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투자 열풍에수요 증가세eSSD 주문 늘리는 빅테크 덕… 가격도 상승세온디바이스 수요는 아직… AI 모바일,PC 모델 확대가 가늠자
  • ▲ SK하이닉스의 PC OEM향 PCIe 5세대 SSD 'PCB01' ⓒSK하이닉스 뉴스룸
    ▲ SK하이닉스의 PC OEM향 PCIe 5세대 SSD 'PCB01' ⓒSK하이닉스 뉴스룸
    AI(인공지능) 투자 열풍으로 D램에 이어 낸드 플래시 수요도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 빅테크가 AI 서버에 들어가는 eSSD(기업용 솔리드스트레이트드라이브) 주문을 늘리고 있어서다. 다만 낸드 수요가 제대로 살아나기 위해선 모바일이나 PC 등에서 온디바이스 AI 신모델 출시가 관건인데 아직까진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어 낸드시장에 완연한 봄이 왔다고 말하긴 섣부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14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올들어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서버 증설을 위해 eSSD 주문을 늘리면서 낸드 전체 평균 가격을 높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eSSD 계약 가격이 지난해 4분기부터 올 3분기까지 80% 이상 올랐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당초 AI 서버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면서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선 그 수혜가 거의 대부분 D램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됐다. HBM(고대역폭메모리) 같은 고성능 D램이 AI 서버의 학습능력과 연산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필수적으로 탑재돼야 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AI가 대세가 되면서 급증한 데이터 처리량을 처리하기 위해선 기존 D램보다 훨씬 더 큰 용량과 처리속도를 갖춘 HBM이 같이 발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낸드는 D램과 달리 데이터를 저장하는 스토리지 역할을 맡고 있어 서버용 보다는 모바일이나 PC 등의 개별 디바이스에서 활용되는 비중이 높았던게 사실이다. 그래서 AI 투자 붐이 부는 가운데도 D램 대비 낸드 가격은 회복세가 더뎠고 수요가 되살아날 기미도 크지 않았다.

    하지만 구글,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등 빅테크들이 AI 중에서도 추론용 서버에 집중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eSSD 필요성이 급증하기 시작했다. 학습값을 단순 저장하는데서 더 나아가 학습된 AI가 새로운 결과를 내놓는데 쓰이는 추론형 AI에는 고용량 SSD가 탑재돼야하기 때문이다.

    트렌드포스는 "추론용 서버는 정보가 더 많이 생성되는 동영상이나 이미지를 처리하면서 이에 필요한 스토리지 용량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16TB(테라바이트) 이상의 대용량 SSD가 선호된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기존 SSD 대비 조달 용량이 크고 대규모 구매가 이뤄지는 특성 상 eSSD가 전체 낸드 가격을 견인하는 역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SSD의 급격한 성장이 시작된 올해를 기점으로 향후 몇 년 동안은 AI 서버용 SSD가 전체 SSD 수요의 연평균 성장률 60% 이상 견인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 삼성전자 소비자용 SSD 신제품 '990 EVO' ⓒ삼성전자
    ▲ 삼성전자 소비자용 SSD 신제품 '990 EVO' ⓒ삼성전자
    다만 SSD 수요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비자용 SSD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진정한 의미의 '낸드의 봄'은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도 고개를 든다. 당장 올 3분기에 eSSD 가격은 수요 확대에 힘 입어 15~20% 오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비자용 SSD는 지난 2분기(20~25%) 대비 가격 상승폭이 크게 낮아진 3~8% 상승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그나마 3분기가 낸드 가격의 고점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eSSD를 제외한 모바일, PC 등 소비자 SSD에서 온디바이스 AI가 적극적으로 탑재돼야 낸드 가격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는데 이 수요가 약하다는 점을 들어 4분기엔 가격 상승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까지는 서버를 중심으로 D램과 낸드 모두 가격 상승이 예상되지만 다른 애플리케이션 가격은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아직 이르지만 4분기에는 가격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eSSD를 중심으로 제품 개발과 판매를 확대하면서 급증한 수요에 실시간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자체적인 분석에 따라 올해 고성능 고사양 SSD 강세가 지속될 것이고 하반기엔 서버향 SSD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4배 넘는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특히 TLC 기반의 16TB 이상 SSD 판매를 대폭 늘려갈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도 올해 연간 기준으로 eSSD 매출이 전년 대비 4배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QLC 기술 기반 60TB 제품을 연내 개발하는데 이어 내년 초엔 128TB 초고용량 제품을 선제적으로 출시해 eSSD 수요 잡기에 낸드사업의 명운을 걸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