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 전면전 양상…연일 치열한 여론전·소송 난발 과열된 지분싸움에 주가 변동성 극심…선의 투자자 손실 우려이겨도 '승자의 저주'…경영악화 시 주주 피해
  • ▲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뉴데일리DB
    ▲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뉴데일리DB
    75년간 동업해온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이 전면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주가도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과거 경영권 분쟁이 종결된 이후 주가가 폭락했던 사례가 상당수였던 만큼 투자에 각별히 유의가 필요하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공개매수 마지막 거래일인 이날부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고리인 영풍정밀의 공개매수 가격을 3만원으로 인상한다. MBK 연합이 공개매수가를 상향하는 건 최 회장 측 대항 공개매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앞서 영풍 측은 영풍정밀 공개매수가를 기존 2만에서 2만5000원으로 한 차례 높인 바 있는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주당 3만원으로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자 정면 승부를 건 것으로 보인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다. 영풍정밀을 갖는 쪽이 그렇지 않은 쪽보다 고려아연 의결권 3.7% 우위에 서기 때문에 이번 경영권 분쟁의 핵심 고리로 평가된다. 최 회장 측이 영풍정밀을 지키려면 공개매수 가격을 올리거나 수량을 늘려야 한다.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양측 소송과 비방전도 지속되고 있다. 

    지난 9월 13일 영풍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이후 양측은 연일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최 회장이 자사주를 매입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고 맞서며 갈등은 정점을 향했다. 

    영풍이 고려아연 대표이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이 법원에서 기각된 지난 2일에는 최 회장은 "허심탄회하고 상의하고 원만한 해결 방안을 찾고 싶다"고 화해의 제스처를 표했지만 영풍은 고려아연에 대한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재차 제기했고, 자사주 공개매수에 찬성한 고려아연 이사진을 검찰에 고발했다.

    고려아연은 지난 3일 "영풍의 가처분신청을 또다시 제기한 건 해당 재판부를 무시한 것을 넘어 시세조종과 시장교란 의도를 가진 악의적인 행위"로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이번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양측이 상대방에게 제기한 각종 소송은 배임과 허위사실 유포 등을 포함해 10건이 넘는다.

    ◆과열된 지분 싸움에 주가 변동성↑…'승자의 저주' 우려

    양측의 과열된 지분 싸움에 주가 상승을 노린 단타꾼들이 몰리면서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주가가 20만원대였던 영풍은 지난 13일부터 이틀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며 57만원까지 치솟았지만 이내 하한가를 기록하며 지난 2일 기준 주가가 35만원으로 내려왔다. 영풍정밀은 경영권 분쟁 이후 10거래일 중 9거래일이 상승세다. 이 중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9000원대이던 주가는 2일 기준 2만5000원대로 치솟았다. 고려아연은 3거래일 연속 상승하며 55만원 수준이던 주가가 73만원까지 치솟았다가 69만~71만원대 등락을 거듭했다.

    이날 영풍 측의 공개매수 청약 종료를 앞두고 주가는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4일 오전 10시5분 현재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5.75%, 영풍정밀은 22.79% 폭등 중이다.

    문제는 법원의 가처분 신청 기각 소식 등 양측의 공방전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만큼 이 과정에서 선의의 투자자가 손실을 볼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점이다. 

    실제 과거 경영권 분쟁이 종결된 이후 주가가 폭락했던 사례가 상당수였다. 지난해 말 MBK가 공개매수를 시도한 한국앤컴퍼니는 1만원대 주가가 공개매수 당시 2만3000원까지 치솟았지만 한 달도 안돼 다시 1만원대로 내려왔다. 공개매수 종료 후 주가가 다시 하락한다면 그 피해는 주주들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지난달 27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관련 종목의 주가 급등락으로 인한 투자 손실 가능성에 주의를 당부하기까지 했다. 

    양측이 경쟁적으로 공개매수 가격을 상향 조정하는 가운데 시장에선 이번 경영권 분쟁이 결국 '승자의 저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측 지분 다툼에 들어가는 돈만 합쳐 서 5조원 규모에 달한다. 승자가 누구든 고려아연의 재무건전성과 신사업 투자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고려아연 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한다해도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들인 만큼 이후 경영 악화, 배임 이슈 등으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과거 경영권 분쟁이 종결된 이후 주가가 폭락했던 사례가 상당수였다"며 "상승세에 올라탔다가 극심한 변동성에 손실을 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