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재수생' 케이뱅크, 또다시 철회…내년 세 번째 상장 도전수요예측 부진 속 고평가·업비트 의존도·오버행 우려 등 발목'두 번 실패' 꼬리표 우려…이른 시일 내 재도전 힘들 것이란 전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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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두 번째 기업공개(IPO) 도전에서도 고배를 마신 가운데 세 번째 도전 성공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각에선 IPO에서 두 번의 고배를 마셨다는 꼬리표가 앞으로 케이뱅크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케이뱅크는 지난 18일 증권신고서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 앞서 지난 10일부터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부진한 결과를 받은 것이 상장 철회의 배경이 됐다. 

    실제 수요예측에 참여한 대다수 기관은 공모가를 희망 가격(9500원~1만2000원) 하단 가격 또는 이보다 낮은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KB증권 등은 최종 공모가를 8500원으로 설정하는 안을 요청하기도 했다.

    케이뱅크 측은 "총공모 주식이 8200만 주에 달하는 현재 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했다"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의 상장이 무산된 건 이번이 두 번째다. 회사는 앞서 지난 2022년 상장 예비인가를 받았지만 코로나19 유행 등으로 IPO 시장이 침체하자 지난해 2월 상장을 철회했다.

    케이뱅크는 내년 2월 말 전에 재상장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상장 예비심사 효력은 내년 2월 28일까지 적용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세 번째 도전도 쉽진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코로나19라는 확실한 외부 악재가 있었던 첫 번째 철회 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철회의 원인이 온전히 회사에 있기 때문이다. 

    우선 고평가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 케이뱅크는 앞서 기업가치 산정 과정에서 주가순자산비율(PBR)을 2.56배로 설정, 현 1.7배 수준인 카카오뱅크보다 더 높게 책정해 투자자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았다. 경쟁사인 카카오뱅크 대비 높은 기업가치를 바란 데다 공모 물량까지 많다는 지적이었다.

    성장성에 대한 우려도 수요예측 부진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존 시중은행과 마찬가지로 가계대출 영업에 치중한 사업 구조가 인터넷은행으로서의 차별점을 보이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설상가상으로 지난주 있었던 국회 정무위원회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일부 의원이 '업비트발(發) 뱅크런 우려'를 제기하면서 입지를 좁혔다. IPO 업계에선 이에 대한 우려가 공식 석상에서 드러난 만큼 케이뱅크가 업비트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당시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케이뱅크의 업비트 예금은 4조 원으로 전체 예수금(21조 원)의 약 20%에 달한다"라며 "업비트 없이 케이뱅크가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이런 형태로 케이뱅크가 IPO에 성공하면 시한폭탄이나 마찬가지"라며 "정상화가 된 후 IPO를 해도 늦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복현 금감원장은 "건전성이라든가 운영 측면에서 보면 여전히 중요한 리스크 요소인 건 맞기 때문에 면밀히 챙기겠다"라며 호응하기도 했다.

    IPO 업계에선 케이뱅크가 이른 시일 내 IPO에 재도전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구조로는 성공적인 상장을 위한 충분한 투자 수요를 끌어내기 어려운 가운데, 시장에서 지적됐던 문제들을 단기간에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한 IPO 관계자는 "상당수 업계 관계자들은 케이뱅크의 상장 철회 결정을 두고 예견된 결과라는 평가를 하기도 한다"라며 "시장에서 지적된 많은 점을 고쳐야 하는데, 그것을 내년 2월까지 해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