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 위한 특수분유 생산현재 8종 12개 제품 생산… "꼭 필요한 제품 생산"전국 선천성 대사이상 환아 350여명에 불과… 이들 위한 생산 이어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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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났조]는 조현우 기자가 직접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줄인 단어입니다. 먹고 마시고 쇼핑하고 즐기는 우리 일상의 단편. ‘이 제품은 왜 나왔을까?’, ‘이 회사는 왜 이런 사업을 할까?’ 궁금하지만 알기 어려운, 유통업계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편집자주>“특수분유 생산은 ‘한 아이도 소홀히 하지 말자’는 기업 정신에서부터 시작됐다.”지난 8월 13일 매일유업 아산공장에서 만난 원치진 지원팀장은 “1999년 첫 생산 이전 김복용 선대 회장님이 수입 특수 분유에 의존하는 국내 환아들을 보고 생산을 결정하게 된 것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같이 말했다.매일우유는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특수 분유’를 만들고 있다. 선천적으로 신진대사에 이상이 있는 환아들을 위해 특정 성분을 제거한 제품이다. 수익보다 손실이 크지만 매일유업은 지난 1999년부터 20년이 넘도록 이어오고 있다.아산공장은 매일유업의 7개 공장 중 규모로만 치면 작은 축에 속한다. 생산 라인은 한 개뿐이지만 이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매일유업이 이곳에서 특수분유를 생산하는 이유다.원 팀장은 “아산 공장은 다품종 소량 생산에 특화된 곳”이라면서 “생산량은 많지 않지만 꼭 필요한 제품들을 이곳에서 생산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아산공장에서 생산되는 제품은 배앓이 아기들을 위한 앱솔루트 아기설사, 앱솔루트 LP 등 기능성 제품을 비롯해 매일유업이 생산하는 분말류 건강기능식품 등이다. 그리고 선천성 대사이상 환자들을 위한 8종 12개 제품을 전량 생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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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 페닐케톤뇨증(PKU), 요로회로질환, 프로피온산혈증, 단풍당뇨증 등 선천성 대사 이상을 가진 환자는 약 350여명 수준. 5만명 중에 1명꼴로 발생하는 질환이다. 현재 생산하는 20여종의 제품들을 기준으로 단순 계산하면 한 제품을 10여명이 소비하는 정도다.선천성 대사이상 환아들은 특정 성분을 몸에서 처리하지 못한다. 대사하지 못하는 아미노산이 체내에 들어가면 처음에는 구토와 호흡곤란 증상이 나타나며, 아미노산이 쌓이게 되면 운동발달장애·성장장애·뇌세포 손상까지 이어지게 된다.원 팀장은 “매일유업이 특수분유를 생산하기 전에는 해외 수입 제품에만 의존해야했는데, (1999년 이전) 당시에는 인터넷이 발달하지 않은 상황이라 환아와 가족들은 제대로 된 정보는 물론, 구매처도 알기 어려웠다”면서 “다섯 배가 넘는 가격도 부담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이들만을 위한 분유를 생상하는 것은 ‘수익’과 ‘효율’에 집중해야 하는 기업의 대전제와는 거리가 먼 일이다. 대량생산을 통한 원가절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특수분유를 생산하기 위해 아산공장에서는 일주일 전부터 20여종에 대한 성분 계량을 준비한다. 만에 하나라도 각각 다른 아미노산이 교차오염될 경우 환아들에게 치명적이기 때문에 1년 중 가장 긴장되는 기간이기도 하다.현재 매일유업은 영유아들을 비롯해 성인들을 위한 특수분유 ‘2단계’ 제품도 일부 생산하고 있다. 특정 영양분이 독으로 작용하는 특성상 환자들은 매일유업 특수분유만이 안전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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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분유와 특수 분유의 가장 큰 차이는 성분이다. 보통 분유는 우유를 베이스로 만들어지는데, 이 우유에 포함된 성분인 단백질과 그 단백질을 구성하는 20여종의 아미노산들을 환아에 맞춰 조절해야한다.생산 과정도 다르다. 통상 원료를 물에 풀어 액상화한 ‘반제품’을 고열 건조해 분말 형태로 만든 뒤 후 믹싱(後 MIX) 과정에서 추가적으로 영양성분을 투입해 완제품으로 만든다. 비타민과 단백질 등이 포함된 상태로 고열 건조하면 대부분 파괴되기 때문이다.제품 생산 전후 세척 과정에는 원료를 담는 챔버까지 포함된다. 생산 시간보다 세척에 들어가는 시간이 더 긴 이유다.원 팀장은 “일반적으로 특수분유 한 제품을 생산하는데 1~시간 정도 소요되지만 클리닝은 반나절 가까이 소요된다”면서 “1년에 두차례 특수분유를 생산하는데, 이 기간이 가장 긴장되는 기간”이라고 말했다.매일유업의 특수분유는 중국 내 선천성 대사이상 질환 환아를 위해 알리바바와 협업을 통해 공급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매일유업은 중국 내 안정적인 특수분유 공급을 희망하는 한 환아가족의 요청을 계기로 알리건강과 파트너쉽 협약을 맺었다.특수분유 첫 제품으로 프로피온산혈증, 메틸말론산혈증 환아용 ‘앱솔루트 엠피에이(MPA) 1·2단계’를 공식 공급했으며, 초도 물량이 30분 만에 소진될 정도로 큰 호응을 얻었다. 다만 국내와 마찬가지로 5만명 당 1명꼴로 발생하는 만큼 수익성보다는 사회공헌 취지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원 팀장은 “가격적인 측면과 더불어 20여년간 특수분유를 생산해온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것”이라면서 “공장 구성원들은 모두 국내에서 유일하게 특수분유를 생산하는 공장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