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빅5 제약사 매출 총액 2조206억원 전년비 3.3% ↑자체 제품 보유한 한미약품·대웅제약만 매출·영업이익 '쌍끌이'유한양행,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 美 FDA 승인 기대종근당, 하반기 실적 전망도 '먹구름'GC녹십자,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 美 시장 진출이 실적 반등 '열쇠'
  • ▲ 상반기 빅5 제약사 실적.ⓒ각사
    ▲ 상반기 빅5 제약사 실적.ⓒ각사
    국내 '빅5' 제약사들이 상반기 실적 성적표를 발표한 가운데 희비가 엇갈렸다.

    '개량·복합신약 강자' 한미약품과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국산 신약 2종(펙수클루, 엔블로)을 보유하고 있는 대웅제약은 활짝 웃은 반면, 유한양행과 종근당·GC녹십자는 하반기 '권토중래'를 다짐하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빅5 제약사들의 매출 총액은 2조20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9566억원) 대비 3.3% 늘어나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 총액은 1693억원으로 전년 동기(1609억원)보다 5.2% 증가했다.

    전공의 파업 이슈 등으로 국내 제약 영업환경이 어려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빅5 제약사의 성장은 고무적이라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다만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미약품과 대웅제약이 이 같은 상승세를 이끈 것으로 파악된다.
  • ▲ 한미약품ⓒ정상윤 기자
    ▲ 한미약품ⓒ정상윤 기자
    한미약품은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 7818억원, 영업이익 1348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1%, 영업이익은 44.8% 증가했다.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이 '현재 진행 중'임에도 한미약품은 개량·복합신약 경쟁력을 앞세워 실적 방어를 넘어 역대 최대 실적 달성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개량·복합신약들의 지속적인 매출 성장 등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2018년부터 6년 연속 국내 원외처방 매출 1위를 기록 중이며 2021년부터 3년 연속 원내·원외처방 합산 매출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상지질혈증 치료 복합신약 '로수젯'은 상반기 1000억원의 처방매출을 달성했는데 전년 동기(785억원) 대비 27.4% 성장했다.

    이밖에 고혈압 치료 복합신약 '아모잘탄패밀리' 매출은 1,2분기 각각 362억원을 기록하며 상반기 총 7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 증가했다.

    지난해 국산 블록버스터 의약품(연 매출 100억원 이상 의약품) 20종 중 19종이 한미약품이 독자 개발한 제품이며 사노비아벤티스코리아와 공동 개발한 고혈압·고지혈증 치료제 '로벨리토'까지 더하면 20종 모두 한미약품의 제품일 정도로 개량·복합신약 분야에서 한미약품의 위상은 공고하다.
  • ▲ ⓒ대웅제약
    ▲ ⓒ대웅제약
    대웅제약은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 6221억원, 영업이익 808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8%, 영업이익은 20.4% 증가하며 분기 최고 실적기록을 썼다. 매출은 빅5 제약사 중 5위이지만 영업이익 규모는 한미약품에 이은 2위다.

    다른 제약사보다 매출 대비 영업이익이 높은 것은 나보타와 국산 '34호' 신약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국산 '36호' 신약 당뇨 치료제 '엔블로' 등 자체 제품 3종 영향으로 분석된다.

    상반기 나보타 매출은 903억원으로 집계됐는데 휴젤(853억원), 메디톡스(572억원)를 제치고 국내 보툴리눔 톡신 기업 중 매출 1위를 차지했다. 나보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9% 증가했다.

    펙수클루 매출은 상반기 513억원으로 출시 2년만에 반기 매출 5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5월 기준 누적 매출은 1000억원을 넘어섰고 의약품 통계기관 유비스트 기준 지난해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시장점유율 2위, 국내 원외처방시장 처방액 성장률 1위를 차지했을 정도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5월 출시된 엔블로는 펙수클루만큼 폭발이지는 않지만 국내 출시된 글로벌 제약사의 당뇨병 치료제보다 우수한 효과를 입증하며 매분기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창재 대웅제약 대표는 "글로벌 경기침체 이슈 등 어려운 환경에서 대웅의 3대 혁신 신약 나보타, 펙수클루, 엔블로의 고성장에 힘입어 분기 최대 실적을 달성하는 한편 재무구조 안정성도 크게 높였다"며 "하반기도 높은 목표를 달성해 나가며 매분기 성장을 갱신하는 '혁신 성장구조'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 ▲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유한양행
    ▲ 유한양행 중앙연구소.ⓒ유한양행
    유한양행은 상반기 매출이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은 뒷걸음쳤다.

    유한양행은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 9478억원, 영업이익 219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7% 늘어난 반면 영업이익은 50.1% 줄어 반토막났다.

    기술수출 수익이 85억원에서 31억원으로 63.7% 감소한 데다 R&D 비용이 733억원에서 991억원으로 35.2%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판관비도 432억원에서 475억원으로 약 10% 증가했다.

    유한양행은 하반기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의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FDA는 오는 21일(현지시각) 렉라자(성분 레이저티닙)와 얀센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리브리반트(성분 아미반타맙)'와 병용요법에 대한 품목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얀센은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요법이 연간 매출 50억달러(6조8000억원)가량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유한양행은 매출의 10% 중반대가량을 로열티 수익으로 받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기술수출 계약에 따른 마일스톤 수익도 11억달러(1조5000억원) 이상 남아있다.

    유한양행으로서는 렉라자의 글로벌 출시 확대가 창립 100주년을 맞는 2026년 글로벌 50대 제약사 진입을 위한 선결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 ▲ ⓒ종근당
    ▲ ⓒ종근당
    종근당은 HK이노엔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케이캡' 공백과 한국MSD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의 매출이 하락세를 보인 영향으로 실적이 후퇴했다.

    종근당은 상반기 별도기준 매출 7384억원, 영업이익 551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8%, 영업이익은 25% 감소했다.

    케이캡은 지난해 1375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종근당이 판매하는 제품 중 매출 1위를 기록했다.

    종근당은 케이캡 공백을 메우기 위해 대웅제약과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 공동판매에 나섰지만 이제 출시 2년째를 맞아 아직 성장 중인 펙수클루는 케이캡 매출 공백을 완벽히 메우려면 시간이 좀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종근당은 2분기부터 판매를 시작한 펙수클루에서 매출 65억원을 올린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상반기 종근당은 케이캡 매출로 584억원을 반영했다.

    상반기 자누비아 매출은 429억원으로 전년 동기(620억원) 대비 30.8% 감소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종근당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기 쉽지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프엔가이드는 종근당은 하반기 매출 8182억원, 영업이익 630억원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는데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9.9% 영업이익은 63% 줄어드는 것이다.

    지난해 11월 노바티스에 노바티스에 샤르코 마이투스병(CMT) 치료제 후보물질 'CKD-510'을 기술수출한 뒤 계약금 8000만달러(1061억원)을 수령한 기저효과 때문에 실적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 ⓒGC녹십자
    ▲ ⓒGC녹십자
    GC녹십자는 빅5 제약사 중 전공의 파업 이슈 영향을 가장 크게 받았다. 주력 제품인 혈액제제와 백신 매출이 크게 감소한 영향이다.

    GC녹십자는 상반기 매출 7742억원, 영업이익 26억원을 올렸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 영업이익은 73.9% 감소했다.

    상반기 혈액제제 매출은 1800억원, 백신 매출은 118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전년 동기 대비 혈액제제 매출은 12.4%, 백신 매출은 5.2% 줄었다.

    여기에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의 미국 직판(직접 판매)을 준비하면서 판관비 지출도 1363억원에서 1367억원으로 소폭 늘었다.

    GC녹십자는 하반기 실적이 반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8일 알리글로의 미국 초도 물량을 출하하면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주요 처방약 급여관리업체(PBM)에 알리글로를 등재해 사보험 시장 커버리지의 50% 이상을 확보했다.

    GC녹십자는 올해 알리글로 매출로 5000만달러(693억원)를 시작으로 2028년 3억달러(4155억원)를 올린다는 1차 목표를 세웠다.

    지난달 GC(옛 녹십자홀딩스)가 홍콩법인 지분 전량을 중국 화륜제약그룹 자회사인 CR보야 바이오에 매각하는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면서 GC녹십자의 혈액제제 '알부민'과 유전자재조합 방식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를 화륜제약그룹을 통해 중국에 유통하기로 한 점도 향후 중국 사업 확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GC녹십자 관계자는 "3분기부터는 미국에 출시된 알리글로 매출이 반영되고 독감백신 매출도 추가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