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정기검사 앞당긴 이유 중 하나는 생보사 인수 리스크 때문" 10월 정기검사 결과 경영실태평가 3등급 추락 시 M&A 불발 우려
  • ▲ 4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가계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금융감독원
    ▲ 4일 이복현 금감원장이 '가계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금융감독원
    우리금융그룹의 보험사 M&A(인수합병)가 대형 암초를 만났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직접 우리금융에 대한 정기검사를 예정보다 일찍 실시하는 이유 중 하나로 보험사 인수로 인한 리스크를 확인해야 한다고 못박았기 때문이다. 

    5일 우리금융 관계자는 "금감원장 발언대로 M&A는 민간계약이고 (금감원이) 인수 계약을 할 거란 사실을 몰랐다는 말이 이해하기 어렵다"면서도 "정기검사에 성실히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국을 상대로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지만 이복현 원장의 '당국에 대한 미보고' 발언에 대해 납득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전날 이 원장은 '가계대출 실수요자·전문가 현장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인수 추진과 SPA(주식매매계약)과 관련해 "민간 계약이지만 인허가 문제가 있어, 어떤 리스크가 있을지 금융위원회나 금감원과 소통을 했어야 했는데 그런 노력이 없었다"며 "우리금융이 인수를 검토 중인 것만 알았지, 계약 체결은 신문을 보고 알았다"고 잠재 리스크와 관련한 소통 부족을 지적했다. 

    이어 "증권사 인수 같은 포트폴리오 확장 과정에서는 리스크가 있는데 생보사는 훨씬 큰 딜"이라며 "영업 확장 측면에서 도움이 되겠지만 보험사는 은행과 다른 위험 요인이 있어서 그런 것들이 정교하게 반영됐는지 걱정이 있어 전체 상황을 보기 위해 정기검사를 앞당겨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사 정기검사는 일반적으로 3~4년마다 한 차례 실시한다. 우리금융은 2021년 말에서 2022년 초에 걸쳐 직전 정기검사를 받았다. 금감원은 당초 만 3년을 다소 넘긴 시점인 내년 초로 예정돼 있던 우리금융과 우리은행에 대한 정기검사를 다음 달로 앞당겼다.

    여기서 이 원장이 세간의 추측과 달리 손태승 전 회장의 친인척 부당대출 사태 대신 보험사 인수로 인한 리스크 확인 차원임을 강조한 것이다. 

    금융그룹이 보험사를 인수하기 위해서는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때 경영실태평가 등급이 2등급 이상이어야 한다. 우리금융은 2등급을 보유하고 있어 현재는 등급 기준을 충족한다.

    금융그룹이 3등급을 받은 전례는 없으나 금감원장이 직접 이번 검사의 배경으로 보험사 인수에 따른 리스크를 지목한 점, 인수 결정을 내리자마자 정기검사를 앞당겨 실행해 당분간 인수 작업이 모두 멈추는 점 등을 들어 일각에서는 강등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절차 상 문제가 없으니 부당대출 건으로 혹시나 제재를 받아서 M&A가 막힐까 봐 인수를 빠르게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 입장에서 만에 하나 받을 제재를 비껴가려는 시도로 보였을 수 있고, 워낙 다른 계열사까지 내부통제 이슈가 불거져 보험사 신사업 인허가를 바로 내주기도 어려운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 인수 추진에 대해서 우리금융과 금감원의 생각이 달랐다는 것이다. 우리금융은 우리은행 부당대출 사태와 보험사 M&A는 무관하며 현재로서는 절차 상 문제가 없어 진행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금감원은 부당대출에 이어 비금융계열사 의심대출까지 줄줄이 드러난 이상 현 경영진의 내부통제 역량을 비롯해 잠재 리스크를 확인해야 신사업 진출 인허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본다. 

    앞서 우리금융은 지난달 29일 임시 이사회에서 두 생보사 인수를 만장일치로 확정하고 중국 다자보험과 SPA를 맺었다. 이전에 실사를 1주일 연장해가며 여유롭던 모습과는 사뭇 다르게 속전속결 양상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