트리밍 애플리케이션 시장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며 18억 4000만유로(약 2조7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글로벌 빅테크 규제 수위가 높아지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른 실정이다. 거듭되는 주무부처 방송통신위원회 수장 공백으로 업무가 마비되면서 오히려 이들이 시장지배력을 높여가고 있기 때문.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10월 애플과 구글에 각각 과징금 205억원, 475억원을 부과하는 시정 조치 방안을 발표했지만, 후속조치는 깜깜 무소식이다.

    한국은 지난 2021년 '인앱결제 강제 금지법'을 세계 최초로 시행했지만, 빅테크를 제재할 수단이 없었다. 최대 26%의 수수료를 받는 '제3자 결제 시스템' 등 법망을 우회하는 꼼수가 등장하는 등 법망을 교묘하게 피해갔다. 방통위의 과징금 부과 역시 2년 만에 내려진 조치임에 불구하고, 거듭되는 위원장 공백으로 최종 처분 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현 정부 들어 방통위원장에 대한 야권의 탄핵소추는 이진숙 위원장을 포함해 네 번이나 진행됐다. 이동관 전 위원장은 취임 후 100일 만에, 김홍일 전 위원장은 6개월 만에 각각 야당의 탄핵소추안 발의에 표결 직전 스스로 물러났다. 헌정사상 처음으로 기관장 직무대행에 대한 탄핵소추가 이뤄진 이상인 전 부위원장 역시 같은 이유로 사퇴했다.

    글로벌 빅테크의 독과점을 규제할 주무부처가 정상화되지 않으면서 이들의 시장지배력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기준 구글은 원스토어보다 최대 59%, 애플은 76.9% 앱 결제 비용이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수수료율 30%를 적용하면 구글 앱 마켓 매출액은 3조 5061억원, 애플은 1조 4751억원으로 추정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EU 등에서 빅테크의 독과점 규제를 강화하는 상황에서 정작 한국은 손 놓고 있는 형국"이라며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이들을 규제하기 위한 방통위의 정상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