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1월 외국인 투자자 코스피 순매도 규모 18조원↑트럼프 관세·강달러·경기 위축·일본 금리인상 가능성 겹쳐당분간 수급 불안 지속…엔화 흐름·미 경제지표 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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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경기둔화 가능성에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까지 겹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증권가에선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와 엔화 강세 압력 확대로 인한 수급 불안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간 코스피 시장에서 18조996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외국인은 11월 들어 4일(284억원), 7일(1076억원), 22일(1162억원) 등 3거래일을 제외하고 나머지 18거래일 순매도를 기록했다.

    특히나 지난 29일(-7482억원)엔 개장과 동시에 '팔자'에 나서며 물량을 대거 쏟아냈다. 이는 지난달 31일(-8583억원) 이후 최대다. 이날 코스피는 장 중 2.3% 넘게 밀렸다.

    12월에도 외국인의 '팔자'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 외인들은 지난달 25일 이후부터 이달 1일까지 6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지속하며 지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3일 오전 9시22분 현재도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1301억원어치 순매도 중이다.

    외국인의 순매도가 거세지면서 하반기 코스피에서 이들 비중은 6월말 35.62%에서 11월 말 32.44%로 3.18%포인트 줄었다.

    외국인 이탈세가 지속되는 건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따른 관세 부과 이슈와 달러 초강세 현상 영향이다. 환차손 우려는 외국인들의 대규모 매도 행렬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거론된다.

    갈수록 국내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매도세를 가속화하고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물량이 쏟아진 지난 29일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인하하며 올해 성장률을 2.2%로 하향 조정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경기 둔화 경고음으로 작동했다는 평가다.

    같은 날 발표된 '10월 산업활동동향'이 이른바 '트리플 약세'를 기록하며 경기 둔화 우려를 키웠다. 산업생산은 공공행정(-3.8%), 건설업(-4.0%) 등의 부진으로 0.3% 감소했고 소매판매 및 설비투자도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치를 웃돌면서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도 외국인의 매도세를 부추기고 있다.

    엔케리 트레이드는 금리가 낮은 엔화를 빌려 고가치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시장에선 일본이 오는 12월 금리를 인상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 코스피 급락의 배경으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수급 불안이 거론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블랙먼데이) 당시 자체 성장 동력이 부족하고 수급이 얇은 코스피는 엔캐리 청산 매물에 취약했다. 8월 1일 장 중 2790선을 넘나들던 코스피가 단 이틀 만에 장 중 2380선대로 내려앉았다"며 "따라서 다시금 불거진 엔화 강세 압력 확대는 코스피 투자심리와 수급을 극도로 위축시킬 수밖에 없다"고 부연했다.

    엔캐리 청산 매물 출회로 인한 단기적인 수급 충격이 있을 수 있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이경민 연구원은 "외국인 현물 매도가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가 낮은 나라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나라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엔캐리' 청산이 가세할 경우 단기 수급 충격을 감안해야 한다"면서 "다만 (12월 등락은) 마지막 하락 파동으로 판단되며 빠른 회복력과 추세 반전을 모색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엔캐리 청산 또한 시장에서도 내성이 생긴 상태라고 판단한다"며 "이번주 중 달러·엔 환율이 140엔대 초반으로 급락하지 않는 이상 증시에 미치는 부정적인 파급력과 지속성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달 초 나올 미국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외국인 수급 등 코스피 경로가 판가름 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지영 연구원은 "악화될 대로 악화된 투자심리의 극적인 개선은 쉽지 않을 수 있다"면서도 "밸류에이션상 과매도 구간에 진입했다는 점이나 국내 수출주 실적 전망에 영향을 주는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11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결과를 통해 반전의 계기를 찾을 가능성 존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