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 위한 특수분유 생산현재 8종 12개 제품 생산… "꼭 필요한 제품 생산"전국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 350여명에 불과… 이들 위한 생산 이어와
  • ▲ 원치진 매일유업 아산공장 지원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원치진 매일유업 아산공장 지원팀장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만났조]는 조현우 기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인 단어입니다.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즐기는 우리 일상의 단편. ‘이 제품은 왜 나왔을까?’, ‘이 회사는 왜 이런 사업을 할까?’ 궁금하지만 알기 어려운, 유통업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특수분유 생산은 ‘한 아이도 소홀히 하지 말자’는 기업 정신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 8월 13일 매일유업 아산공장에서 만난 원치진 지원팀장은 “1999년 첫 생산 이전 김복용 선대 회장님이 수입 특수 분유에 의존하는 국내 환아들을 보고 생산을 결정하게 된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매일우유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특수 분유’를 만들고 있다. 선천적으로 신진대사에 이상이 있는 환아들을 위해 특정 성분을 제거한 제품이다. 수익보다 손실이 크지만 매일유업은 지난 1999년부터 20년이 넘도록 이어오고 있다.

    아산공장은 매일유업의 7개 공장 중 규모로만 치면 작은 축에 속한다. 생산 라인은 한 개뿐이지만 이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매일유업이 이곳에서 특수분유를 생산하는 이유다.

    원 팀장은 “아산 공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 특화된 곳”이라면서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꼭 필요한 제품들을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배앓이 아기들을 위한 앱솔루트 아기설사, 앱솔루트 LP 등 기능성 제품을 비롯해 매일유업이 생산하는 분말류 건강기능식품 등이다. 그리고 선천성 대사이상 환자들을 위한 8종 12개 제품을 전량 생산하고 있다.
  • ▲ 원 팀장이 8월 13일 생산된 PF 제품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조현우 기자
    ▲ 원 팀장이 8월 13일 생산된 PF 제품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조현우 기자
    현재 국내 페닐케톤뇨증(PKU), 요로회로질환, 프로피온산혈증, 단풍당뇨증 등 선천성 대사 이상을 가진 환자는 약 350여명 수준. 5만명 중에 1명꼴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현재 생산하는 20여종의 제품들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한 제품을 10여명이 소비하는 정도다.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은 특정 성분을 몸에서 처리하지 못한다. 대사하지 못하는 아미노산이 체내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구토와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며, 아미노산이 쌓이게 되면 운동발달장애·성장장애·뇌세포 손상까지 이어지게 된다.

    원 팀장은 “매일유업이 특수분유를 생산하기 전에는 해외 수입 제품에만 의존해야했는데, (1999년 이전) 당시에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라 환아와 가족들은 제대로 된 정보는 물론, 구매처도 알기 어려웠다”면서 “다섯 배가 넘는 가격도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만을 위한 분유를 생상하는 것은 ‘수익’과 ‘효율’에 집중해야 하는 기업의 대전제와는 거리가 먼 일이다.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특수분유를 생산하기 위해 아산공장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20여종에 대한 성분 계량을 준비한다. 만에 하나라도 각각 다른 아미노산이 교차오염될 경우 환아들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에 1년 중 가장 긴장되는 기간이기도 하다.

    현재 매일유업은 영유아들을 비롯해 성인들을 위한 특수분유 ‘2단계’ 제품도 일부 생산하고 있다. 특정 영양분이 독으로 작용하는 특성상 환자들은 매일유업 특수분유만이 안전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 ▲ 원치진 팀장이 매일유업 특수분유 생산 과정과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원치진 팀장이 매일유업 특수분유 생산 과정과 배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일반 분유와 특수 분유의 가장 큰 차이는 성분이다. 보통 분유는 우유를 베이스로 만들어지는데, 이 우유에 포함된 성분인 단백질과 그 단백질을 구성하는 20여종의 아미노산들을 환아에 맞춰 조절해야한다.

    생산 과정도 다르다. 통상 원료를 물에 풀어 액상화한 ‘반제품’을 고열 건조해 분말 형태로 만든 뒤 후 믹싱(後 MIX)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영양성분을 투입해 완제품으로 만든다. 비타민과 단백질 등이 포함된 상태로 고열 건조하면 대부분 파괴되기 때문이다.

    제품 생산 전후 세척 과정에는 원료를 담는 챔버까지 포함된다. 생산 시간보다 세척에 들어가는 시간이 더 긴 이유다.

    원 팀장은 “일반적으로 특수분유 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클리닝은 반나절 가까이 소요된다”면서 “1년에 두차례 특수분유를 생산하는데, 이 기간이 가장 긴장되는 기간”이라고 말했다.

    매일유업의 특수분유는 중국 내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환아를 위해 알리바바와 협업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매일유업은 중국 내 안정적인 특수분유 공급을 희망하는 한 환아가족의 요청을 계기로 알리건강과 파트너쉽 협약을 맺었다.

    특수분유 첫 제품으로 프로피온산혈증, 메틸말론산혈증 환아용 ‘앱솔루트 엠피에이(MPA) 1·2단계’를 공식 공급했으며, 초도 물량이 30분 만에 소진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다만 국내와 마찬가지로 5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는 만큼 수익성보다는 사회공헌 취지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원 팀장은 “가격적인 측면과 더불어 20여년간 특수분유를 생산해온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것”이라면서 “공장 구성원들은 모두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수분유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