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4차 부동산PF 연착륙 점검회의 개최1차 평가대상 33.7조 중 유의‧부실우려 등급 21조 경‧공매 물량 2배 증가… 대부분 '토담대', 8.8조PF 구조조정 본격화… 내달 재구조화‧정리계획 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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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데일리 DB.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사업장에 대한 1차 사업성 평가를 진행한 결과 최하 등급인 '부실우려' 등급을 받아 경‧공매로 처분해야 하는 규모가 금융당국의 예상치 대비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국은 사업장에 대한 ‘옥석가리기’가 이뤄짐에 따라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재구조화‧정리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금융위원회는 29일 금융감독원,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관계기관과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 주재로 ‘제4차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 점검회의’를 열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5월 14일 발표한 ‘부동산 PF의 질서있는 연착륙을 위한 향후 정책 방향’과 관련해 금융회사의 사업성평가 결과 및 향후계획, 6월말 부동산PF 연체율 현황, 부동산PF 관련 증권업계 펀드조성 및 자금지원 추진상황 등이 논의됐다.

    ◇ 전체 PF 익스포저 중 6.3% 경‧공매 처분… 13.5조 규모

    앞서 전 금융권은 지난 6월말 기준 연체, 연체유예, 만기연장 3회 이상 사업장(33조7000억원)을 대상으로 개선된 사업성 평가기준을 적용해 사업성 평가 실시했다.

    새로운 사업성 평가기준은 ‘양호·보통·유의·부실우려’ 등 4등급으로 나뉜다. 양호·보통 등급은 정상 사업장으로 분류되지만, 유의 등급은 재구조화·자율매각을 해야 하고 부실우려 등급은 상각이나 경‧공매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정리해야 한다.

    금감원에 따르면 1차 평가대상 중 유의‧부실우려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는 21조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6월말 기준 전체 PF 익스포저(216조5000억원)의 9.7% 수준이다.

    세부적으로는 유의 7조4000억원, 부실우려 13조5000억원이었다. 전체 PF 익스포져 대비 비중은 유의 약 3.4%, 부실우려 약 6.3%다.

    전체 유의‧부실우려 등급 규모는 애초 당국이 예상한 10% 수준에서 평가가 이뤄졌지만, 부실우려 등급은 예상치 대비 2배 이상 불어난 것이다.

    경‧공매로 처분해야 하는 사업장이 예상보다 2배 이상 많아졌다는 뜻이다.

    박상원 금감원 부원장보는 “부실우려를 당초 2~3% 수준으로 예상했는데 6% 수준으로 나왔다”면서 “신규 부실이 들어 왔다기보다는 기존에 연체된 부분들이 악화하면서 최하등급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PF 유형별로 보면 토지담보대출에서 8조8000억원 규모로, 가장 많은 부실우려 등급이 나왔다. 이어 본PF 4조1000억원, 브릿지론 4조원 순이었다.

    금융업권별로는 △상호금융 6조7000억원 △저축은행 3조2000억원 △증권 1조9000억원 △여신전문 1조4000억원 △은행 2000억원 △보험 2000억원 등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업성 평가기준 개선 및 1차 평가 실시를 통해 정상 사업장과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에 대한 엄정한 판별이 이뤄짐에 따라 PF 시장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면서 “향후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이 원활히 재구조화·정리되는 경우 금융회사의 건전성이 개선되고 부동산PF 시장의 자금 선순환 및 신뢰 회복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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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금융감독원 제공.
    ◇ 내달 6일 정리계획 확정… 매월 이행실적 점검

    사업성 평가 결과 부실우려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늘어난 만큼 다음달부터 부실 PF 사업장의 경·공매 속도가 대폭 빨라질 전망이다. 

    당국은 금융사들이 사업성 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제출한 재구조화·정리계획을 다음달 6일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앞으로 매월 사후관리 이행실적을 점검해 신속한 정리를 유도할 방침이다.  

    박상원 부원장보는 “9월 중순부터 경공매가 활발히 나올 것으로 본다”면서 “출회 시기에 대해서는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만기도래에 따라서 순차적으로 경‧공매가 진행되기 때문에 특정시기에 몰리는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경‧공매 과정에서 출회되는 매물을 원활히 소화하기 위해 추가 펀드도 조성된다. 

    이날 회의에서 증권업계는 부동산 PF 연착륙 대책에 동참하기 위해 12개 증권사가 각 회사별로 부동산PF 재구조화 등에 참여하는 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보고했다. 증권사가 조성하는 펀드의 전체 목표액은 3조3000억원 규모이며 이 중에서 약 6000억원은 증권사가 자체자금으로 투입할 예정이다.

    아울러 당국은 정상(양호·보통)으로 평가한 사업장에 대해서는 금융회사가 만기연장 등 자금공급을 차질 없이 지원해 해당 PF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적극 지도할 계획이다.

    또 오는 11월까지 PF 익스포저가 있으나 1차 평가에서 제외된 모든 사업장에 대한 2차 사업성 평가를 실시한다. 다만 금융당국은 부실우려가 큰 사업장 대부분이 1차 평가에 포함된 만큼  2차 평가시 추가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은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박 부원장보는 “1차 평가에서 제외된 182조원 익스포저에 대해 강화된 사업성 평가를 적용한 시뮬레이션을 해본 결과 유의‧부실우려 등급은 2조3000억원 정도로 추정됐다”고 말했다.

    ◇ PF 구조조정 본격화… “금융‧건설‧시행사 등 영향 제한적”

    당국은 경·공매 대상 사업장이 대폭 늘었지만 금융회사나 건설사‧시행사 등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금융회사의 경우 사업성 평가에 따른 충당금 추가 적립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업권의 자본비율이 상승하는 등 전반적으로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BIS(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 비율은 6월말 기준 15.04%로 3월말(14.68%) 대비 0.36%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여신전문금융사는 0.47%포인트, 상호 등은 0.16%포인트 개선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번 사업성 평가로 크게 상승한 고정이하여신비율도 금융회사의 재구조화・정리계획이 원활히 이행될 경우 하반기에는 안정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면 “PF 정리 과정에서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이 부실로 연결되는 사태는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사의 경우 유의·부실우려 여신 중 공사가 진행 중인 본PF 규모는 크지 않아 경‧공매 등에 의한 부담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다. 시행사 역시 유의·부실우려 사업장에 참여한 시행사는 대부분 소규모 영세업체이고 이번 사업성 평가 이전에 이미 부실화된 경우가 많아 시스템 리스크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

    박 부원장보는 “사업장 재구조화나 경‧공매가 건설사에 미치는 유동성 분석까지 진행했다”면서 “전반적인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대형 건설사 부실이나 도산하는 건설사 숫자가 특별히 증가하는 수준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