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와 '기울어진 운동장'서 일반 소액주주 위치 재정립 기여할 것액트·소액주주, 회사에 적대하지만은 않아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소액주주 대표 면담에도 동석해 존재감 부각
  • ▲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운영하는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최영찬 기자
    ▲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운영하는 컨두잇의 이상목 대표.ⓒ최영찬 기자
    최근 제약바이오업계 소액주주들이 대주주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으며 차바이오텍 소액주주연대는 오너일가에 주가부양 및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집중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휴마시스 일부 소액주주는 코로나19 진단키트로 벌어놓은 돈을 2차전지 소재인 리튬 광물사업에 쏟아붓는 데 반대하며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추진 중이다.

    소액주주는 뭉치면 강해질 수 있지만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만큼 사실 연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소액주주들이 의사를 하나로 모아 대주주나 오너일가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액트'를 운영 중인 이상목 컨두잇 대표를 만나봤다.

    액트는 제약바이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의 소액주주들이 뭉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일반 주주와 대주주의 힘의 불균형이 극심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반 주주의 위치를 바로잡는 게 본인과 액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에서 대주주가 더 많은 지분을 가진 일반 주주를 외면한 채 대주주의 입맛에만 맞게 경영 횡포를 부리고 있다"면서 "소액주주의 지분만큼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이사회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오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개미투자자보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지배주주의 일방적 결정에 따른 일반주주 피해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소액주주들로부터 관련 사례를 제보받고 있다.

    이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의견대립을 보이는 경우 중립적인 제3자가 의장을 맡게끔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고 최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과 함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는 전자서명 캠페인도 액트에서 진행하고 있다.

    다만 이 대표는 소액주주와 액트를 회사와 적대하는 세력으로 보는 시선을 경계했다.

    그는 "소액주주는 대주주를 공격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회사를 사랑해서 투자했고 앞으로도 잘 돌아가기를 바라는 '팬클럽'과 같은 존재다"면서 "대다수의 사례에서 회초리를 들었지만 잘하면 박수를 쳐주고 응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올 초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액주주들에게 정기주총에서 고려아연을 지지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당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액트가 회사 측을 지지하는 데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었지만 매년 순이익의 76%가량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보다 배당률을 더 올리라는 영풍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최근 이 대표는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과 함께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 간 면담회에도 동석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임 부회장에게 "소액주주연대 지원에 힘을 쏟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3월 셀리버리는 임시주총과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액트를 통해 전자위임받은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기도 했는데 이 대표에게 이와 관련한 의견을 물었다. 셀리버리는 당시 액트가 민간기업이어서 이를 통해 위임받은 의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이 대표는 "그동안 국내 주총에서 액트를 통해 전자위임받은 의결권이 인정받지 못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게다가 임시주총 의장을 맡은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는 오후 2시에야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주총안건을 모두 부결시키고 금방 떠나는 등 주총 파행사례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소액주주들에게 의견을 모으고 집단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넘어 기업 지배구조를 제대로 분석해 정확한 정보를 소액주주들에게 제공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돕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거버넌스 관련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근무하던 분을 영입해 액트 연구소장을 맡겼다"면서 "소액주주의 주총 지원도 중요한 일이지만 해외 선진 시장의 행동주의 사례들을 연구해 국내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 지 등을 고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