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국장애인체전 男스프린트 200m 텐덤 종목서 '금빛 페달'고3 때 중증 시각장애 판정 … 부모 권유로 진학 후 권태감 떨치려고 사이클 배워"훈련 고되지만, 나중에 자산으로 돌아올 것 … 2026 아시안게임·2028년 LA패럴림픽 출전 목표"
-
명지대학교는 청소년지도학과 김길중(3학년) 학생이 제44회 전국장애인체전 사이클 종목에서 경기도 대표로 출전해 남자트랙 스프린트 200m 텐덤에서 10초598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고 23일 밝혔다.김군은 남자트랙 독주 1㎞ 텐덤에선 동메달(1분7초954)을, 개인추발 4㎞ 텐덤에선 5위(4분49초621)를 기록하는 성과를 냈다.텐덤 사이클은 2인1조로 타는 종목으로, 파일럿이라 불리는 비장애인 선수가 앞 좌석에서 방향을 조절하고 시각장애인 선수가 뒷좌석에서 페달을 밟는다. 패럴림픽 사이클 종목 중 하나다. 페달이 연결돼 있어 두 선수의 호흡이 안 맞으면 그대로 넘어져 버린다. 중증 시각장애인인 김군은 파일럿 임재연 선수와 호흡을 맞췄다.사이클을 본격적으로 타기 시작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김군은 지난해 체전에서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딴 데 이어 올해 기어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군은 "현재 사이클 국가대표인 선수 한 분이 롤모델이다. 그 선수가 첫 체전에서 동메달을 따고 다음 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는데, 저도 지난해 은메달·동메달을 따고 올해 바로 금메달을 목에 걸어 개인적으로 만족스럽다. 지난해 돌아가신 할머니를 위해 금메달을 따야겠다는 욕심이 있었는데 소망을 이뤄 무척 기쁘다"고 했다.김군은 아직 경기 경험이 적다 보니 체력 안배에 고민이 있다고 했다. 사이클 전용 경기장인 벨로드롬 트랙이 한 바퀴에 333m라서 4㎞를 타려면 12바퀴를 돌아야 하는 데 신경을 덜 쓰면 체력이 금세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이번 체전에선 파일럿 선수와 호흡을 맞춰볼 기회가 적어 '댄싱'을 잘하지 못한 것이 유일하게 아쉽다고 했다. 댄싱은 경기를 시작할 때 안장에서 엉덩이를 떼고 페달링 하는 동작을 말한다. 이 동작을 잘 맞추면 가속이 붙어 기록이 1~2초 단축된다.
-
김군은 어려서부터 태권도를 하다가 고등학교 2학년 때 개인적인 이유로 운동을 그만뒀는데 이즈음부터 왼쪽 시력이 안 좋아지더니 급기야 고3 때 오른쪽 눈까지 나빠져 결국 중증 시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김군은 장애 판정 이후 안마사 취업을 고민했지만, 부모님이 돈 걱정 말고 대학교에 진학하라고 권유해 명지대에 입학했다. 김군은 "학교 수업은 재밌었지만, 어렸을 때부터 운동을 해와서 그런지 권태감이 있었다. 좀 더 즐겁고 성취감을 느낄 만한 일을 찾다가 취미로 타던 자전거를 떠올렸고, 알고 지내던 복지관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경기도 장애인사이클연맹 전무님을 소개해 주셨다. 테스트 성적이 잘 나왔고, 마침 선수 한 분이 사이클을 그만두면서 본격적으로 사이클을 타게 됐다"고 말했다.김군은 자신처럼 시각장애가 있는 스포츠 꿈나무에게 "제일 중요한 건 끈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나만 힘든 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제각기 힘들다. 각자 어려움을 안고 살아간다. 단지 그때마다 스스로 합리화하지 않고, 계속해서 해나가는 힘이 필요하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했다. 김군은 "훈련하는 게 가장 고되지만, 그 고통이 다 저한테 자산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해 기꺼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그런 김군의 목표는 오는 2026년 아시안게임과 2028년 LA 패럴림픽에 나가는 것이다. 김군은 "장기적으로는 장애인 청소년을 위해 센터나 사회적 기업을 차리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고 덧붙였다.
-