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천 前 노태우 부속실장 증언손길승 이어 盧 측근 고백 이어져이달 말 상고심 '심리 불속행' 여부 변수"다퉈볼 여지 생겨" "최종 판단 미뤄야"
  • ▲ 최태원 SK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스1
    ▲ 최태원 SK회장과 노태우 전 대통령,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뉴스1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주요 증거로 채택됐던 '비자금 300억원'의 출처가 SK 측이란 주장이 나왔다.

    15일 문화일보 보도에 따르면 노태우 전 대통령 핵심 측근인 윤석천 당시 청와대 제1부속실장은 '비자금 300억원'에 대해 "고 최종현 선경그룹(현 SK) 선대회장이 사돈인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활동 자금 목적으로 전달한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은 일절 SK에 도움을 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이는 최 회장의 이혼소송 2심 재판부가 내린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이 SK 측으로 흘러가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판단에 정면 배치되는 주장이다. 돈을 건넨 건 노 전 대통령이 아닌 최 선대회장이란 것으로 사실로 드러날 경우 최 회장의 재산형성 과정에서 노 관장 측의 기여도가 대폭 줄어들게 된다.

    윤 전 실장은 "노 관장 측이 승소를 위해 비자금 문제를 수면 위로 올리면서 아버지 명예를 실추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이혼소송 과정에서 연희동 사저 비서관이 과거 노 전 대통령과 최 선대회장이 안가 등 다른 곳에서 접촉한 사실이 있느냐고 물었고, (노 관장 측에서) 이를 재판에 악용하려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는 "돈을 줬다면 최 선대회장이 노 전 대통령에게 줬다는 게 상식 아닌가"라며 "1995년 비자금 수사가 시작되면서 선경에서 받은 어음을 사용할 시기를 놓쳤고, 김옥숙 여사(노 전 대통령 부인)께서 현재까지 보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실장은 노태우 정부 5년간 제1부속실장을 지냈다.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의 모든 일정과 행동반경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그는 또 노 전 대통령 퇴임 후에도 연희동 사저에서 3년 간 보좌하기도 했다.

    윤 전 실장의 증언은 앞서 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이 재판부에 전달한 진술과 일치한다. 손 명예회장은 "당시 청와대에서 기업마다 통치자금 마련을 요구했는데 최 선대회장이 퇴임 후 활동자금 명목으로 300억원을 약속했다"며 어음 300억원의 출처를 설명했다.

    이번 증언으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공산이 크다. SK 측이 아닌 노 전 대통령 측의 증언이란 점에서 재판부 입장에서도 신빙성 있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2심 재판부는 갑자기 등장한 김 여사의 메모와 50억원짜리 약속어음 6장이 찍힌 사진을 근거로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그룹에 흘러들어갔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이달 말 최 회장의 이혼소송 상고심 심리불속행 여부를 판단할 전망이다. 2심 선고에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경우 대법원이 상고 자체를 기각하는 제도다. 가사 재판의 경우 80% 이상이 심리불속행 기각되지만, 최 회장의 경우 대법원이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있다. 위자료만 1조3800억원에 달하는데다 2심 판단을 부정하는 각종 증언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실체가 드러날 경우 벌어질 정치적 변수도 있다. 국회 법사위는 김 여사와 노 관장, 그리고 동생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원장을 오는 25일 법무부 대상 국정감사 출석을 요구하고 있다. 비자금 300억원에 대한 상속·증여세 과세 여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노 관장 측이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만큼 대법원에서도 이혼 소송 최종 판단을 미뤄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