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이 부른 ‘코리아디스카운트’… 원화값 추락고환율, 물가상승 유발… 경기회복 모멘텀 저해韓 경제성장 기대 낮추는 IB들… 1%중반까지 ‘뚝’경기부진 장기화시 다시 원화 약세 자극…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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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을 위해 15년 만에 연속 금리인하를 결정한 한국은행의 계획이 갑작스런 비상계엄 사태로 꼬여버릴 위기에 놓였다.금리를 낮추면 시장에 돈이 돌고 민간소비와 투자가 살아나는 효과를 봐야 하는데 정치적 사변에 따른 대외신인도 타격으로 환리스크만 먼저 증폭되는 모양새다.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12.4원에 거래를 시작하며 2거래일 연속 1410원대로 출발했다.장 중 한때 1446.5원에 거래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15일(1488.0원) 이후 15년 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원‧달러 환율은 지난 3일 밤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부터 요동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새벽에는 1446.5원에 거래되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지난 2009년 3월 15일(1488.0원) 이후 15년 8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앞서 전문가들은 지난달 한국은행이 연속 금리인하를 단행한 이후 앞으로 환율 수준에는 대외금리차보다 경제 성장 모멘텀 확보가 더 중요한 요인 될 것으로 내다봤다.기준금리 인하 자체는 원화 약세 요인이지만 시장에 돈이 풀리면서 민간 투자와 소비가 살아나고 국내로 자금이 유입되면 환율이 안정되는 선순환 구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하지만 지금은 갑작스런 계엄 사태로 환리스크가 먼저 부각되면서, 반대로 높은 환율이 경기 회복을 짓누르는 악순환 구조로 흘러갈 우려가 커진 상황이다. 높은 환율은 국내 물가 상승을 유발해 안그래도 부진한 내수경기를 더욱 위축시킬 수 있다.서정훈 하나은행 수석연구위원은 “원‧달러 환율이 1450원도 뚫고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속적으로 인하한 상태에서 경제 모멘텀이 되살아나는 쪽으로 가게되면 원화가 조금은 강세를 보일 수 있겠으나, 성장률이 회복되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이미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한국에 대한 성장 눈높이를 낮춰잡고 있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에서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제시했다. 지난 10월 말 1.8%에서 0.2%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2.2%에서 1.8%로, UBS는 2.1%에서 1.9%로, 노무라는 1.9%에서 1.7%로, JP모건은 1.8%에서 1.7%로 각각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특히 이번 계엄사태가 또 다른 위험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섞인 시선도 존재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역임한 대니얼 러셀은 최근 BBC와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로 인해 정치적 불안정이 초래된 상황을 북한이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해외에서 국내 정세를 비상상황으로 인식하게 되면 원화는 물론 원화 표시 자산을 청산하며 환율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장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소통에 나섰다.이 총재는 비상계엄 사태 후 환율 흐름에 대해 “원·달러 환율이 1410원으로 오른 상태지만 이후 새로운 충격이 없는 한 금융시장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면서 “한은이 단기 유동성 공급 조치를 취한데다 금융·외환시장 상황 점검 등 조치를 취한 것이 시장 안정화에 공헌했다 생각한다”고 말했다.또 한국 경제의 신인도에 대해선 “다른 주요국처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 문제나 재정 등 관련 정책 방향 차이로 정부가 붕괴한다거나 하는 경우와 달리 우리나라의 경우 순수하게 정치적 이유에 따라 계엄이 일어났다”며 “이처럼 (한국은) 경제 펀더멘털이 있고, 이것들이 정치적 이유하고 분리돼있는 만큼 신인도에 크게 영향을 받을 것 같지는 않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