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대출 한도·만기 줄줄이 축소… 실수요자 '발 동동'최근 한달반 사이 가계대출 10조↑… 추가 제한조치 검토2021년 '대출절벽' 재현 우려… 공급중단 뒤 인위적 수요 분산"대출규제 바람직하지 않아… 文정부, 수요억제책 썼다 집값만 띄워"
-
금융당국으로부터 강력한 가계대출 관리 압박을 받는 은행들이 대출을 중단하거나 한도를 축소하면서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조건에 따라 대출을 받을 수 없게 되거나 대출 규모가 줄어 필요 자금을 제때 구하지 못할 것이란 우려다.특히 연말까지 지금과 같은 흐름이 이어질 경우 지난 2021년 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로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취급이 전면 중단됐던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출한도 탄력 적용”… 은행권, ‘총량관리제’ 만지작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월 단위로 대출 취급 총량을 제한하는 등 모든 정책수단을 열어놓고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검토 중이다.은행들의 가계대출 대응 방식은 최근 대출금리 인상에서 한도축소 등 비가격적 방법으로 급선회하고 있다.지난 두 달간 대출금리 인상을 방치했던 금융당국이 ‘이자장사’라며 은행들의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지난 25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방송에 출연해 대출금리 인상을 질타하자 은행권은 곧장 다음날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대출금리 등 가격중심의 대응보다는 은행별로 차주의 실질적인 상환능력을 고려해 대출심사를 체계화하겠다”는 입장을 냈다.그러면서 “공급되는 자금이 실수요와 무관한 갭 투자 등 투기수요 및 부동산 가격 부양 수단 등으로 활용되지 않도록 각 은행 자율적으로 다양한 조치들을 시행하고 상황에 따라 대출한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등 보다 정교한 가계대출 관리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현재까지 은행들이 내놓은 조치는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취급 중단, 주담대 한도‧만기축소, 대환대출 중단, 마이너스 통장 한도 제한 등이다.은행들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를 고려해 지난 2021년 동원했던 ‘총량관리제’까지 고려 중이다.금융당국에 따르면 은행권 가계대출은 지난달 이후 10조원 넘게 증가했다. 7월 증가폭은 5조5000억원이었고 이달 들어 13일까지 늘어난 규모가 벌써 4조4000억원에 달한다.총량관리제는 지점별로 대출 한도를 정해놓고 한도가 바닥나면 해당 지점의 대출을 중단하는 것으로, 가계대출 관리의 최후수단으로 꼽힌다.
-
◇ “자꾸 대출 조인다니 불안해요”… 실수요자 아우성대출문이 하나 둘 닫히기 시작하자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12월 잔금인데 미리 주담대 받을 수 있나요? 자꾸 대출 조인다는 얘기가 나와서 너무 불안해요” 등 대출문의 게시글이 쏟아지고 있다.실제 지난 2021년 당국의 대출총량 규제에 따라 NH농협은행을 시작으로 은행권이 대대적인 대출중단 조치에 나섰었다.당시 인위적인 공급중단은 기형적인 공급정책을 탄생시켰다. 아파트에 당첨되고도 대출을 받을 수 없어 입주를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 집단대출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자금을 공급했다. 은행들이 대출 여력을 공유하면서 고객이 사용할 은행을 정해주는 식이다.고객유치를 위해 경쟁해야 하는 시장경제에서 은행들이 서로 가계대출 키 높이를 맞추며 경쟁사로 고객을 안내하는 '촌극'이 벌어진 것이다.전문가들은 정부가 가계대출 증가의 원인인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바로잡지 않고 은행을 통해 돈줄을 끊는 인위적인 조정만 반복하면서 가계부채와의 전쟁을 10년 넘게 끌고 있다고 지적한다.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가 꾸준하게 공급을 해서 주택문제가 없도록 해야 하는데 집값이 오를 때마다 가계부채를 잡는다는 명분 아래 수요억제책으로 대출을 규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면서 “억지로 수요를 억제하거나 시장경제에 위배하는 정책을 쓰면 오히려 부작용만 나타난다”고 말했다.그러면 “문재인 정부가 수요억제책을 썼다가 집값이 100% 올랐다”면서 “집이라고 하는 것은 꾸준하게 공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 수요억제책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