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주주와 '기울어진 운동장'서 일반 소액주주 위치 재정립 기여할 것액트·소액주주, 회사에 적대하지만은 않아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소액주주 대표 면담에도 동석해 존재감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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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제약바이오업계 소액주주들이 대주주를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사례가 늘고 있다.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의 합병을 반대하고 있으며 차바이오텍 소액주주연대는 오너일가에 주가부양 및 줄기세포치료제 개발 집중 등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휴마시스 일부 소액주주는 코로나19 진단키트로 벌어놓은 돈을 2차전지 소재인 리튬 광물사업에 쏟아붓는 데 반대하며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추진 중이다.소액주주는 뭉치면 강해질 수 있지만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는 만큼 사실 연대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이런 소액주주들이 의사를 하나로 모아 대주주나 오너일가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플랫폼 '액트'를 운영 중인 이상목 컨두잇 대표를 만나봤다.액트는 제약바이오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의 소액주주들이 뭉칠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이 대표는 일반 주주와 대주주의 힘의 불균형이 극심한 국내 주식시장에서 일반 주주의 위치를 바로잡는 게 본인과 액트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그는 "'기울어진 운동장' 상황에서 대주주가 더 많은 지분을 가진 일반 주주를 외면한 채 대주주의 입맛에만 맞게 경영 횡포를 부리고 있다"면서 "소액주주의 지분만큼 소액주주의 목소리를 내줄 수 있는 사람이 이사회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 대표는 오는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리는 '개미투자자보호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해 '지배주주의 일방적 결정에 따른 일반주주 피해사례'를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소액주주들로부터 관련 사례를 제보받고 있다.이 대표는 주주총회에서 대주주와 소액주주간 의견대립을 보이는 경우 중립적인 제3자가 의장을 맡게끔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펼치고 있고 최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과 함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는 전자서명 캠페인도 액트에서 진행하고 있다.다만 이 대표는 소액주주와 액트를 회사와 적대하는 세력으로 보는 시선을 경계했다.그는 "소액주주는 대주주를 공격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 회사를 사랑해서 투자했고 앞으로도 잘 돌아가기를 바라는 '팬클럽'과 같은 존재다"면서 "대다수의 사례에서 회초리를 들었지만 잘하면 박수를 쳐주고 응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이 대표는 올 초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이 발생했을 때 소액주주들에게 정기주총에서 고려아연을 지지할 것을 독려하기도 했다.이 대표는 "당시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한다는 액트가 회사 측을 지지하는 데 대해 의문을 갖는 사람도 있었지만 매년 순이익의 76%가량을 주주들에게 환원하는 고려아연을 지지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면서 "이보다 배당률을 더 올리라는 영풍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최근 이 대표는 윤태준 액트 연구소장과 함께 임주현 한미약품그룹 부회장과 이준용 한미사이언스 소액주주연대 대표 간 면담회에도 동석해 눈길을 끌었다.그는 임 부회장에게 "소액주주연대 지원에 힘을 쏟겠다"고 말하기도 했다.지난 3월 셀리버리는 임시주총과 정기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이 액트를 통해 전자위임받은 의결권을 인정하지 않기도 했는데 이 대표에게 이와 관련한 의견을 물었다. 셀리버리는 당시 액트가 민간기업이어서 이를 통해 위임받은 의결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이 대표는 "그동안 국내 주총에서 액트를 통해 전자위임받은 의결권이 인정받지 못한 사례는 없었다"면서 "게다가 임시주총 의장을 맡은 조대웅 셀리버리 대표는 오후 2시에야 주총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주총안건을 모두 부결시키고 금방 떠나는 등 주총 파행사례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이 대표는 단순히 소액주주들에게 의견을 모으고 집단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넘어 기업 지배구조를 제대로 분석해 정확한 정보를 소액주주들에게 제공해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게 돕는 역할까지 하는 것이 목표다.그는 "거버넌스 관련 박사학위를 취득했고 삼성글로벌리서치에서 근무하던 분을 영입해 액트 연구소장을 맡겼다"면서 "소액주주의 주총 지원도 중요한 일이지만 해외 선진 시장의 행동주의 사례들을 연구해 국내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 지 등을 고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