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플랫폼 독과점 개선 위한 입법 추진방향 발표업계반발에 '사전 지정제' 대안으로 '사후 추정' 방식 선회4대 반경쟁행위 금지·6개 서비스 분야 대상… 매출 4조↓ 제외
  •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뉴데일리DB
    ▲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 ⓒ뉴데일리DB
    대규모 이커머스(온라인 상거래) 플랫폼이 자사 관련 제품 및 서비스를 우대하거나 끼워 팔기 등 반경쟁 행위를 금지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정부는 공정거래법 등 관련 법 개정을 통해 이러한 행위를 차단하고 경쟁 질서를 회복할 방침이다.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공정화를 위해 자율 규제와 적극적인 법 집행 등 다양한 수단으로 대응했지만, 독과점 플랫폼이 경쟁 시장 진입을 저지하거나 시장에서 몰아내는 반경쟁행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면서 "티몬·위메프 사태와 같이 일부 플랫폼 기업들의 사회적 논란과 함께 입점업체 등 경제적 약자 보호를 위한 제도 보완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변화 속도가 빠른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폐해에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한편, 티몬·위메프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한 후속 조치로 유통 플랫폼에 대한 판매대금 정산 등 관련 법적 규율을 통해 입점업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우선, 플랫폼 독과점 분야에서 반경쟁 행위의 신속한 차단을 위해 현행 공정거래법 개정이 추진된다. 현행 법 체계로도 규율할 수 있지만, 매출액이나 이용자 수가 일정 수준 이상인 기업에 대해 더 강력한 법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독과점 플랫폼의 반경쟁 행위는 별도 플랫폼법 제정이 아닌 공정거래법을 개정하는 방식으로 규율했다.

    한 위원장은 "지난 2월 이후 의견 수렴 과정에서 효과적인 입법 방식에 대한 검토를 진행했다"면서 "별도의 독자 법을 제정하는 방법도 있지만 기존에 있는 법 체계에서 개정안을 발의하면 조금 더 신속하게 법안을 발의하고 결정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규율 대상은 시장에서 압도적인 지배력을 가진 플랫폼으로, 위반 행위가 발생한 경우 사후 추정하는 방식으로 특정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올 초 플랫폼 공정거래촉진법(플랫폼법)을 제정한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사전지정제 도입한다고 밝히자 정보통신(IT) 업계의 반발이 거셌다. 거대 플랫폼 기업을 잠재적 범죄자로 낙인찍는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위원장은 "사전지정제의 도입이 행정 비용이나 사업자 부담을 과도하게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면서 "업계, 전문가, 관계부처의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사후 추정 대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 ▲ 티몬 사옥 ⓒ뉴데일리DB
    ▲ 티몬 사옥 ⓒ뉴데일리DB
    사후 추정 대상은 독점력이 공고한 경우로 한정되며, 구체적으로는 1개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60% 이상, 이용자 수가 1000만명 이상인 경우, 또는 3개 이하 회사의 시장 점유율이 85% 이상, 각 사별 이용자 수가 2000만명 이상인 경우로 설정된다. 그러나 연간 매출액 4조원 미만의 유니콘 기업과 스타트업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자사 우대, 끼워 팔기, 멀티호밍 제한, 최혜대우 요구 등 반경쟁적 행위를 금지하는 것이다. 중개, 검색, 동영상, SNS, 운영체제, 광고 등 6개 서비스 분야에 적용된다. 또한, 지배적 플랫폼의 영향력에 상응하는 강화된 입증 책임을 부여하며, 경쟁 제한성이 없는 경우에 대한 항변권도 보장된다.

    적발된 반경쟁 행위에 대해서는 과징금 상한을 현행 공정거래법상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행위(관련 매출액의 6%)보다 상향(8%) 조정하고, 임시중지명령 제도도 도입된다. 이 제도는 제재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기업의 반칙 행위를 임시로 중단시켜 시장 지배력 강화 등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다.

    한편, 플랫폼 기업들이 상대적 약자 사업자에게 불공정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도 추진된다. 대규모유통업법 적용 대상에 재화·용역 거래를 중개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온라인 플랫폼을 포함시키며 규제 대상 플랫폼의 규모는 중개 거래 수익 1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000억원 이상, 중개 거래 수익 1000억원 이상 또는 중개 거래 금액 1조원 이상 등 두 가지 안이 논의 중이다.

    또한, 티몬과 위메프 미정산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온라인 중개 거래 플랫폼에 대해 일정 기한 내 대금을 정산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판매대금의 일정 비율을 별도로 관리하도록 규제할 예정이다.

    정산 기한은 구매 확정일로부터 10일 또는 20일, 또는 월 판매 마감일로부터 30일 이내로 하는 안과, 판매대금 별도 관리 비율도 100%와 50% 두 가지 안이 제시됐다.

    공정위는 새롭게 법 적용을 받게 될 플랫폼들이 신설된 규제에 충분히 대비할 수 있도록 개정법을 일정 기간 유예 후 시행하며, 규율 강도도 단계적으로 상향할 예정이다.

    한 위원장은 "공정거래법 개정 관련 내용은 이미 관계부처 협의가 완료됐으며, 국회와 법안 발의를 신속히 협의할 예정"이라면서 "복수안을 검토 중인 대규모유통업법 개정 관련 내용은 공청회를 통해 각계 의견을 수렴한 후,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