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하자마자 임종 준비 종용 '불안감' 증폭 필수의료 인력난 가중으로 '적극적 치료' 어려워산정특례 적용도 '감감무소식' … 환자 요청 시 뒤늦게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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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료대란 장기화로 추석 연휴 긴장을 놓치지 못했던 응급실을 넘어 암 등 중증환자 대응이 어려워졌다. 이에 심폐소생, 연명치료 중단을 의미하는 DNR(Do Not Resuscitate) 동의서 작성 건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전공의 부재에 따른 원활한 의료서비스 제공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19일 다수의 신규 암환자들에 따르면 병원 입원과 동시에 DNR동의서 작성이 필수 코스로 자리 잡았다. 어떤 치료를 해도 삶을 이어가기 어렵거나 임종을 준비해야 할 때 작성하는 것인데 이를 종용받고 있다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경기도 상급종합병원에서 폐암 판정을 받은 환자의 보호자 A씨는 "동네의원서 진료를 받다 쇼크와 와서 3차 병원으로 이동한 것인데 영상 검사상 암이라고 했다. 입원은 했으나 곧바로 DNR 동의를 하라고 했다. 하기 싫다고 했지만 계속 요구받아 사인했다"고 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 소재 2차 대학병원에서 식도암 판정을 받은 환자의 보호자 B씨 역시 "일주일 간격으로 DNR 사인을 해달라고 병원 측이 계속 요청했다. 결국 사인을 했다. 암 판정을 받자마자 제대로 된 치료를 해줄 수 없다는 의미 아니겠느냐"고 불안감을 드러냈다. 

    현대의학으로 더는 치료할 수 없는 환자라면 DNR 동의서에 사인하고 임종을 준비하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현명한 선택일 수 있겠지만 의료대란 이후 작성 건수가 늘어났다는 것이 환자 단체들의 주장이다. 앞서 소개한 2개의 사례도 입원을 하려면 작성해야 했다. 

    환자나 그 가족이 DNR 동의를 하면 의료진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착용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체외생명유지술(에크모 등) ▲수혈 ▲혈압상승제 치료 등을 중단할 수 있다. 

    죽음을 선택하는 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무리가 있지만 적극적 치료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환자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만약 의료대란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충분히 대응이 가능했던 환자도 존재한다. 

    의료진 판단이 적절했음을 신뢰해야 하기 때문에 섣부른 판단은 금물이지만 DNR 동의를 하고 싶지 않아도 지속적 요청으로 '사인을 했다'는 제보가 쌓이고 있어 합당한 결정인지를 두고 엄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응급실 전공의 이탈과 교수 사직은 가뜩이나 열악한 필수의료 입원실과 중환자실으로 이어졌고 위중한 환자의 치료체계가 엉켰다. 이에 따른 DNR 동의 종용이 발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신규 암 환자의 산정특례 미반영 문제도 속속 터지고 있다. 지난 2일부로 산정특례를 받기 위한 조건이 더 까다로워진 탓에 '본인부담 5%'의 제도적 혜택을 받기 어려운 구조가 된 것이다. 

    기존에는 산정특례 등록기준 예외 적용자는 영상검사 시행 후 확진에 대한 임상소견을 기재한 후 의료진이 신청할 수 있었다. 암 환자 상태가 ▲ECOG(전신상태 수행능력) 3이상 ▲출혈위험성 ▲전신마취 및 수술을 견딜 수 없는 상태 ▲감염위험성 ▲기타 등인 경우다.

    그러나 미충족 등록 건이 다수 발생함에 따라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차원서 사전 심사를 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예외기준 필수검사 시행 및 검사결과 유효기간 기준 충족 ▲조직검사 미실시 사유(조직검사가 어려운 환자 상태에 대한 임상소견) 기재 ▲환자상태 및 진료소견(확진의견 포함) 기재가 필요하다. 

    한편 산정특례 미반영 환자와 가족들이 직접 병원에 처리를 요구할 경우 대부분 신청된 것으로 확인됐다. 입원 기간 중 산정특례가 신청되지 않아 고가의 입원비를 내야 할 경우, 먼저 입원비를 낸 후 다시 돌려받는 사후 처리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