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에 환율·가상자산 요동… 불확실성 확대 증안펀드 10조·채안펀드 40조 대책에도 불안 장기화 가능성 당국, 외인 투자자 이탈 없도록 컨틴전시플랜 선제적 수립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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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밤 윤석열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이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외환·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대외 신인도 타격에 앞으로 외국인과 기관들의 '셀코리아' 움직임이 가속화할 가능성이 큰 만큼 필사적으로 대외 신인도를 지켜야 할 커다란 과제를 떠 안게 될 것으로 보인다.윤 대통령이 4일 국회 요구를 수용해 비상계엄 선포를 해제했다. 전날 오후 10시 25분께 긴급 대국민 담화를 열고 비상계엄을 선포한 지 6시간여 만이다. 계엄 상황은 종료됐지만 후폭풍은 예측 불허다.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에 혼란을 겪은 외환시장은 전 거래일보다 15.2원 오른 1418.1원으로 출발했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치솟아 전날 11시 50분께 1446.5원까지 급등했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15일 기록한 1488.0원 이후 15년 8개월여 만의 최고 기록이다. 시장의 불안감이 반영되면서 원화 가치가 급락한 영향이다.비상계엄 여파로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49.34포인트(1.97%) 내린 2450.76으로 출발했다. 코스닥 지수도 1.91% 하락한 677.59로 개장했다.전날 한국 증시에서 7거래일 만에 순매수에 나섰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다시 '팔자'로 돌아섰다. 이날 오전 9시 45분 기준 외국인들은 코스피에서 3116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코스피 지수도 전거래일 대비 2.30% 내린 2442.63에 거래 중이다.앞서 코스피 야간선물옵션지수도 큰 폭의 변동성을 나타냈다. 비상계엄 직후 코스피200 야간선물옵션지수는 급락세를 보이며 한때 313.35까지 떨어지는 등 전 거래일보다 5% 이상 빠지기도 했다.비트코인 가격도 비상계엄 선포 이후 약 34% 급락하며 8800만원 선까지 떨어졌다. 리플, 도지코인, 이더리움 등 다른 대다수 코인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가산자산 가격이 큰 낙폭을 보이면서 업비트 등 일부 가상자산 거래소는 한때 접속 장애를 겪기도 했다.금융당국은 10조 규모 증권시장 안정화펀드와 40조 규모 채권시장 안정펀드를 즉시 가동하기로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4일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증시는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채권시장·자금시장은 총 40조원 규모의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앞서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회 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과 긴급거시경제금융현안감담회(F4)를 소집했다.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나타날 수 있는 시장 불안 요인에 대응하기 위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 모든 가능한 금융·외환 시장안정 수단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외신들도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해제 소식을 긴급 타진했다. 비상계엄 선포까지 6시간만에 계엄상황은 종료됐지만 대외 신인도 저하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의 정치적 리스크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셈이어서다. 대외신인도 하락은 곧바로 외국인 투자자 이탈과 수출여건 악화 등으로 이어져 퍼펙트스톰급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가뜩이나 내수 부진 등으로 국내외 주요 기관에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조정되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계엄령은 해제됐으나 법리 논란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식, 펀드 등의 고객들의 자금 이탈 우려가 상존하며 주식시장은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외인들도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투자금 일부 회수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간밤 글로벌 금융시장도 한국의 계엄령 선포에 주목했다"며 "한국은 중간재 수출이 많아 계엄령이 장기화될 경우 한국 경기 둔화가 확대될 수 있고 반도체 칩, 중장비 등 공급망에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글로벌 경기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향후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 역시 경기에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권영준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는 "6시간 만에 종료된 계엄 사태로 한국 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대외 신뢰도가 낮아져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며 "한국의 금융통화시스템을 포함한 경제 시스템은 선진국 반열에 오른 만큼 잘 감당할 수 있으리라 여겨지나,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해 향후 경제가 움츠러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향후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일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시장은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이나 향후 정치적 과정이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이 과거와 달리 여럿 정치적 혼란에도 안정적 경제를 유지해왔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변화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긴급 대책 수립 필요성도 강조된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 당국이 컨틴전시플랜을 수립하고 빠르게 실행에 옮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