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의요구 못하면 농망4법 시행 '쌀 구조개혁' 좌초 더불어민주당, 노란봉투법 등 반시장법도 재추진 전망도野 초유의 '감액 예산안' 처리하고 추경 편성 주문 '이율배반'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면서, 야당이 단독 처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비롯한 '농업4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가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의 결단에 달리게 됐다. 양곡법 개정안은 쌀 과잉생산 고착화로 국가의 재정부담을 늘리게 돼 정부와 여당이 반대해 온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국회 다수당의 힘으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 2·3조 개정안)과 25만원법 지급법(민생회복지원금 지급 특별법) 등도 다시 밀어붙일 태세다. 

    정부 안팎에선 한 권한대행이 여당에서 거부권 행사를 건의한 양곡법 개정안 등 농업4법에 대해 직접 거부권 행사를 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앞서 양곡관리법을 포함한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 농업재해보험법, 농어업재해대책법 등 농업 4법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를 두고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을 망치는 농망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13일 정부에 공개적으로 거부권을 요청했다. 

    권한대행은 헌법 71조에 따라 대통령의 고유 권한을 이양받아, 원칙적으로는 대통령의 권한을 모두 행사할 수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고건 권한대행이 거창 양민 학살 보상특별법과 사면법 개정 등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가 있다. 

    지난 6일 정부로 이송된 것으로 알려진 농업4법은 15일 이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해 거부권 시한은 오는 21일까지다. 17일 열리는 국무회의에서 농업 4법에 대한 거부권 안건 상정·심의될 전망이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못하면 정부가 벼 재배면적 8만ha 감축을 골자로 한 '쌀 산업 구조개혁 대책'도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양곡법의 의무 매입 조항은 '모든 쌀을 정부가 사준다'는 신호를 줘 시장왜곡을 초래해 과잉생산과 가격 하락을 유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한 권한대행이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일부 법안에 거부권을 신속히 행사할 것을 촉구했다. 윤 전 의원은 "이재명 대표가 국정안정협의체를 제안했는데 입으로만 떠든다고 정상화되지 않는다"며 "진정성이 손톱만큼이라도 있다면 나라 경제의 기반을 흔드는 민주당 악법부터 되돌려야 한다"고 성토했다. 

    민주당은 기세를 몰아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했던 노란봉투법과 25만원 지원법도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도 '탄핵이 끝이 아니다'며 노란봉투법 추진을 촉구하고 나섰다. 핵심 입법 과제로 노란봉투법과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등을 선정하기도 했다. 

    다민 민주당은 여당일 당시 노란봉투법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문재인 정권에서는 노사관계 악화와 산업계에 미칠 후폭풍을 우려해 국정과제로 삼았음에도 노란봉투법 논의는 한 차례에 그쳤기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각종 부작용 논란에도 노란봉투법 입법 재추진에 적극적일 수 있었던 것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돼 정부와 여당에 정치적 부담을 지우기 위한 것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헌정사상 초유의 정부 예산안 감액 처리를 밀어붙인 민주당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통한 내수 진작 문제 해결을 제시하는 것도 이율배반적 행보라는 지적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15일 국회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금 당장 해야할일은 내수부족에 따른 정부 재정역할 축소에 따른 소비 침체"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신속하게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를 두고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그동안 윤석열 대통령 취임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어떻게 하면 윤석열 정부를 붕괴시킬 것인지에만 관심이 있었다"며 "그런데 마치 탄핵소추 이후 민주당이 여당이 된 것처럼, 국정 운영 책임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건 옳지 못하고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당이 22대 국회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오늘과 같은 태도를 취했다면 대한민국이 과거보다 훨씬 협력·상생하며 더 좋은 나라가 됐을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