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손보사 누적손해율 82%… 전년 대비 2.8%p 증가3주도 안 남은 보험료율 결정… 손보사 "1곳도 검증 의뢰 안 해"손보사, 자동차보험 특약 축소 등 "소비자 혜택 감소"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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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85%를 넘어섰지만 내년 보험료 조정을 위한 논의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최근 탄핵 정국과 연말 실적 변동성으로 손해보험사가 보험료 인상을 적극적으로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이어지면서 업계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손보사 '보험료율 검증 의뢰 0건'… 탄핵 여파 때문인가

    올해 10월까지 주요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평균 82%를 기록하며 손익분기점으로 여겨지는 80%를 크게 웃돌고 있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1%포인트 상승할 때마다 약 1500억원의 추가 손실을 입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를 통해 업계 전체가 수천억원 규모의 적자 구간에 진입했다고 추정된다.

    12일 각 손해보험사에 따르면 7개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의 손해율은 전년 동기(79.2%) 대비 2.8%p 증가했다. 

    특히 시장 점유율 85% 이상을 차지하는 5대 손보사(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의 손해율은 평균 85.9%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1%p 상승하며 적자 규모가 심화되고 있다.

    이처럼 높은 손해율에도 불구하고 내년 보험료 조정을 위한 논의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자동차 보험료율은 매년 말 각 보험사가 보험개발원에 보험료율 검정을 의뢰한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그러나 당장 1월부터 적용될 자동차보험료율을 보험개발원에 검정 의뢰한 보험사는 단 1곳도 없다.

    이는 지난달 금융당국이 제도 변경을 통해 손보사의 연말 실적 변동성을 키운 것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탄핵 정국으로 인해 금융당국의 초점이 금융권 유동성 관리 등 긴급 사안으로 옮겨지면서 자동차보험료 인상 논의가 예정보다 밀릴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2년간 지속된 자동차 보험료 인하는 손보사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있다. 업계는 더 이상 인하를 지속할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손보사들은 정치적 혼란 속에서 소비자 여론을 의식해 보험료 인상을 강하게 주장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보험료 인하가 장기화되면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손보사, 2025년 순이익 감소 추정… 무·저해지 해지율 영향

    새 회계기준(IFRS17) 적용으로 손보사들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지만 2025년부터는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5대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의 누적 순이익은 6조7234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4% 증가했다. 삼성화재(1조8665억원) DB손보(1조5780억원) 메리츠화재(1조4928억원) 현대해상(1조464억원) KB손해보험(7400억원) 순으로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이번 실적을 '고무줄 회계'로 보고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정 방식 변경을 통해 실적 안정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달 발표된 'IFRS17 주요 계리가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산정 기준은 기존보다 엄격한 '로그-선형 모형'으로 변경돼 완납 시점에서 해지율을 0%로 수렴하도록 규정됐다. 이는 손보사들의 CSM(보험계약서비스마진)을 줄이고 2025년 실적 변동성을 확대시킬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무·저해지 보험은 환급금이 적은 대신 저렴한 보험료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금융당국은 일부 손보사들이 과도하게 높은 해지율을 적용해 실적을 부풀린 사례를 문제 삼았다. 예외적으로 '선형-로그 모형' 적용을 허용했으나 해당 모형을 선택한 손보사에 대한 집중 검사를 예고했다.

    손보사들은 순이익 감소와 손해율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자동차보험 특약 축소, 가입심사 기준 강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소비자 혜택 축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손보사가 90% 이상의 손해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적정 손해율을 크게 초과하는 상황에서 보험료 인상이 절실하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