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미완성된 제품""가격 동결에 인기 시들… 원가인하 압박 세질 듯" LG이노텍·LGD·삼성전기 주가 오락가락
  • ▲ 아이폰16 프로·프로맥스.ⓒ애플
    ▲ 아이폰16 프로·프로맥스.ⓒ애플
    애플의 최초 인공지능(AI) 스마트폰 ‘아이폰16’ 시리즈가 출시됐지만 기대 이하라는 반응이 줄을 이으면서 국내 부품업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LG이노텍은 애플에 카메라모듈을,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패키지기판을 공급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외신들은 아이폰16 시리즈를 두고 기대 이하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 9일(현지시간) 애플은 신제품 발표 행사를 열고 아이폰16 시리즈 등 신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발표에서 놀라운 일은 거의 없었다”면서 “애플이 아직 완성되지 않은 AI 기능으로 아이폰16 구매자들을 유혹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애플 인텔리전스는 수많은 지연에 직면해 있고 많은 주요 기능은 내년이 돼서야 출시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제프리 A. 파울러 워싱턴포스트 분석가는 “배터리에 미치는 영향과 성능의 균형이 잡힐 때까지 아이폰16 구입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로이터 또한 “사람들이 AI 기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얼마나 잘 작동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금 기다렸다가 구매를 타진하기 시작할 것”이라면서도 “과거에 봐왔던 광적인 러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장의 반응도 비슷했다. 신제품 발표가 진행되는 동안 애플의 주가는 장중 1.5% 이상 하락했으며, 종가도 전 거래일 대비 0.04% 오른 220.91달러에 그쳤다. 이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1.16% 오른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내린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아이폰16에 대한 이 같은 반응들은 전작에 비해 눈에 띄는 차별화가 없다는 점에 기인한다. 특히 가장 관심을 모았던 애플의 AI 시스템 ‘애플 인텔리전스’ 기능을 당장 이용할 수 없게 된 영향이 컸다. 아이폰16은 애플의 첫 AI 폰으로 공개 전부터 주목을 끌며 ‘슈퍼사이클(초호황기)’을 견인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지난 6월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공개된 기능과 큰 차이나 개선이 없었고, 테스트용 베타버전도 영어권을 제외하면 최소 내년에나 사용이 가능한 상황이다. 여기에 아이폰 판매량의 20%를 내는 중국에서 AI 기능 사용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점도 흥행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아이폰16 시리즈의 흥행 부진을 점치는 시각이 연이으면서 국내 부품사들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LG이노텍과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은 대표적인 아이폰 부품사로, 아이폰의 흥행이 실적으로 이어진다. 

    LG이노텍의 경우 전체 매출 가운데 애플향 부품 비중이 80%를 웃돈다. LG이노텍은 아이폰16 시리즈에 폴디드 줌 카메라모듈을 공급한다. 애플은 그간 프로맥스에만 폴디드 줌을 적용해왔는데 이번부터는 프로 모델까지 확대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 전체 모델, LG디스플레이는 프로와 프로맥스 등 일부 모델에 OLED를 공급하고 있다. 삼성전기는 아이폰16 시리즈에 고성능 MLCC와 기판을 공급한다.

    수요 정체는 가격 동결로 인한 원가 인하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애플이 아이폰16 가격을 동결한 데다 중국에서 아이폰의 인기가 과거보다 시들해지면서 원가인하 압박이 거세질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애플이 일반 아이폰 시리즈는 4년 연속, 고가 라인업인 프로맥스는 2년 연속 가격을 동결하면서 부품사들의 원가인하 압력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같은 분위기가 반영되면서 LG이노텍, LG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부품사 주가도 좀처럼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전 거래일 LG이노텍 주가는 전날 대비 5.89% 내렸고, LG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의 주가도 각각 전일 대비 3.26%, 3.01% 하락했다. 11일 오전 LG이노텍과 LG디스플레이의 주가는 소폭 반등하기도 했으나 전날의 하락폭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 

    박형우 SK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은 “애플의 극심한 원가 압박 환경으로 부품사들의 수익성은 오히려 저하될 우려가 있다”며 “당초 기대했던 정보기술(IT) 수요는 올해 하반기가 아닌 오는 2025년으로 예상되며 미국과 중국의 수요 부진으로 아이폰 수요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예상과 달리 애플은 아이폰16의 판매 가격을 동결했는데 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가격 인상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아이폰17에서도 가격 동결이 이어진다면 향후 애플 밸류체인 기업의 부품 가격 인하 압박은 거세질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