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 앞으로 다가온 미 대선…시장은 트럼프에 베팅달러 강세·비트코인도 고공행진내달 대선까지 변동성 극심…"대선 변수 따라 요동칠 듯"
  • 미국 대통령 선거가 약 보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자 이른바 '트럼프트레이드'가 다시 탄력받고 있다. 다만 내달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시장 변동성은 더욱 극심해질 것으로 예상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가상화폐에 기반한 베팅 사이트 '폴리마켓'에 따르면 국내 시각 21일 기준 미 대통령 선거 결과에 거의 22억달러(약 3조102억원)가 베팅된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확률은 61%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의 당선 확률(39%)를 훌쩍 앞섰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두 후보의 당선 확률은 비슷했지만 지난주를 기점으로 해리스 부통령은 경제 정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큰 차이가 없다거나 남성 흑인 지지 기반이 약하다는 평을 받으며 주춤하는 모습이다.

    때문에 시장에서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부활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수혜가 예상되는 업종과 자산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상황을 말한다. 달러화 상승,  비트코인 가격 상승, 은행주 상승이 대표적이다.

    21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간밤 뉴욕차액결제선물환(NDF) 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1개월물은 1367.4원에 최종 호가됐다. 환율 상승세는 이달 들어 가파르게 나타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월30일 1307원80전에서 약 18일 만에 61.90원 상승했다. 주간 또는 야간거래 종가에서 1370원대 환율이 나타난 것은 지난 8월13일(1370원40전) 이후 약 2달만이다.

    일본 엔화도 큰 폭으로 올랐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엔화는 달러당 150.26엔까지 올랐다. 앞서 17일 뉴욕 외환시장에서도 1달러당 150.2엔 수준에서 거래됐다. 엔화 가치가 1달러당 150엔선으로 떨어진 것은 지난 8월 이후 약 2개월 반만이다.

    원화와 엔화가 동반 약세를 나타낸 것은 글로벌 달러 강세 때문이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화지수(DXY)는 17일(현지시간) 103.76까지 올랐다.

    감세, 금융 규제 완화, 관세 인상 등 트럼프 대통령이 내세우는 공약은 모두 강달러 현상을 부추기는 정책들이다. 관세가 높아지면 아시아, 유럽 등 대미 수출국의 경제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면서 이들 국가 통화 가치는 떨어지고, 반대로 달러의 상대적 가치는 상승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금융규제 완화를 내세우면서 덩달아 은행주도 강세다. 또한 비트코인 가격도 다시 1억달러 돌파를 향해 가고 있다. 업비트에 따르면 21일 오전 10시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9411만2000원을 기록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6월 샌프란시스코의 선거자금 모금 행사에서 '가상자산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JP모건은 최근 미국 증시가 트럼프의 승리, 특히 공화당의 압승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니콜라오스 파니기르초글루 교차 시장 전략가는 "최근 미국 주식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미국 은행의 성과가 뛰어난 것은 투자자들이 트럼프의 승리에 베팅하고 있다는 신호 중 하나"라고 진단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도 방산주가 강세를 보이고 신재생 에너지가 약세를 보이는 등 트럼프 트레이드가 주가에 반영되고 있다.

    다만 양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크지 않아 불확실성이 고조될 수 있어서 경계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으로 당분간 통화정책 변수보다는 미 대선 이슈에 주요 가격변수들이 민감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미 대선 결과를 좌우할 경합주는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과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초박빙 구도라 1~2%포인트 차이로 승패가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선거 당일까지 불확실성에 따른 짙은 관망세를 점치기도 한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트럼프 후보 지지율이 상승하는 점도 증시의 변동성을 점차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면서 "주식시장 내에서도 수시로 트럼프-해리스 트레이드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트럼프 당선에 따른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다. 달러 강세, 미국과 중국 간 갈등 등 지정학적 위험 확산, 관세 인상에 따른 무역 위축과 인플레이션 재발 등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변준호 IBK증권 연구원은 "미국 대선이 임박함에 따라 대선 불확실성이 재차 부각될 수 있다"며 "특히 최근 트럼프 당선 가능성이 재차 올라오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가 느끼는 불확실성의 크기는 더 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변 연구원은 "트럼프가 전개할 정책을 예측하기 쉽지 않아 시장의 가격·밸류에이션 등에서 패턴과 질서 정연함 등이 위협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며 "선거가 다가올수록 트럼프는 관세 인상을 더욱 과감하게 어필하고 있고, 미국 국민의 절반 이상이 트럼프 관세 공약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에 당선될 경우 정책을 추진할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