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 대비 29.94%↓…108만원선 마감일주일간 77% 급등…투자경고 종목 지정MBK·영풍 “유상증자, 시장질서 유린 행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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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MBK파트너스·영풍 간 경영권 분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고려아연이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가가 하한가로 직행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전장(154만3000원)보다 29.94% 하락한 108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23만주, 2640억원으로 집계됐다. 개인과 기관이 68억원, 539억원을 각각 순매수했지만, 외국인이 490억원을 순매도했다.

    앞서 고려아연의 주가는 지난달 13일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위해 고려아연 주식 주당 66만원에 공개매수를 시작하면서 급등세를 맞았다. 지난 12일 기준 55만6000원이었던 주가는 전일까지 177.52%나 뛰었고 최근 일주일 동안에만 76.54% 상승했다.

    이에 거래소도 고려아연에 대해 투자경고 종목 지정을 예고하고 28~29일 이틀 연속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이날에는 고려아연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 투자경고 종목은 신용융자로 매수할 수 없으며 매수 시 위탁 증거금을 100% 납부해야 한다.

    이날 고려아연의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한 것은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하면서다. 고려아연은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증자의 건을 의결했다. 총모집 주식 수는 373만2650주로 고려아연이 공개매수를 통해 취득한 소각 대상 자기주식을 제외한 발행 주식 수의 20%에 해당한다. 주당 발행가는 67만원이다.

    유상증자로 조달할 자금 약 2조5000억원 중 2조3000억원은 채무상환자금으로 쓰고 나머지 1350억원과 658억원은 시설자금과 타법인 증권취득 자금에 각각 사용할 예정이다.

    고려아연은 총모집 주식 가운데 80%에 대해서 일반 공모를 실시하고 나머지 20%는 우리사주조합에 배정할 방침이다. 또 우리사주를 제외한 모든 청약자에 대해선 그 특별관계자와 합해 총모집 주식 수의 3%인 11만1979주 내에서만 배정한다.

    발행가액은 청약일 전 3거래일부터 5거래일까지의 가중산술평균 주가(총 거래금액을 총거래량으로 나눈 가격)를 기준 주가로 하고 발행공시 규정 한도에 따라 할인율 30%를 적용한 금액을 발행가액으로 책정했다.

    고려아연 측은 이번 유상증자에 대해 “국민을 상대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과 이로 인한 기술 유출, 국가기간산업의 해외 매각 등을 방지하고 장기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해 진정한 국민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목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유상증자가 종료되면 고려아연의 총 발행 주식 수는 기존 2070만3283주에서 2443만5933주로 늘어난다. 이에 따라 현재 38.47%의 MBK·영풍 연합과 35.4%의 최 회장 측 지분율 격차도 좁혀질 전망이다.

    최 회장 측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MBK·영풍 연합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에 대해 “이번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결정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법적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며 “기존 주주들과 시장 질서를 유린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 회장은 고금리 차입금으로 주당 89만원에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해 회사에 막대한 재무적 피해를 입혀 놓고 그 재무적 피해를 이제는 국민의 돈으로 메우려 하고 있다”며 “회사에 피해가 가든, 주주가치가 희석되든 최 회장 머릿속에는 오로지 자신의 자리 보존에 대한 생각밖에 없다는 것이 오늘 다시 한번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당 67만원이라는 가격 또한 현재 시점의 예상 가격일 뿐, 청약이 개시되는 12월 초가 되면 주가가 더욱 낮아져 발행가격은 더욱 낮아지게 된다”며 “남은 주주들의 주식 가치는 더욱 희석될 것이며 최 회장의 유증 결정은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배임이라는 점을 자백하는 행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