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자회사 편입 승인 절차만 남겨둔 보험사 M&A'제재 이력'은 안 보지만 "건전한 금융질서 저해 우려" 어떻게 해석할 지 관건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자본비율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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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상윤기자
    최근 금융계를 집어삼킨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에 이어 우리 계열사에서 '의심대출'이 잇달아 발견됐다. 우리금융그룹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완성이라 할 보험사 M&A(인수합병) 과정에 예상치 못한 악재가 등장한 것이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달 28일 임시이사회에서 동양·ABL생명 인수를 만장일치로 결의한 데 이어 곧 금융당국에 자회사 편입 승인 심사를 신청할 예정이다.  

    지배구조법 상 금융지주사가 보험사를 인수할 때는 대주주 변경 승인이 아닌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는다.

    자회사 편입 승인 과정에서 주로 따지는 것은 경영실태평가등급이다. 우리금융은 2등급을 보유하고 있어 심사 요건을 충족한 상태다.

    승인 과정에서 대주주 범죄 경력, 제재 이력에 대한 조항을 딱히 따지지 않아 우리금융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이에 대한 외부 법률 검토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사업계획, 자본비율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한다. 사업계획의 타당성 범위를 금융당국이 얼마나 엄격하게 따질 지가 관건이다.

    지주회사법에 따르면 "지속적인 영업의 영위와 경영건정성 유지에 적합해야 하고 법령에 위반되지 않으면서 건전한 금융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손 전 회장 친인척의 우리은행 부당대출에 대해 금감원이 현 경영진 고의누락 의혹을 강도 높게 검사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 요소다. 

    아울러 우리금융저축은행과 우리캐피탈에서 각각 7억원과 10억원대의 추가 대출 건이 뒤늦게 발견돼 지주 전반의 내부통제 이슈도 옮겨가고 있다. 금감원은 현장 검사 영역을 이 비금융 계열사들까지로 넓히기로 했다.

    과거 사례를 보면 제재 이력이 있어도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은 경우가 있다. 지난 2014년 KB금융그룹이 LIG손해보험(현재 KB손해보험)을 인수할 당시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로 금융당국 기관경고를 받았으나 자회사 편입을 승인받았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회사 편입 심사에서 제재 이력 자체를 문제 삼진 않지만 사업계획 타당성을 어떻게 해석할 지가 관건"이라며 "당국이 현 경영진의 고의누락과 내부통제 실패 책임을 확실히 물을 것으로 보여 신사업을 동시에 추진하려면 최소한 통렬한 쇄신안이나 어떤 결단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앞서 이복현 금감원장은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며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등 경영진을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임 회장은 "조사 혹은 수사 결과가 나오면 겸허하게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또 다른 승인 요건인 자본비율도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금융위원회가 요구하는 보통주 자본비율 최소 요건은 9%다. 우리금융은 12.04%로 이 요건을 충족한다. 그러나 연말 스트레스 완충자본이 도입되면 최소 요건이 최대 11.5%로 올라간다.

    우리금융의 보통주 자본비율은 5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보험사 인수 시 추가 하락이 불가피하다.

    동양생명에 대한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도 필요하다. 보험사 자본건전성 지표인 킥스(지급여력) 비율을 보면 동양생명은 174.7%로 전분기 대비 18.7%p 악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