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명부 폐쇄 열흘 앞두고 신경전 최고조MBK, 기자회견 열고 여론몰이 나서주식 액면분할, 자사주 전량 소각 등 방침MBK "대차거래, 한화와 이면합의" 주장고려아연 즉각 반발 "형사책임 묻겠다"
  •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 (왼쪽부터)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김병주 MBK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각사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측의 신경전이 극에 달하고 있다. 주주명부 폐쇄를 열흘 앞두고 지분매입 경쟁과 함께 주주 표심을 얻기 위한 여론전이 거세지는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허위사실이 의혹으로 제기되고, 명예훼손 고소가 이어지는 등 진흙탕 비방전이 확산하고 있다.

    10일 MBK파트너스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고려아연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회복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내년 1월 23일 고려아연 임시 주주총회가 예고된 가운데 MBK는 전체 주주가치 회복을 위해 최윤범 회장 중심 기업지배구조의 개혁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최 회장 개인의 독단 경영을 구조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집행임원제도,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 전문 경영 체제를 도입하겠다”며 “집행임원에 의해 신속하고 효율적인 업무 집행이 가능케 하고, 감독형 이사회가 효과적인 업무 감독과 전략적 의사결정을 함으로써 고려아연의 거버넌스를 선진적인 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키겠다”고 말했다.

    MBK는 향후 회사의 주식 액면분할을 통해 주가는 낮추고 주식수를 늘린다는 방침이다. 보유 중인 자사주 전량 소각하고, 정례적으로 배당 정책을 결의해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매 회계연도 말 기준 가중평균자본비용, 자기자본비용, 자기자본수익률 등을 검토한 후 이에 대한 평가 및 개선 방안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 정기 주총에 제출한다는 것이다.



  • ▲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보배 기자
    ▲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10일 롯데호텔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보배 기자
    MBK는 이러한 기업지배구조 개선 전략을 통해 ‘약탈적 인수합병(M&A)’이란 우려를 해소하고 경영권 확보 명분 마련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에 대해 사모펀드의 기존 투자 지평을 넘는 장기 비전을 갖고 있다고 시장이나 당국을 설득하지 않았다”고 발언한 것을 의식한 조치로도 풀이된다.

    MBK 연합이 내달 주총에 앞서 여론전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MBK 측은 전날 최윤범 회장이 공개매수로 보유한 자사주 12.27%에 대해 대차거래를 통해 의결권을 되살릴 수 있다며 자사주 전체 소각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대차거래를 검토한 바 없다”며 “MBK와 영풍 측이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상황을 임의로 만들어 마치 실재하는 것처럼 확산시킴으로써 고려아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있다”거 반박했다.

    MBK는 또 고려아연이 ㈜한화 지분 7.25%를 한화에너지에 매각한 거래에 대해 ‘이면 합의’가 있는지 여부를 공개하라고도 했다. ㈜한화 지분 매각 가격이 취득가보다 낮다는 점을 들어 헐값에 넘겼다고도 주장했다.

    고려아연은 한화와의 거래에 대해 “상법 및 내부 규정을 철저히 준수해 거래를 진행했다”면서 “(MBK 측 주장은) 출처조차 알 수 없고 근거조차 없는 허위사실을 생산, 가공해 배포하는 기획부동산’이나 ‘떳다방’과 같은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라면서 허위사실 유포에 대해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MBK가 지난 2022년 5월 고려아연과 체결한 비밀유지계약(NDA)을 어겼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MBK와 영풍이 NDA가 유효했던 올해 초부터 고려아연에 대한 적대적 M&A을 준비했다는 정황이 드러나는 경우 법적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고려아연은 내년 1월 23일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임시 주총을 연다. 의결권을 가진 권리 주주확정을 위한 주주명부 폐쇄 기준일은 오는 20일로, 주식 매매일과 결제일 간 시차를 고려하면 양측이 지분을 한 주라도 더 사들일 수 있는 기한은 이달 18일까지다.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17.5%로, 최 회장 측의 백기사 추정 지분을 모두 더하면 약 35%로 추정된다. MBK 연합은 39.83%를 보유해 지분 격차는 약 5%p 안팎에 불과하다. 7.83%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이 캐스팅보터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