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리 3.25% 인하에도 지수 흐름 '시큰둥'재료 선반영…금투세 불확실성·외인 매도세 지속돼 상승 동력 약화미국 추가 금리 인하·3분기 기업 실적 발표 주목도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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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지만 국내 증시는 시큰둥한 모습이다. 한은의 피벗(pivot·정책기조 전환)이 증시에 선반영된 가운데 내년 1월 시행을 앞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의 불확실성, 외국인 투자자의 거센 매도세가 지속되면서 증시가 이렇다 할 반등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내달 미국 대선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기업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는 전주(2569.71) 대비 27.20포인트(1.06%) 상승한 2596.91에 거래를 마쳤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3.25%로 내린 지난 11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0.09% 하락한 2596.91에 마감했다.
이번 인하는 3년2개월 만에 이뤄진 피벗이었지만 증시에는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했다. 앞서 한은은 2021년 8월부터 10차례 금리를 인상한 뒤 13차례 동결한 바 있다.
증시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인 건 올해 9월 미국의 빅컷(금리 50bp 인하)에 따라 금리인하 이슈가 증시에 이미 선반영됐기 때문이다.
그간 시장에선 물가 안정과 내수 부진을 이유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관측이 높았다. 시장의 예상에 부합한 이번 한은의 금리 인하가 국내 증시나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예정된 금리 인하라 선반영되면서 시장에 미치는 영향 자체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채권금리는 기준금리 보다 많이 낮은데 기준금리가 몇번 더 내려 시장 금리와 격차를 줄여야 실제 실물에 영향이 있을 것"으로 분석봤다.
최근 국내 증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상승 동력을 약화하고 있다.
시장은 당초 민주당이 이번주 초 유예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다시금 미뤄진 상태다. 10·16 재보궐선거와 국정감사로 당론을 정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민주당이 금투세 폐지 여부를 놓고 논의를 질질 끄는 사이 시장의 혼란과 불안 심리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의 '반도체 겨울론'이 제기된 가운데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의 실적 부진에 실망한 외국인이 '셀 코리아'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 역시 부담이다.
지난달 외국인은 상장주식 7조361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코스피에서 2조1810억원을 매도했던 전달 대비 3배 이상 커진 규모이자, 이는 2021년 8월(7조8160억원) 이후 가장 큰 순매도 규모다. 외국인 투자자는 두 달 연속 '팔자' 기조를 지속하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투자자는 삼성전자를 집중적으로 팔아치웠다. 삼성전자는 8조6208억8009만원어치, 삼성전자 우선주는 3347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증권가에선 한은의 이번 피봇 자체보다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하를 비롯해 향후 금리인하 속도에 따라 증시 향방이 갈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하가 우리나라의 금리인하의 여지를 높여주고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을 일정 부분 개선할 수 있다는 점에선 증시에 긍정적"이라면서도 "시장에는 금리인하가 앞으로 2~3번 단행될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된 상태라 앞으로 금리경로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시장은 오는 11월 예정된 미 대통령선거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주목하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11월 FOMC 회의에서 연준이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부상했다"며 "9월 빅컷 배경으로 7~8월 고용부진을 언급했으나 9월 고용발표에서 7~8월 고용이 상향됐다. 물가 재상승 불안까지 고조되는 만큼 인하속도 조절론이 부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기간에 돌입한 만큼 기업들의 실적이 코스피 향방을 가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실적 예상치 부합 여부에 따른 업종별 등락에 주목할 시점"이라며 "TSMC 9월 실적에 따른 반도체 업종 내 차별화가 이뤄졌던 점을 감안하면 지수 상하단이 제한된 박스권의 현 상황에서 업종별 순환매가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며 "3분기 실적은 4분기 증시 방향성을 결정할 지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