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개추진단,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 토론회 개최의료사고 설명 의무화 … 불리한 증거로 채택 않도록 할 것환자 대변인, 의료분쟁 시 조정 신청서·의견서 작성 지원
  • ▲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의료사고 발생 시 분쟁을 초기부터 완화하기 위해 환자와 의료진 소통을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필수진료 과목을 대상으로 의료사고 배상 보험료를 지원하고, 의료사고 형사 특례를 법제화하는 등 의료진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는 여건도 마련한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은 22일 '환자-의료진 모두를 위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 방향' 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우선 복지부는 의료사고 소송이 제기되기 전 환자와 의료진 간 소통을 활성화하기 위해 의료사고에 관한 설명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동안 의료사고로 환자가 상해를 입었을 때 의료진이 유감을 표명하거나 사과하면 재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설명에 소극적이었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유감이나 사과 등이 재판 과정에서 불리할 수 있는 증거로 채택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소송까지 가지 않더라도 조정·중재를 통해 분쟁이 조기 해결되도록 의료분쟁 조정제도를 혁신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의학적·법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를 조력하기 위한 '환자 대변인' 신설을 추진하고, 필요에 따라 의료인(기관) 상담도 병행한다.

    추진단이 제시한 예시를 보면 환자 대변인은 사망 등 중상해 사건이 발생했을 때 환자나 가족을 대상으로 인과성을 판단할 핵심 쟁점 등을 담은 조정 신청서와 의견서 작성을 돕는다.

    또 의료사고 감정 신뢰도를 높이고자 현행 '콘퍼런스 감정' 체계를 강화하고, 세부 전공과목별 감정위원도 확충하기로 했다.

    현재 체계에서 의료사고 감정부는 상임위원 1명, 의료인 1명, 법조 1명, 환자·소비자 2명 등 5인으로 이뤄져 운영 중이나, 향후 비의료인 감정위원의 역할을 키우면서 의학적 감정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의료인 감정위원도 늘릴 방침이다.

    이와 함께 감정 불복절차를 신설하고, 감정·조정 운영을 평가할 '국민 옴부즈맨'(가칭) 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 필수진료과 의료진 보험료 지원 추진 … 국가보상금 한도↑

    복지부는 필수진료과 의료진을 상대로 배상 책임보험·공제 보험료의 지원을 추진하고 의료사고 책임·종합보험 표준 약관도 마련해 보험 상품 개발·운영을 활성화한다. 또한 불가항력 분만 사고의 국가보상금 한도를 높이며 보상 범위는 확대하기로 했다.

    그동안 상급종합병원의 평균 의료사고 배상액은 변호사 비용 등을 포함하지 않은 채 3억7000만 원으로 추산됐고 상급종합병원의 최대 배상액 지출 규모는 30억원 이상이었다. 그러나 의료사고 배상책임보험 시장은 726억 원 규모에 그쳤다.

    대한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은 300병상 미만 의료기관만 대상으로 하며 가입률도 34%에 머물렀다. 고위험 중증 필수 진료가 이뤄지는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사각지대였던 점을 반영한 조치다.

    이밖에 당사자 동의를 얻고 의료분쟁 감정·조정 결과를 수사기관에 공유해 수사 과정에서의 불필요한 소환 조사는 최소화한다. 기소 전 의료전문가가 참여한 형사 조정도 이뤄지게 해 양형 참작 등 분쟁을 해결한다.

    복지부는 환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으면 공소를 제기할 수 없으며 필수의료행위의 경우 형사처벌이 감면, 면제될 수 있다는 내용의 '의료사고처리특례법' 초안을 공개한 바 있다. 특례 적용 범위나 방식 등에 대한 각계 견해차는 협의·조정해 간다는 방침이다.

    복지부는 "환자는 사고 피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고, 의료진은 과도한 사법 리스크 없이 소신껏 진료할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후 토론을 통해서는 "이미 발생한 의료사고에 따른 분쟁·조정 체계 보완도 중요하다"는 등의 제언들이 이어졌다.

    옥민수 울산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분쟁 자체를 예방하는 노력과 더불어 이미 발생한 사건에 적절히 대응하는 조치도 필요하다. 환자안전사건 소통, 피해자 지원 관련 예산도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다.

    신승훈 분당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의사 과실이 없는데 환자가 나빠진 경우를 누가 보상해야 하느냐에 의문이 있었고 해결 못 한 과제"라면서 "필수의료의 개념 정립은 물론, 무과실 의료사고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점에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